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우체국 판매소 수집가 운집
"취임우표 살 때마다 잘하기를 기대"
"우리 사회 심각한 갈등 풀어주길"
10일 아침 서울 중구 충무로1가 중앙우체국 앞에 시민 200여 명이 몰려 긴 줄을 섰다. 이들이 이른 아침부터 우체국에 몰린 것은 이날 판매를 시작한 제20대 윤석열 대통령 취임 기념 우표를 사기 위해서다.
열광적인 몇몇 수집가들은 이미 전날 밤 도착해 줄을 서기 시작했는데, 판매 개시 시간인 오전 9시에는 대기열이 지하 2층에서 시작해 1층 우체국 바깥까지 길어졌다. 판매 시작 때 줄을 선 사람이라면 우표 구입에 꼬박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을 정도로 사람이 붐볐다.
5년 만에 찾아온 수집가들의 대목
대통령 취임식은 우표 수집가들이 5년마다 한 번씩 맞이하는 대목. 5년마다 새 대통령 얼굴이 그려진 우표를 구입하는 우표 수집가들에게, 새 정부 출범은 취미 생활에 한 획을 긋는 하나의 대형 이벤트이자 새로운 대통령에게 저마다 기대와 소망을 담아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대통령 취임 때마다 중앙우체국을 찾는다는 송모(83)씨. 그는 이날 새벽에도 서울 성동구에서 지하철 첫 차를 타고 명동까지 왔다. 송씨는 "매번 대통령 취임마다 '꼭 잘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우표를 산다"며 "큰 욕심 없이 국민과 소통하는 국민의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수집가 권모(79)씨도 "진보든 보수든 상관없이 국민이 잘 살게 해주는 대통령이 최고, 더 바라는 건 없다"고 거들었다.
많은 시민들은 윤 대통령이 임기 중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갈등 해소'를 꼽았다. 윤 대통령 지지자인 아버지의 부탁으로 우표를 사러 왔다는 자영업자 김덕만(45)씨는 "비록 내가 뽑은 대통령은 아니지만, 우리가 뽑은 대통령인 만큼 꼭 잘했으면 좋겠다"며 "현재 우리 사회에 지역·성별·세대 간 분열이 심한데, 그걸 잘 어루만져주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년에 한 번 가능한 '초일봉투' 만들기도
이날 중앙우체국의 우표 판매대 밖에선 우편 소인을 찍는 일에 열중한 수집가들도 있었다. 미리 준비한 편지 봉투에 우표를 붙이고, 기념우표 발행 첫날 우체국에 비치된 소인을 찍어 '초일봉투'를 만드는 것이다. 전날 밤 10시부터 우체국 앞에서 기다렸다는 30년 차 수집가 김남중(55)씨는 "일반 기념우표가 나올 때도 우취인들이 초일봉투를 만들러 오지만, 대통령 우표는 특히나 의미가 크다"며 "초일봉투는 발행일에만 만들 수 있고, 비치된 도장도 한정되어 일찍부터 나와 기다린다"고 설명했다.
이날 우편 소인 찍는 곳에 나와 현장 안내를 도운 김정수 서울중앙우체국 우편영업실장은 "통신 발달로 손편지와 우표를 쓰는 일이 많이 줄었는데,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시민분들이 우체국을 찾아주시니 반가울 따름"이라며 환영했다.
중앙우체국은 전지 3매, 소형시트 5매, 기념우표첩 1부를 1인당 판매 수량으로 정했다. 우표를 사고 다시 줄을 서 2번 이상 구매하는 사람도 있었고, 중앙우체국은 이날 오후 3시경 준비한 물량(전지 3,000매, 소형시트 7,500매, 기념우표첩 400부)을 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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