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만남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이뤄졌다. 두 정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로 22분간 공장 곳곳을 시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방문 첫 일정으로 반도체 산업 현장을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전 세계적 반도체 공급난 속에 설계 경쟁력을 가진 미국과 생산능력을 갖춘 한국이 손잡고 '첨단기술 동맹'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첫 대면서 22초간 손잡은 한미 정상
이날 오후 5시 23분쯤 미 공군 오산기지에 내린 바이든 대통령은 곧바로 미국 대통령 전용 차량 '더 비스트'를 타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 6시 12분쯤 공장 정문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맞이했다. 두 정상은 악수한 손을 놓지 않은 채 22초간 첫 인사를 나눴다. 두 정상은 기념촬영 이후에도 환담을 이어갔고, 방명록 대신 반도체의 재료가 되는 실리콘 판인 '3㎜ 웨이퍼'에 서명했다. 반도체 산업의 상징인 웨이퍼에 서명함으로써 양국 간 반도체 기술동맹의 의지를 새긴 것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축구장 400개를 합친 규모로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다. 차세대 메모리(D램·낸드)와 초미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두 정상은 통역을 대동하고 이 부회장 안내를 받아 삼성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3나노미터(㎚) 반도체 공정 등을 둘러봤다.
두 정상은 공장을 시찰하는 동안 세 차례나 걸음을 멈추며 삼성전자 직원들의 설명을 청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두 손을 모은 자세로 경청했고, 윤 대통령도 이따금씩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설명이 끝난 후 바이든 대통령은 "생큐(thank you)"라며 감사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직원들을 격려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직원들에게 "백악관에 한번 오라"며 호감을 표했다.
두 정상 한 걸음 뒤에서 의전한 이재용
이 부회장도 두 정상을 상대로 세심한 의전을 선보였다. 두 정상보다 한 걸음 뒤에 서서 스포트라이트가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첫 만남에 향하도록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이 부회장은 또 바이든 대통령과 동행한 지나 러몬드 미 상무부 장관에겐 손짓을 섞어가며 추가 설명을 했다.
시찰이 끝난 뒤에는 단상에 올라 영어로 연설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은 25년 전 처음으로 미국 내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게 됐고, 이 우정은 매우 소중하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강력한 관계를 이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설을 준비하고 있던 두 정상을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한미동맹은 역내 평화, 안정, 번영을 위한 핵심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두에게 감사하다. 문 대통령(President Moon)"이라고 했다가 실수를 인식하고 곧바로 "윤(Yoon)"으로 정정하기도 했다.
첫날부터 삼성 찾아 기술동맹 과시한 바이든… 왜?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한국을 방문하면 비무장지대(DMZ) 등 군사·안보 협력을 상징하는 장소를 먼저 찾곤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 평택캠퍼스를 가장 먼저 찾은 것은 미국 내 반도체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과의 협력을 통해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확보, 기술 패권을 지키겠다는 메시지를 자국민들에게 던지겠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 애플이나 퀄컴 등 미국 기업들은 반도체 설계를 할 뿐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는 '한미동맹 강화'와 '실용'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전략과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 새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 전쟁 위기를 미국과의 반도체 기술동맹을 통해 돌파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윤 대통령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 직전 이 부회장을 만나 "진작에 왔어야 했는데"라며 덕담을 건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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