기후위기 뉴스만 보면 우울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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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뉴스만 보면 우울해져요

입력
2022.05.26 14:00
수정
2022.07.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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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여러분의 일상다반사를 들려주세요. MBTI상 확신의 논리형(T)인 8년차 기자와 뼛속까지 공감형(F)인 4년차 기자가 하나의 고민에 서로 다른 콘텐츠를 추천하는 큐레이션입니다. 평범한 이웃들의 비범한 고민에 특유의 단짠 제안을 해드립니다.

기후 위기를 떠올릴 때 느끼는 감정. 한국일보 자료사진

23세 대학생입니다. 요새 뉴스만 보면 너무 우울해요.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안 그랬는데 산불, 홍수, 폭염 등 기후 재난이 너무 잦아진 것 같아요.

나름대로 환경 보호에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쓰려고 노력하기도 했어요. 단체에 가입해 정부 관계자와 토론하기도 하고, 채식을 지향하기도 하고, 길거리 청소를 하러다니기도 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활동을 하면서 자세한 정보를 접하게 되니까 더 마음이 갑갑해졌어요. 과연 기후위기를 막을 수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연히 출산에 대한 거부감도 들어요. 제가 낳을 아이가 살아갈 지구는 지금보다 훨씬 아플텐데, 그 속에서 살아가야 할 걸 생각하니 그저 암울해요. 과연 제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물려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서요.

주변에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타박하기도 해요. 경제나 부동산, 불평등 이런 사안들보다 덜 중요하다는 거죠. 환경 문제가 지금 당장 먹고사는 문제와는 관련이 적은데 왜 이렇게 진지하냐는 반응이 많아요.

차라리 기후 위기라는 상황을 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마음껏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아무렇지 않게 자동차를 이용했던 때가 그립기도 해요. 하지만 모든 상황을 알게 된 지금은 불안하기 때문에 이를 무시할 수가 없게 됐어요.

상황은 심각한데 '나 하나로 바뀌겠어'하는 무력감. 이 사이에서 많이 절망하고 있어요. 다시는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지금, 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김다은(가명·23·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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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는 더 이상 머나먼 담론이 아닙니다. 국내외 기상 이변 등으로 이미 우리 국민 중 대다수가 세계 기후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대답한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죠. 올해 대통령선거에서도 'RE100(Renewable Energy 100%∙기업 전력 100% 재생에너지 사용 캠페인)'이 정치 공방의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다은씨처럼 오히려 무기력과 우울에 압도된 이들이 많다는 점인데요. 디스토피아적 미래의 경고가 오히려 사람들의 내면을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대응은 극히 제한적인 데 반해, 기업과 국가는 기후 위기를 최우선 의제로 올리지 않기 때문이죠.

영화 '그레타 툰베리'는 스웨덴 10대 소녀가 기후 변화 위기를 세상에 알리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모습을 섬세한 시선으로 담았다. 영화사 진진 제공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무기력증과 절망을 달래준 이가 있습니다.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외로운 싸움을 벌여온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입니다. 그는 8세 때 수업시간에 해양오염 관련 영화를 보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2014년에는 기후 변화 대응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보며 우울증에 빠졌습니다. 음식을 먹지 않아 두 달 사이 몸무게가 10㎏ 줄었고, 병원에서는 아스퍼거증후군, 강박장애 등의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약 8년이 지난 지금, 툰베리는 기후변화 활동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인물로 꼽히고 있죠. 2018년 8월 20일 스웨덴 의회 건물 밖에서 '기후 학교 파업' 1인 시위를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지난해 6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그레타 툰베리'는 이때부터 약 1년간 이어진 그의 행보를 다룹니다. 물론 언론에서 수없이 다뤄져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하겠지만, 영화는 투쟁에 집중하는 개인의 표정을 오래 비춥니다. 무표정하다가도 기후 우울 앞에서 어쩔 줄 몰라 울거나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은씨가 겪고 있는 절망과 무력감은 다은씨만의 것은 아니에요. 고난을 극복하고 영웅이 된 서사는 '환경 영웅'에게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시대의 아이콘인 동시에 누구보다 평범한 툰베리의 행보를 보세요. 비록 과정 속에서 울고 괴로워했지만 결과적으로 전 세계를 움직인 툰베리의 모습. 그 모습은 '환경 영웅'인 우리 모두에게 위로를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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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은씨, 기후 위기만 생각하면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이로서 다은씨가 느낄 무력감에 무척 공감이 됩니다. 저 역시 급격한 지구 온난화를 체감하면서 다음 세대를 말할 것도 없이 저의 여생을 과연 무사히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이거든요. 일회용 빨대 사용하지 않기, 면 생리대 사용하기, 물티슈 대신 행주 사용하기 등 일상 생활 중 온갖 유난을 떨고 있지만, 세계의 공장이 시커먼 매연을 뿜고 있고 전국 곳곳이 '쓰레기 산'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나 하나 애써봤자 무슨 변화가 생길까' 하는 괴로움을 매 순간 직면하게 됩니다.

다은씨에게 지식 공유 플랫폼 TED의 오래 전 영상을 하나 소개해드려요. 미국의 사업가 데렉 시버스는 '운동이 시작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강의에서, 한 사람의 우스꽝스러운 춤이 어떻게 '집단의 움직임'이 되는가를 설명해요. 2분이 조금 넘는 아주 짧은 동영상인데다, 한국어 자막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아래에서 영상을 먼저 보시는 것을 추천해요.



푸른 잔디밭에서 한 사람이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따라하기 쉬운 몸 동작이지만, 사람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혼자서 뜬금 없이 리듬에 몸을 맞기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데렉의 표현에 따르면, "주목받게 되고 또 조롱거리가 되기 때문에 리더는 배짱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모든 운동의 관점에서 '기꺼이' 선봉에 나서는 리더의 일만이 가치있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혼자만의 몸짓에 불과했던 리더의 춤은,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추종자'가 등장함으로써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첫 번째 추종자가 합류하면서 더 이상 이는 '나홀로 댄스'가 아니게 된 거죠. 이를 지켜보던 두 번째 추종자도 춤을 추기 시작하고, 순식간에 거스를 수 없는 집단적 움직임이 됩니다.

이 강연 영상에서 데렉은 '최초의 리더'보다 '첫 번째 추종자'에게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리더가 모든 공로를 인정 받겠지만, 외로운 미치광이를 리더로 변모시킨 건 첫 번째 추종자"라는 거죠. 영상 말미에 그는 이렇게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여러분이 정말로 운동을 일으키려고 생각한다면, 따를 수 있는 용기를 가지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따라야 하는지를 보여주세요.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 외로운 미치광이를 발견하면, 주저하지 않고 맨 먼저 일어서서 참여할 수 있는 배짱을 가지세요."

다은씨는 기후 변화를 늦추는 '첫 번째 추종자'입니다.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지금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만들어내지 않을지라도, 기후 위기라는 하나의 의제를 거대한 운동으로 만들어내는 강력한 힘이죠. 다은씨가 꼬박꼬박 텀블러를 사용하는 모습, 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공장식 축산에 반대해 채식을 지향하는 모습 등을 보고 누군가는 이 '집단의 댄스'에 동참할 마음을 먹었을지도 모릅니다. 주변 친구들을 한 명씩 설득할 수도 있고요.

환경을 보호하고 기후 변화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모두가 그레타 툰베리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소수의 특출난 행동을 모두의 움직임으로 만드는 그 중심에, 다은씨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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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기자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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