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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97% 폭락…코인판 리먼사태? ‘루나’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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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97% 폭락…코인판 리먼사태? ‘루나’에 무슨 일이

입력
2022.05.12 20: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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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자매 코인인 '테라'의 가격 보정 역할 수행
테라 가격 조정 실패에 동반 추락으로 이어져
업체 대책에도 불구… 코인판 리먼 사태 우려

코인 게코 캡처

코인 게코 캡처

한국산 가상화폐인 루나가 하루 만에 97% 이상 폭락했다. 루나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 한국인 권도형 대표가 이끄는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가상화폐로, 한때 전체 가상화폐 시가총액 순위 8위까지 올라 화제를 모은 코인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루나의 폭락이 ‘가상화폐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루나가 뭐길래… 하루 만에 97% 폭락

12일 코인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루나는 오후 5시 기준 전 거래일 대비 무려 97% 폭락한 0.14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410억 달러(53조 원)까지 늘어났던 시가총액도 현재 5억 달러(6,400억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코인 시총 순위도 10위권에서 한순간에 90위권으로 추락했다.

이런 폭락은 다른 코인과 다른 루나의 독특한 특성에서 비롯됐다. 루나의 가장 큰 특징은 ‘테라’라는 스테이블 코인과 교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교환비율은 '1테라=1달러 가치의 루나'다.

테라는 변동성이 높은 일반 코인과 달리 ‘1테라=1달러'의 가치가 유지되도록 만들어진 ‘스테이블 코인’이다. 또 테라를 예치하면 연 20%에 달하는 수익을 테라로 제공받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루나를 사서 시세차익을 볼 수도 있고, 루나를 테라로 바꿔 안정적 고수익을 누릴 수 있었던 셈이다. 루나가 급성장한 배경이다.

루나는 테라의 가격을 보정하는 기능도 수행했다. 만약 테라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투자자들은 테라를 시장에 시세대로 팔거나, 아니면 루나로 바꿀 수가 있다. 그런데 테라를 루나로 바꿀 경우, 1달러에 해당하는 루나를 획득할 수 있기에 테라 시세 하락에도 손실을 만회할 수 있게 설계됐다. 이 과정에서 테라의 통화량이 흡수되면서 테라의 시세는 다시 오르게 된다.

'죽음의 소용돌이' 발생… "코인판 리먼 사태로 번질라"

하지만 최근 두 코인이 동시에 추락하는 이른바 ‘죽음의 소용돌이’ 현상이 발생했다. 테라는 지난 10일 1달러 밑으로 떨어진 뒤 11일 0.3달러까지 추락했고, 이날도 0.5달러에 거래 중이다. 게다가 테라의 가치를 보장해줘야 할 루나의 시세가 급락하면서 루나의 시총이 테라 시총을 훨씬 하회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테라를 가진 투자자들이 테라를 루나로 바꾸지 않고 시장에 처분하고, 루나에 새로운 투자자들이 유입되지 않으면서 대규모 매도 사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발행사인 테라폼랩스가 사태 수습을 위해 구제금융 조달에 나섰지만 자본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테라폼랩스가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15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조달에 나섰다고 전했다. 권 대표는 “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파장이 다른 가상화폐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미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흡수 조치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그나마 안정성을 갖췄다고 여겨진 스테이블 코인의 신뢰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특히 테라와 루나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35억 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사들였던 테라폼랩스가 비트코인을 대량매도할 수 있다는 우려에 비트코인 가격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실제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 대비 10% 이상 떨어져 3만 달러 선이 붕괴됐고, 이더리움(-10%)·리플(-27%) 등 주요 코인도 일제히 폭락했다.

가디언은 이번 사태를 전 세계 금융위기를 불러온 ‘리먼브라더스 사태’에 빗대며 “수천 명의 투자자는 이제 거의 모든 돈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테라가 붕괴될 수 있다면, 다른 가상화폐도 그렇게 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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