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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김'의 역사

입력
2022.05.19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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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지
김선지작가

못생김은 악하고 열등한가

캉탱 마시, '추한 공작부인', 1513년, 패널에 유채, 62.4 x 45.5 cm, 내셔널갤러리, 런던

캉탱 마시, '추한 공작부인', 1513년, 패널에 유채, 62.4 x 45.5 cm, 내셔널갤러리, 런던

이 작품은 '늙은 여자', 혹은 '추한 공작부인'이라는 제목으로 불린다. 그림 속에는 드레스를 차려입고 하트 모양의 머리장식인 에스코피옹(escoffion)으로 꾸민 늙고 추한 노부인이 있다. 양쪽 검지손가락에 금반지를 끼고 오른손에는 장미 꽃봉오리를 들고 있다. 이마는 울퉁불퉁 기형적이고 얼굴과 목은 주름지고 탄력이 없으며 치아는 대부분 빠진 듯하다. 격자무늬와 자수가 정밀하게 묘사된 에스코피옹 위에 아름다운 황금 브로치로 고정된 흰색 베일은 어깨까지 드리워져 있다. 노부인의 추악한 외모는 화려한 상류층 복장이나 보석과 미묘한 엇박자의 느낌을 준다. 깊이 파인 드레스로 인해 드러난 노화된 젖가슴과 못생긴 얼굴은 구애를 상징하는 붉은 꽃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이 때문에, '추한 공작부인'은 젊은 처녀처럼 옷을 입고 구혼자를 유혹하려는 늙은 여성의 허영심을 풍자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캉탱 마시(Quentin Massys)는 16세기 플랑드르 화가로, 도덕적 의미를 내포한 풍자적인 캐리커처 스타일의 인물 묘사로 잘 알려져 있다. 물질적 탐욕과 허영심의 경계, 겸손하고 종교적인 삶은 캉탱 마시가 추구한 주제였다. 미술사학자들은 화가가 그의 친구였던 르네상스 인본주의자 에라스뮈스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인간의 갖가지 어리석음을 풍자한 에라스뮈스의 에세이 '우신예찬'에는 '나이가 들었어도 여전히 교태를 부리며, 거울에서 떨어질 줄 모르고, 역겹게 쭈그러진 젖가슴을 드러낸 여자들'을 조소하는 내용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추한 공작부인'은 신랄한 풍자화다.

한편, 공작부인의 신체적 특성을 의학적으로 면밀하게 분석한 한 외과의사는 그녀가 골 파제트 병으로 인해 흉한 얼굴을 갖게 되었을 거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뼈에 염증이 생기고 변형되는 질환이다. 비정상적으로 짧은 코, 이상한 아치형 콧구멍, 긴 윗입술, 넓은 쇄골과 이마에서 병의 징후가 보인다. 이 가엾은 노파는 끔찍한 질병으로 낙인찍히고 조롱당하는 삶을 살았으리라.

화가는 분명히 희귀병을 앓고 있는 노부인을 발견하고 그림의 완벽한 모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의 시대에는 그로테스크한 것을 묘사한 그림과 조각상이 인기 있었기 때문이다. 부유층 사이에서는 기묘하고 진기한 물건를 수집하는 것이 유행했다. 기괴한 것에 대한 탐닉은 당시의 시대적 감성 혹은 취향이었다. 추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 역시 흥미와 관심의 표적이었다. 화가는 그림 주문을 받아 생계를 이어야 했으므로 고객의 요구에 부응해야 했다. 캉탱 마시의 '추한 공작부인'도 단순히 풍자화라기보다는 이러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탄생했을 것이다.

미술사학자 곰브리치가 말했듯이, '인도주의적인 시대 이전에는 저신장인, 신체적 장애나 기형을 가진 사람, 독특하고 기괴한 골상이 사람들에게 그저 호기심의 대상이었고 깜짝 놀라서 쳐다보게 되는 그런 것'이었다. 장애와 기형은 괴상하고 추악한 것으로 인식되었고, 질병이나 신체의 결함을 가진 사람들은 희롱과 농담에 시달렸다. 당시에는 이들에 대한 연민과 공감, 배려라는 현대적인 윤리 가치가 없었다.

레오나르도의 그로테스크한 캐리커처 두상들. 빨간 분필로 그린 오른쪽 드로잉은 캉탱 마시의 '추한 공작부인'과 매우 유사하다. 과거 수 세기 동안 덜 알려진 북유럽 예술가인 캉탱 마시가 레오나르도의 드로잉을 모사했을 거라고 추정되었다. 그러나 최신 연구에 따르면, 마시와 레오나르도가 예술 작품을 서로 주고 받으며 교류했고 레오나르도 또는 그의 제자가 캉탱 마시의 그림을 모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예술가들 사이에서 그로테스크한 그림에 대한 흥미와 공감대가 널리 퍼져있었음을 말해준다.

레오나르도의 그로테스크한 캐리커처 두상들. 빨간 분필로 그린 오른쪽 드로잉은 캉탱 마시의 '추한 공작부인'과 매우 유사하다. 과거 수 세기 동안 덜 알려진 북유럽 예술가인 캉탱 마시가 레오나르도의 드로잉을 모사했을 거라고 추정되었다. 그러나 최신 연구에 따르면, 마시와 레오나르도가 예술 작품을 서로 주고 받으며 교류했고 레오나르도 또는 그의 제자가 캉탱 마시의 그림을 모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예술가들 사이에서 그로테스크한 그림에 대한 흥미와 공감대가 널리 퍼져있었음을 말해준다.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도 자주 이런 그림을 그렸다. 특히, 레오나르도는 거리를 걷다가 툭 튀어나온 입, 심한 주걱턱 같은 선천적 기형, 장애를 가진 신체, 질병으로 인해 왜곡된 형상을 가진 이들을 발견하면 무척 기뻐하며 하루 종일 쫓아다녔고, 나중에 집에 가서 기억을 바탕으로 드로잉 작업을 했다. 그는 이 그림들을 '괴물 같은 얼굴들(visi monstruosi)'이라고 불렀다. 다른 많은 거장들도 그 뒤를 따랐다. 알브레히트 뒤러, 피터르 브뤼헐, 히에로니무스 보스가 이런 종류의 그림을 그렸는데, 이들은 탐욕, 교만, 허영과 같은 인간의 악을 우화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그로테스크한 얼굴을 사용했다. 당대 사람들에게 못생긴 외관은 천형이자 악의 표상이었던 것이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뿐일까? 불과 100년 전, 미국의 많은 대도시에서는 못생김이 불법으로 취급되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판타지 동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놀랍게도 사실이다. 1881년, 시카고 시의회는 도시의 거리나 공공장소에서 질병과 장애가 있거나 팔다리가 없는 사람, 어떤 신체 기형으로 보기 흉하거나 역겨움을 주는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어글리 로(Ugly Law)'를 통과시켰다. 그들이 공공장소에서 돌아다닐 경우 무거운 벌금이 부과되었다. 시카고에서 경찰관이 이른바 '못생긴' 거지를 체포하는 일은 1950년대에야 사라졌고, 어글리 로는 1974년까지 공식적으로 존속했다.

우리는 '추한 공작부인'과 레오나르도의 그로테스크한 두상을 보면서, 질병과 장애에 온정적이지 못했던 그 시대 사람들에 대해 야만적이라고 생각한다. 100년 전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것이었던 어글리 로에 대해서도 매우 이상한 법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그때보다 훨씬 더 깨어 있고 인도주의적이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나이 듦과 아름답지 않은 외모는 여전히 혐오와 비웃음의 대상이다. 노인을 의미하는 '틀딱', 매우 못생겼다는 뜻의 '존못'과 같은 혐오, 차별 언어가 난무하고, 외모 품평을 놀이로 여기는 사회적 풍토, 외모 비하를 개그 소재로 하는 TV 예능 프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못생김'에 대한 경멸은 과도한 미모 찬양의 대척점에 있다. 좋은 외모는 '우월한 유전자'니 '착한 몸매'니 하며 치켜세워진다. '못생김'은 악하고 열등하다는 뜻인가. 현대는 중세시대보다 법과 제도에 있어서는 확실히 진보한 것 같다. 그러나 사람들의 정신과 의식은 종종 과거로 회귀한다.

김선지 작가·'그림 속 천문학'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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