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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비대화 막으려면 정보경찰부터 폐지해야”

입력
2022.05.19 17: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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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의 노크]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 인터뷰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이 현실화하면서 수사시스템 변화도 불가피하게 됐다. 형사소송법 전문가인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검찰권 분산을 위한 수사·기소권 분리를 주장하면서도 경찰권 비대화도 경계했다. 서 교수가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국가경찰위원회 강화와 정보경찰 폐지 등 경찰 비대화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이른바 '검수완박' 입법이 현실화하면서 수사시스템 변화도 불가피하게 됐다. 형사소송법 전문가인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검찰권 분산을 위한 수사·기소권 분리를 주장하면서도 경찰권 비대화도 경계했다. 서 교수가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국가경찰위원회 강화와 정보경찰 폐지 등 경찰 비대화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포함한 검찰개혁은 막강한 검찰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추진됐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게 남겼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조정으로 경찰에 고소ㆍ고발이 몰리면서 수사는 지연됐고 새로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9월부터는 부패ㆍ경제 범죄를 제외한 모든 사건의 직접 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게 되면서 범죄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지난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 줄곧 참여한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검수완박 입법을 평가하고 부작용을 진단했다. 17일 경희대 연구실에서 만난 서 교수는 “검찰청법ㆍ형사소송법 개정은 제왕적 검찰권을 분산하기 위해 필요한 입법”이었다며 “검수완박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고 검찰 정상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검수완박 입법으로 인한 부작용도 과장되거나 일시적”이라고 분석한 서 교수는 경찰권 비대화 우려에 대해서는 국가경찰위원회 기능 회복과 정보경찰 폐지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검수완박 입법 아닌 검찰정상화 법안”

-세 달 뒤면 검찰청법ㆍ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효되는데 불만과 우려가 교차한다.

“검수완박 법안이라는 명칭 자체가 옳지 않다. 우리나라는 검찰이 거의 대통령 통치권에 맞먹는 권한과 권력을 누리고 있다. 원래 기소기관인 검찰이 수사권을 같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히 제왕적 검찰 제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진작부터 검찰권을 약화시키기 위해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에서 논의가 됐던 법안도 결국 검찰에서 수사권을 분리해 내자는 것이 핵심 내용이기 때문에 수사·기소 분리 법안 내지는 검찰 정상화 법안, 검찰 선진화 법안이라고 하는 게 맞다. 국회의장 중재로 기존 합의에서 많이 후퇴한 법안이 만들어졌는데 수사ㆍ기소 분리라는 목표에 보면 상당히 미흡한 안이다. 하지만 국회가 수사ㆍ기소는 분리가 필요하다라는 점에 합의를 했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1년 만에 제대로 된 평가도 없이 또다시 검찰 수사권을 축소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너무 급하게 추진을 했다는 측면에서는 타당한 지적이다. 하지만 중대한 사정 변경이 생겼다고 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5년 동안 검찰 개혁을 했지만 반보에 그쳤다. 공수처를 출범시키고 수사권을 조정한 뒤에도 검찰은 6대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있으며 강제수사권인 영장청구권도 독점을 하고 있다. 검찰 권력 측면에서 보면 사실은 개혁된 게 거의 없는 상황에서 철저한 검찰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검찰을 강화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 체제하에서는 검찰 권력과 대통령 통치권이 일체화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통해 직할 통치할 것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검찰권 남용이 극에 달하고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검찰 공화국이 도래할 것이 뻔한 마당에 당시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선제적인 입법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긴급성을 이해해야 한다.”

-무소불위 검찰을 견제하겠다면서 도리어 경찰 비대화를 부른다는 우려도 있다.

“작년 수사권 조정 이후로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범죄는 0.7%로 줄었다. 이번에 4개 범죄가 떨어져 나가서 경찰이 새로 넘겨받는 수사권은 0.1%에 불과하다. 검찰이 손을 떼고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를 함으로써 파급력이나 영향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는 있지만 법안 통과로 경찰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된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아직도 경찰이 행사하는 수사권은 검찰의 기소권에 의한 통제를 벗어날 수가 없다. 경찰이 아무리 수사를 해도 검찰이 기소를 안 하면 그만이다. 심지어 경찰이 수사를 해서 송치를 하더라도 검찰이 보완 수사로 덧붙여서 기소를 할 수도 있고 아예 기소를 안 할 수도 있다. 또 영장 청구 단계에서 필요하면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도 있고 기각을 해서 경찰 수사를 좌초시킬 수도 있다. 경찰 수사는 검사에 의해서 철저히 통제되는 반면 검찰의 직접 수사는 아무도 통제를 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만 보더라도 경찰 비대화는 지나친 우려이고, 도리어 검찰이 수사에서 손을 놓고 기소기관으로서 통제 역할에 주력을 한다면 경찰 통제는 훨씬 엄격하게 할 수 있다.”

검수완박 입법 주요 내용

검수완박 입법 주요 내용


“검찰 보완수사 폐지하고 경찰에 요청해야”

검찰 수사권 축소로 범죄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형사소송법의 독소조항에 대해서는 향후 보완입법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서 교수는 “검찰 수사ㆍ기소 분리를 목표로 검찰의 보완수사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발인 이의신청권 제한 또한 현실에서는 문제가 아니라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검수완박 입법으로 공직자ㆍ정치인 범죄 대응이 어렵게 됐다”고 비판했다.

“공직자 범죄 중에도 부패범죄는 여전히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선거범죄인데 벌금 100만 원 기준에서 정치생명이 달라지는 상황이라 검찰 기소가 그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크다. 그동안 정치인들이 검찰에 많이 시달리다 보니까 여야가 쉽게 합의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선거범죄에서 제일 중요한 역할은 사실 선거관리위원회가 맡고 있다. 선관위에 제보가 들어가고 선거법 위반 사실을 대부분 적발해서 경찰ㆍ검찰로 고발을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이미 경찰이 선거사범 수사를 대부분 담당하고 있다. 검찰이 올해 연말까지만 선거사범 수사를 하고 손을 떼더라도 선거 문화가 혼탁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리어 선거사범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 시비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수사의 주체와 기소의 주체는 분리하는 게 맞다.”

-검찰 보완 수사를 제한하면서 공범ㆍ여죄 수사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검찰 중심으로 나온다.

“수사ㆍ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검찰은 보완 수사 요구만 해야 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현재는 경찰에서 송치한 사건은 검사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위 내에서는 모두 보완 수사를 할 수 있도록 굉장히 폭넓게 돼 있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서도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사건에서는 검찰의 보완 수사를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 검찰로 송치하는 사건의 96~97%가 이 같은 기소 의견 송치라서 공범 및 여죄 수사가 어렵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다만 경찰이 불송치 결정한 사건 가운데 사건 관계인이 이의제기를 하면 자동으로 검찰에 송치(법정 송치)하는데 이 경우에는 검찰의 보완 수사를 동일성 범주로 제한했다. 경찰 송치 사건의 3~4% 정도만 검사의 보완 수사가 직접 관련성에서 동일성으로 바뀐 거다. 원칙적으로 보면 법정 송치 사건의 경우에도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기보다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하면 될 일이다.”

-고발인 이의신청 금지는 독소조항으로 꼽히는데 후속 입법이 필요하지 않나.

“고발에 의한 수사가 광범위한 게 현실이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에서 보듯이 심지어 검찰이 수사하고 싶은 사건을 대리인이나 단체를 내세워 고발을 사주하기까지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3자가 이의 신청을 해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놓게 되면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입법 취지에 큰 구멍이 생기게 된다. 시민단체에서는 공익고발 제한을 우려하지만 시민단체가 고발하는 사건은 대부분 검찰 직접 수사 대상인 부패ㆍ경제 범죄라서 큰 문제가 없다. 경찰 사건 처리에 믿음이 없으면 기존대로 검찰에 고발하면 된다. 또 아동학대ㆍ가정폭력 사건 대응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두 범죄 모두 특례법에 따라 경찰이 100%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도록 돼 있다. 성범죄 사건도 피해자가 경찰 불송치 결정에 이의가 있다면 고발인에게 이의 신청을 위임하는 방법으로 구제를 청구할 수 있다. 유일한 문제는 피해자가 없는 범죄인데, 이런 경우에는 입법 보완이 필요하지만 이런 케이스가 그렇게 많을지는 모르겠다.”

“경찰위원회 강화하고 정보경찰 폐지해야”

윤석열 정부에서는 시행령 등으로 검수완박 입법을 무력화할 태세다. 심지어 경찰의 국가수사본부장 교체설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권 축소로 경찰 비대화 우려가 나오는 게 사실이다. 서 교수는 이에 대해 “경찰로 수사권이 넘어가는 과도기에 수사지연 등의 불편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국가경찰위원회 위상 강화와 정보경찰 폐지를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가 지연된다는 민원이 비등하다. 검수완박 입법으로 경찰 수사가 더 지연되는 거 아닌가.

“경찰 수사 지연은 변호사 단체에서 지적을 많이 하는데 변호사들이 사건 처리과정을 왜곡시킨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변호사들이 민사 사건을 의뢰받으면 증거 확보나 변제 의사 동의를 압박하는 차원에서 형사 고소를 동시에 진행하는 게 관행이다. 검찰에 고소를 하고 검찰이 사건을 다시 경찰로 내려 보내는 과정을 거치는데, 경찰로서는 검찰 지휘사건을 우선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검찰이 고소를 접수하지 못하게 되면서 경찰을 통한 우선 처리가 불가능하게 됐다. 고소고발이 경찰로 몰리면서 이전보다 사건처리는 8.6일 지연되고 있다. 경찰이 수사에 최종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내부 절차가 더욱 꼼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사심사책임관·책임수사지도관ㆍ경찰수사심의위원회로 이어지는 3중 심사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사건 처리에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반면 경찰의 인권 침해나 사건 암장 등 우려하던 일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수사권 개혁에 대한 검찰 주장이 상당히 과장됐던 셈이다. 수사 지연 등 문제도 2, 3년 지나면 점차 해소될 문제다.”

-수사권 확대로 권한이 커지는 경찰을 견제ㆍ통제할 시스템은 충분한가.

“경찰이 정치적으로 취약한 것은 분명하다. 인사권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권력으로부터 경찰 인사의 외풍을 막으려면 국가경찰위원회 위상을 제고해야 한다. 행정안전부 소속인 위원회를 총리실 소속으로 격상시켜서 경찰청장뿐 아니라 고위직 인사의 외풍을 막도록 해야 한다. 수사경찰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의 임기는 분명히 보장해야 한다. 검사 출신으로 경찰 수사를 장악하겠다는 발상은 개혁에 역행하는 발상이다. 경찰 수사가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정보경찰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경찰의 사기업 등 민간영역 출입은 제한됐지만 여전히 공공기관은 출입하면서 정보수집 활동을 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와 관련된 정보 부서를 그대로 두더라도 광범위한 정보경찰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인사검증 업무는 인사혁신처로 이관하고 일반 정보 업무는 총리실 등에 별도 부서를 만들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찰 수사에 대해서는 신뢰가 부족한 편이다.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수사의 공정성ㆍ책임성을 끌어올리는 건 경찰한테 주어진 과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데 범정부 차원에서 인력과 예산을 지원하는 대책을 빨리 내야 한다. 검찰은 검사 2,300명에다 검찰 수사관 6,200명까지 합쳐서 8,000~9,000명이 수사를 하는데 반해 경찰은 3만3,000~3만4,000명 정도가 수사를 담당한다. 전체 범죄의 99%를 처리하는 경찰이 0.6%를 담당하는 검찰에 비해 인원은 3배에 불과한 형편이다. 국민이 제대로 된 수사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라도 인력과 예산의 대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된다. 일이 없는 검사와 검찰 수사관의 재배치ㆍ재조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김정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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