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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정우성 가장 멋지게 찍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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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정우성 가장 멋지게 찍고 싶었다”

입력
2022.05.21 20:40
수정
2022.05.22 10:2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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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로 칸영화제에서 감독 데뷔식

이정재는 "(영화 '하녀' 이후) 12년 만에 칸영화제를 찾으니 기분이 남다르다"며 "당시엔 다시 칸을 방문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칸=뉴스1

이정재는 "(영화 '하녀' 이후) 12년 만에 칸영화제를 찾으니 기분이 남다르다"며 "당시엔 다시 칸을 방문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칸=뉴스1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월드 스타가 됐다. 신드롬이라고 할 ‘오겜 현상’을 세계적으로 불러일으켰고, 2월에는 미국배우조합(SAG)상 드라마 부문 연기상을 받았다. 경사는 끝나지 않았다. 연출 데뷔작인 영화 ‘헌트’가 제75회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올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 중 한 명일 배우 겸 감독 이정재를 21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만났다. 이 감독은 지난 19일 밤 ‘헌트’의 칸영화제 공식 상영회를 가졌고, 7분 가량의 기립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헌트’는 198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국가안전기획부 두 간부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둘은 대통령 암살 시도를 막고 거물 간첩을 찾는 과정에서 서로를 견제하고 의심하고 대립한다.

당초 이 감독은 ‘헌트’의 메가폰을 잡을 생각이 없었다. “첩모물을 좋아해 ‘남산’이라는 시나리오 판권을 확보해 제작만 할 생각”이었다. 처음엔 정지우(‘은교’ ‘4등’ 등) 감독과 협업하려 했다. 각색 작업이 지난했다. 정 감독이 손을 뗀 후 한재림(‘관상’ ‘더 킹’ 등)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게 됐다. 한 감독도 각색을 하다 두 손을 들었다. 이 감독이 4년 동안 짬이 나는 대로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시나리오를 (새롭게) 썼으니 나만큼 이 영화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판단에 연출을 하기로 결심했다.

[영상] 칸 영화제 뜨겁게 달군 '헌트' 이정재·정우성...7분 기립박수 현장

‘헌트’는 이 감독이 오랜 지우이자 동업자인 정우성과 ‘태양은 없다’(1999) 이후 23년 만에 연기 호흡을 맞춰 눈길을 끌었다. 이 감독은 “정우성을 지금까지 나온 영화 중 가장 멋지게 찍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외모가 멋있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과 세상에 대한 태도 등이 멋있어 보이도록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김성수 감독보다도 정우성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게 목표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감독은 영화 ‘비트’(1997)와 ‘태양은 없다’로 정우성을 당대 최고의 청춘 스타로 만들었다. 정우성과 ‘아수라’(2016)를 함께 하기도 했고, 정우성 주연 ‘서울의 봄’을 촬영 중이다.

이정재는 자신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헌트'에서 안기부 해외 팀장 박평호를 연기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이정재는 자신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헌트'에서 안기부 해외 팀장 박평호를 연기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헌트’는 5ㆍ18광주민주화운동, 군사독재의 안기부를 통한 공포 정치 등이 소재로 활용된다. 이 감독은 “원 시나리오부터 배경이 1980년대 초반이었다”며 “정치적으로 당시를 돌아보려 한 게 아니라 첩보물을 제대로 그려내기 위한 설정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주변에선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현재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라는 조언이 많기도 했다. 이 감독은 “일단 1980년대를 그리려면 제작비가 늘어나게 된다”면서도 “암울한 시대 속에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이는 두 인물을 그리기 위해선 시대적 배경을 바꿀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헌트’에는 거물급 단역들이 대거 출연한다. 황정민과 주지훈 김남길 이성민 박성웅 유재명 조우진 정만식이 잠깐 얼굴을 비친다. 무게감이 만만치 않은 배우들이다. 이 감독이 영화를 연출한다고 하자 친한 배우들이 너도나도 출연하겠다고 나서면서 가능했던 캐스팅이다. 하지만 영화가 산만해 보일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이정재는 처음에는 신중했다. 그는 “‘내 영화인데 왜?’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제작자인 한재덕 사나이픽쳐스 대표의 조언에 마음을 바꿨다. “그들이 다 함께 하면 머릿속 추억이 아닌, 영상으로 남는 추억이 될 텐데 잘 조절해서 해보라고 했어요. 생각해 보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더라고요.” 이 감독은 “그들이 한꺼번에 나올 수 있는 장면을 고안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수정했다”고 말했다.

첫 연출작으로 칸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았으나 이 감독은 “(‘헌트’ 이전) 감독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앞으로도 연출은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이 시나리오를 써서 자신의 영화를 연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워낙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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