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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말모이, 재물보

입력
2022.05.13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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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영 '재물보'.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만영 '재물보'. 한국일보 자료사진

우리가 사용하는 말을 통틀어 그 전체를 지도라고 한다면 사전은 말의 뜻을 알게 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또한 현대의 사전이 오늘날 우리말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면 옛 사전은 우리말의 흔적을 밝히는 등대와 같다.

1798년 이만영(李晩永)이 쓴 '재물보(才物譜)'는 우리말의 흔적을 밝히는 대표적인 등대 중 하나이다. 재물보는 요즘의 국어사전보다는 백과사전에 가까우며, 천(天), 지(地), 인(人)의 삼재(三才)와 사물의 이름을 담은 물보(物譜)를 합한 말이다. 책의 순서는 당시의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종류별로 묶어 '하늘, 땅, 사람, 사물'순으로 단어를 정리하고 배열하였다. '하늘'과 관련된 부분에는 아즐앙이(아지랑이), 독갑이(도깨비)처럼 자연현상과 귀신 등이 나오며, '땅'에 관련된 부분에는 행정 구역 등을 수록하였다. '사람'은 '여드름' 등 신체와 관련된 명칭을 볼 수 있다. 물보는 동식물 등의 항목을 수록하였는데, 바얌쟝어(뱀장어), 머유기(메기), 밋구리(미꾸라지), 되롱룡(도롱뇽), 도마바얌(도마뱀), 갈머기(갈매기), ᄯᅥᆨ가나무(떡갈나무) 등 현재와는 다른 동식물 이름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재물보는 손으로 쓴 필사본만이 전한다. 분량(8권 8책 또는 8권 4책)이 많음에도 필사되어 전하는 책만도 20여 종인데, 이 책을 매우 가치 있게 생각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 책은 우리말 동식물의 이름을 알아보는 것 외에도 의약사, 복식사, 옛 제도, 지명을 연구하는 데도 활용된다.

재물보 이외에도 '물보, 물명고, 군두목, 일용비람기, 물명기략' 등 다양한 종류의 어휘 자료집이 있어 현재와는 다른 우리말의 흔적을 추적하는 등대 역할을 한다.

황용주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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