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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장 속 호랑이... 동물원수족관법 통과로 막아야"

입력
2022.05.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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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청원' 공감에 답합니다

편집자주

문재인 정부 시절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운영합니다.


경남 김해의 한 동물원 내 실내에 전시되고 있는 호랑이. 동물원수족관법이 통과되면 종별 사육 기준이 마련되면서 이 같은 시설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경남 김해의 한 동물원 내 실내에 전시되고 있는 호랑이. 동물원수족관법이 통과되면 종별 사육 기준이 마련되면서 이 같은 시설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제공

"방치돼 죽는 낙타·돌고래 없게 법 통과를..."이라는 제목으로 보도(13일)한 애니청원에 포털사이트와 한국일보닷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동물자유연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감해 주신 분이 각각 492명, 1,972명에 달했습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동물원수족관법 전면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청원에 많은 이들이 공감해 주셨는데요. 이 개정안에는 동물원과 수족관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꾸고 허가 시 전문 검사관이 시설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노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 및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이유와 통과 후 파급 효과를, 조응찬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사무관은 개정안 필요성을, 어웨어 이형주 대표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현 동물원수족관법 문제점과 개정안의 아쉬운 점을 설명했습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동물원수족관법 통과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노웅래 의원실 제공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동물원수족관법 통과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노웅래 의원실 제공

-지난해 7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국회의사당 앞에서 통과 촉구 1인시위까지 했습니다. 발의한 계기가 있나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문을 닫는 동물원이 늘었고, 동물이 방치되는 일이 생겼습니다. 더욱이 비좁은 수족관에 살던 벨루가(흰고래)가 연이어 폐사했습니다. 상업적 목적에 치중한 소규모 동물원과 수족관의 운영상 문제는 사람과 동물의 안전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이에 동물원과 수족관의 전반적인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자 했습니다."

-동물원수족관법이 발의된 지 10개월 지났는데 통과되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요.

"지난해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된 동물원수족관법은 환경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돼야 했지만 이달 들어서야 위원회가 열렸고, 밀린 안건들로 인해 아직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현행법으로는 동물복지 확보에 한계가 있다며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관련 질의에 답했습니다. 한 장관의 의지가 강한 데다 여야 및 이해 관계자 이견이 크지 않은 만큼 조만간 국회 논의 절차를 거쳐 통과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서울 시내 한 이동식 체험 동물원에서 아이들이 동물을 마구잡이로 만지고 있는 모습. 어웨어 제공

서울 시내 한 이동식 체험 동물원에서 아이들이 동물을 마구잡이로 만지고 있는 모습. 어웨어 제공

-법안이 통과되면 어떤 점이 가장 달라지나요.

"법안은 동물원, 수족관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하면서 허가 기준 및 전반적인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일보가 보도한 대구의 한 동물원에서 일어난 동물 방치, 학대 사건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휴원 시 보유동물관리계획 등을 사전에 마련하도록 해 동물원 동물이 방치되는 것을 예방하고, 야생동물 학대로 실형을 받은 운영자의 다른 동물원 운영을 막을 수 있습니다. 고래에 올라타는 것과 같은 동물학대 행위도 금지됩니다." (이상 노웅래 의원)

둥물자유연대 SNS에 올라온 한국일보 애니청원에 많은 독자들이 공감을 나타냈다. 동물자유연대 인스타그램 캡처

둥물자유연대 SNS에 올라온 한국일보 애니청원에 많은 독자들이 공감을 나타냈다. 동물자유연대 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6년간 공영, 체험 동물원과 미등록 동물원 등 200여 곳을 다닌 결과 허술한 등록 기준으로 환경 측면에서 등록 시설과 미등록 시설 간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종별 관리 기준이 없어 동물의 습성과 무관한 환경에 전시되고, 동물과 사람 간 경계가 무너져 있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종별 관리 기준이 생깁니다. 예컨대 포유류는 대부분 야외 방사장을 필수로 갖춰야 하기 때문에 호랑이와 사자의 실내 전시가 불가능해집니다. 또 라쿤, 미어캣을 함부로 기르는 실내 동물원도 사라질 것입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

"전문 감사관제 도입으로 사육 환경의 적정성을 전문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또 동물에게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학대가 아니라도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쇼 등을 막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정진아 동자연 사회변화팀장)

경기 가평군 한 동물원 철창 속 일본원숭이 한 마리가 웅크린 채 앉아 있다. 고은경 기자

경기 가평군 한 동물원 철창 속 일본원숭이 한 마리가 웅크린 채 앉아 있다. 고은경 기자

-동물원수족관법 통과를 위한 절차는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국회 환노위에서 심사하고 의결되면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와 본회의 의결을 거치게 됩니다. 다음달 임시국회가 열린다면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지난 4월 말 전면 개정된 동물보호법과의 정합성을 따져보고 있습니다. 예컨대 동물보호법상 상향된 처벌 수위를 동물원수족관법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는 작업입니다." (조응찬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사무관)

경기 양주시 한 체험동물원에 있는 프레리도그가 철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이곳은 50여 종의 동물을 대부분 만질 수 있다. 고은경 기자

경기 양주시 한 체험동물원에 있는 프레리도그가 철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이곳은 50여 종의 동물을 대부분 만질 수 있다. 고은경 기자

-개정안 내용 중 아쉬운 점은 없나요.

"사육시설 내 번식 제한 관련 구체적 규정을 두지 않은 점입니다. 특히 시민단체가 요구한 고래류의 수족관 내 번식 제한이 빠졌습니다. 아직 확실히 결정된 바 없는 동물 체험 허용 범위 역시 개선해야 합니다." (정진아 동자연 사회변화팀장)


-개정안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어떤 점이 필요할까요.

"허가제라고 해도 허가 기준이 느슨하면 현재와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함량 미달 시설의 운영을 막도록 법 취지에 맞게 하위 법령에서 허가 기준을 강화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오락, 체험 위주의 동물원에서 종 보전 기관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동물원에 종 보전 연구 의무를 부가해야 합니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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