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는 제게 맡기고 푹 쉬세요" 한동훈 청문회로 주목 받는 '에세이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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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는 제게 맡기고 푹 쉬세요" 한동훈 청문회로 주목 받는 '에세이 공장'

입력
2022.05.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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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자녀 의혹 불거지며 눈길 끄는 '에세이 공장'
미국·호주 등 영어권 학교 유학생들이 주 고객
케냐·인도 등의 고학생, 대필 저자로 나서


'에세이 공장'으로 불리는 과제 대행업체는 웹사이트를 통해 학생 고객과 대졸자 이상의 집필자를 연결시킨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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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에세이 공장'의 온라인 광고 메시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논문 표절 및 대필 의혹이 번지면서 최소한 하나의 논문을 대필(ghostwriting) 했다는 케냐 출신 저자가 나타났고, 방글라데시와 중국, 카자흐스탄 등의 연구자들이 논문 공저에 참여했다는 정황 등이 공개됐다. 이처럼 국제적으로 다양한 '조력자'의 등장에 한 후보자 측은 "에세이 첨삭 지도를 받은 것"이라는 해명 등을 내놓은 상태다.

대학 등 고등교육 기관에서 에세이 대필을 비롯한 과제 대행, 일명 '계약 부정행위(contract cheating)'라고 불리는 행위는 국제적으로 널리 퍼져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조차 이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광고를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에세이 공장(essay mill)' 등으로 불리는 이들 업체는 전 세계가 온라인으로 연결되면서 이제 세계 방방곡곡의 영어가 취약한 국제 학생과 가난한 학위 취득자를 연결하는 업체로 거듭났다.



"과제 대행 이용한 것 학교·직장에 알리겠다" 협박 사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과제 대행' 광고의 예시. 트위터 캡처


한 후보자 자녀를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던 8일 온라인에서는 2019년 이 같은 '에세이 공장'의 사례를 다룬 뉴욕타임스(NYT)의 기사가 주목을 받았다.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선진국에서 대학생들에게 '과제 대행'을 해 주는 온라인 업체가 성황을 이루고 있다는 내용이다. 같은 해 호주의 ABC방송도 비슷한 사례가 만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들 업체의 주 고객층은 주로 아시아의 부유층 자제로 자국어가 아닌 영어권 국가에 진학한, 하지만 영어에 취약하고 시간이 부족한 학생들이다.

ABC방송 기사에 등장한 한 중국계 유학생은 과제 대행업체의 끈질긴 '친구 신청'을 받다가 최근 한 업체와 연결을 하게 됐다면서 "이들이 가끔 위챗(웨이신, 중국계 메시징 서비스) 모먼트에 "휴일이 가깝습니다. 우리에게 과제를 맡기고 푹 쉬십시오" 같은 유혹적인 단어를 써서 광고를 싣는다"고 전했다.

업체들은 제공하는 서비스가 명백한 과제 대행임에도 '학술적 글쓰기 교정'이라는 문패를 달거나 "표절이 아니며 완벽하게 대학의 승인을 얻은 서비스"라는 메시지를 보내 유학생들을 함정에 빠트린다.

학문 윤리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의 트레이시 브리탁 부교수는 "대필 에이전시에서 보낸 메일은 마치 대학에서 보낸 공식 이메일처럼 보인다"면서 "영어가 서툰 학생들에게 특히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역시 학문 윤리 전문가인 퀸즐랜드대의 수전 로랜드 교수는 "이들이 대필 저자를 고용하는 것은 그럴 돈이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가족들이 많은 돈을 쏟아부은 학사 과정을 완수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학술 윤리적 부정이라 할 수 있는 이런 행태가 실제로 적발될 경우 학생에게 강력한 벌칙을 준다. 성적이 감점 또는 무효가 될 수 있고 교칙에 따라서는 퇴학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역으로 업체가 서비스를 이용한 학생을 협박하는 상황마저 생긴다. 영국 셰필드할람대의 크리스 허즈번즈 부총장은 영국 가디언 기고에서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학교나 미래의 고용주에게 서비스 이용 내역을 노출하겠다고 고객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저가 입찰제, 하청에 재하청... '에세이 공장'의 착취 비즈니스


과제 대행 업체에서 근무하는 한 '집필자'는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는 건물 하나에 집필자 2~3명이 있다"고 주장했다. AFP 연합뉴스


수요자도 학생이지만, 공급자도 학생이다. 영어 구사자가 많은 나라에서 학업을 진행하다 학비와 생활비로 어려움을 겪거나 고등교육 과정을 마치고도 생계를 마련하지 못한 학생들이 업체에 고용돼 대필 등 과제 대행에 나서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우크라이나와 인도, 케냐를 대표적 에세이 공장의 산실로 꼽았지만, 아프리카와 중동, 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적의 '집필자(writer)'들이 확인된다. 인터넷을 통해 집필자를 통제할 수 있으므로 국적이나 위치는 상관이 없어지고 있다.

집필자가 국적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지만, 신뢰감을 위해 이를 숨기고 미국이나 영국의 엘리트 교육 기관을 졸업했다는 점을 앞세우기도 한다. 회사의 소재지도 런던, 뉴욕 등 '믿을 수 있는 곳'이다. 제공하는 서비스는 대학과 대학원 입시원서부터 학부 수준의 에세이, 석사, 박사과정 리포트와 수학 과제풀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뉴욕타임스가 2019년 인터뷰한 케냐의 메리 음부과(가명)는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해 페이지당 4달러 값을 쳐 주는 대필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업무가 손에 익은 뒤로는 한 달에 최대 320 달러를 벌었다. '인간이 우주를 식민화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 안락사에 대한 의견, 애리조나주립대 일대의 주차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보고서를 썼다.

미시건주립대 경영대에 진학하기 위한 입학 에세이를 써 달라는 요청에 응했을 때 자신이 미국 대학으로 진학하는 꿈도 꿨다. 음부과는 "나는 항상 어떤 식으로든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미국과 영국의 교육 과정에 대해 "그 학생들이 우리보다 낫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실제로 공부를 했다"며 수요측을 비판했다.



'교육적 진실성을 위한 국제 저널' 2018년 1호에 제시된 '에세이 공장' 웹사이트의 주문 사이트 예시. '분량' '과제 마감 시한' '학술적 수준' '표기 출처 수' 등 구체적인 요구 사항에 따라 비용이 자동 산출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학계 전문지인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의 2018년 기사를 보면 에세이 공장이 이런 고학생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착취하는지 알 수 있다. 주문은 회사의 웹사이트를 통해 이뤄지며, 수십 명의 '집필자'들이 일감을 따내기 위해 경쟁한다. 가장 낮은 가격으로 입찰한 사람이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고객이 지출하는 비용은 고정이기 때문에 회사는 가격 경쟁이 치열할 수록 더 많은 돈을 번다.

'집필자'는 일감을 잔뜩 받아 쌓아놓은 뒤 다시 보통 서너 명의 수련생을 거느리고 이들에게 과제를 전달한다. 하청의 재하청까지 가능한 것이다. 실적이 좋은 '프리미엄 계정'은 더 비싼 가격에 일감을 얻는데, 이 계정 자체도 집필자들 간 거래의 대상이다. '프리미엄 계정'을 보유한 한 '집필자'는 한 달에 5,000달러, 최대 1만4,000달러까지 벌어들인 적도 있다고 밝혔다.



영국 등은 '에세이 공장' 불법화... "평가 방식도 바꿔야"


비대면 교육의 확대는 평가의 진실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과제 대행'이라는 형태의 '비즈니스'를 빙자한 사기는 이렇게 곤란에 빠진 청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국제적 착취 프로젝트로 거듭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비대면 교육이 늘어나면서 시험이나 평가에 참여하는 방식도 대거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부정 행위가 더욱 더 쉬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다. 전문가들은 그 동안 계약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윤리적 비난이 뒤따랐지만, 법적으로는 처벌이 이뤄지지 않거나 적절한 후속 조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업체에 대응하는 것은 각 교육기관의 몫이지만 이마저도 녹록하지 않다. 영국 스완지대의 연구에 의하면, 학생들의 에세이 공장 사용이 늘어남에도 실제 적발된 사례는 1% 미만 수준이다.

결국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 등은 에세이 공장을 불법화하는 법을 만들었다. 부정행위 자체를 근절할 수 없으니 업체를 겨냥한 것이다. 영국도 2019년부터 관련 입법 논의가 있었지만, 2022년 4월에야 비로소 법률로서 제정됐다. 이제 영국 법에 따르면 모든 웹사이트와 플랫폼은 에세이 공장 관련 정보와 광고를 삭제해야 한다. 알렉스 버그하트 교육부 정무차관은 "에세이 공장은 이제 불법 단체다. (이를 이용하는 것은) 더 이상 윤리적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에세이 공장의 전면적 불법화에 더해, 평가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국의 대학 평가 기관인 고등교육 품질보증기구(QAA) 자문위원인 마이클 드레이퍼는 지난달 26일 "팬데믹이 완화했다고 해서 이전의 대면 평가 방식으로 전면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시험장에서 수행되지 않은 테스트의 모든 측면에서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학자로서 우리의 '게임 수준'을 고도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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