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딸의 초고교급 논문... 사촌까지 뭉친 '스펙 공동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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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딸의 초고교급 논문... 사촌까지 뭉친 '스펙 공동체' 작품?

입력
2022.05.09 04:30
수정
2022.05.0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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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스펙, 입시에 사용되지 않았다" 주장에도
입시전문가 "입시 목적 외엔 이렇게 할 이유 없어"
한 후보자 딸, 고교 1년 때 '콘퍼런스 페이퍼' 작성
방글라데시 대학 석사와 '머신 러닝' 논문 쓰기도
조카는 외숙모와 의학논문 공저 '스펙 공동체' 의혹
교육계 "3루에서 출발했다면 과정 공정했는지 봐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열린 2차 내각 발표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소개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외국 대학 진학에 필요한 스펙을 쌓으려고 ‘가족 찬스’를 적극 활용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한 후보자는 “입시에 사용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고교생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스펙’을 쌓은 것은 입시를 빼놓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는 게 대다수 교육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한 후보자 딸이 작성했다는 논문은 내용과 형식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각종 외부활동에 이어 ‘수상한 논문작성법’도 비슷

8일 한국일보 취재와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동훈 후보자 딸과 조카들이 ‘스펙 공동체’와 다름없이 대입 준비를 함께한 정황이 확인됐다. 봉사활동과 인터넷 저널 창립 등 대외 활동뿐 아니라, 고등학교 시절 작성한 논문에서도 ‘수상한 점’이 잇따라 발견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가 고등학교 2학년 시절 IEEE에 제출한 콘퍼런스 페이퍼(논문). 방글라데시 소재 대학의 석사과정생이 공저자로 적혀있다.

한 후보자의 딸과 조카 2명이 각각 쓴 논문을 살펴본 공과대학 교수 3명과 박사후 연구원 2명은 모두 "비상식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①박사과정생이 쓰는 '리뷰 페이퍼'를 고교생이 작성했고 ②공저자들이 방글라데시(한 후보자 자녀 논문)와 중국, 카자흐스탄 소재 대학(조카 논문)에 재학 중인 석사과정생이라는 점 ③페이퍼에 지도교수(교신저자) 표기가 없고 ④돈만 내면 게재할 수 있는 '약탈적 학술지'나 수준 낮은 콘퍼런스 학회에 다수의 글을 낸 것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한 후보자의 딸과 조카들이 학술대회에 제출한 콘퍼런스 페이퍼는 심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논문' 범주로 분류된다. 한 후보자의 딸은 고교 1학년이던 지난해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주최한 학술대회에 단독저자로 ‘콘퍼런스 페이퍼’를 냈다. 올해 초에는 방글라데시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석사과정생과 함께 글을 썼다. 모두 ‘머신 러닝’에 관한 주제로, 단독저자로 쓴 글은 연구 트렌드를 살피는 ‘리뷰 논문’이었다.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A 교수는 “리뷰 논문은 박사과정 이상 저자가 중요한 논문이라고 생각되는 논문을 추린 뒤 전반적인 트렌드에 대해 기술하는 것”이라며 “고교생 혼자 쓸 수 있는 논문이 아니다. 혼자 할 수 있다면 지도교수나 학회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포항공대 산업공학 박사 B씨도 “지도교수 이름이 없이 논문을 쓰는 경우는 없다”며 “지도교수에게 알리면 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가족 전체가 품앗이?”...외숙모와 의학논문 공저하기도

그래픽=신동준 기자

미국 아이비리그(미국 동부의 유명 사립대 8곳) 소속 치과대학에 진학한 한 후보자의 조카 최씨가 고교생 시절인 2019년 작성한 논문에 대한 의혹도 논란거리다. 이 논문은 최씨가 제1저자, 최씨 외숙모인 서울 시내 유명병원의 이모 교수가 교신저자로 등재돼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카가 고등학생 시절인 2019년 작성한 의학논문. 최씨가 1저자, 최씨의 외숙모가 교신저자로 등재돼 있다. 이 조카는 최근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소속 치과대학에 진학했다.

논문 주제는 ‘점성이 높은 유산균(연쇄상구균 살리바리우스)을 경구용 의약품으로 넣기 위한 최적화 방법에 대한 실험’으로, 고교생이 작성하기엔 쉽지 않은 주제로 분류된다.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C 교수는 “이 논문에선 고교 때 배우지 않은 통계학 방법이 사용됐다”며 “후순위 저자의 경우 논문 몇 개 찾거나 한 단락만 써도 교수 재량으로 이름을 넣어줄 수 있지만, 고교생을 1저자로 넣은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 측은 이에 대해 “연구윤리 규정상 전혀 문제가 없는 논문이며 모든 입증자료를 갖고 있다. 고등학교 재학중인 2018년 하반기 대학 수준의 통계 (Advanced Placement statistics)를 수강했다”고 반박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다른 조카가 고등학생 시절인 작성한 논문. 중국, 카자흐스탄,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석사과정생과 공저한 것으로 적혀있다.

한 후보자의 또 다른 조카 역시 ‘머신 러닝’을 주제로 논문을 썼다. 중국과 카자흐스탄,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저자와 함께 4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부산대 컴퓨터공학과 박사 D씨는 “한 후보자의 딸과 조카가 작성한 논문 주제나 글의 전개구조를 비교해 보니 상당히 유사해, 같은 곳에서 입시 컨설팅을 받고 비슷한 방법으로 대입을 준비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한 후보자의 처형 진모(49)씨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등을 전문으로 하는 입시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전문가 “전형적인 최근 미국 대입 트렌드”

지난달 28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국제고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들이 '무감독 양심 시험'을 치르고 있는 모습. 뉴시스

국제학교에서 미국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에게 논문 작성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한 미국 대입 전문가는 “(한 후보자 딸의 활동은) 전형적인 최근 미국 입시 트렌드”라며 “논문 수준을 떠나 입학사정관에게 전공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열정을 평가받기 위해 이런 활동을 한다. 입시 목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그러면서 “위조나 표절, 대필 등 부정이 개입됐다면, 이는 교육윤리 측면에서 용납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 후보자 딸이 누구나 올릴 수 있는 오픈 액세스 저널인 'ABC Research Alert'에 올린 글에 관해선 대필 의혹이, 수학 문제를 모아 출판한 전자책과 관련해선 표절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한 후보자 측은 “온라인 첨삭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연습용 리포트이고, 수학 문제집은 봉사활동 목적인 데다 원저자 동의도 받았다“며 “실제로 입시 등에 사용된 사실이 없으며 사용할 계획도 없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한 후보자 딸과 조카들이 ①논문 작성에 거의 기여하지 않았는데도 인맥을 활용해 부정하게 저자로 등재했거나 ②의도적으로 약탈적 저널(predatory journal)이나 공신력이 낮은 학술지·학회에 발표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논문을 쓰는 고등학생들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낸 학술지식 콘텐츠 스타트업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는 “②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돈을 내면서까지 약탈적 저널에 논문을 쓰는 이유는 ‘입시용’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으며, 이는 윤리적 문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식이 문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교육 전문가들은 “아직 입시에 활용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한 후보자의 인식에 대해 비판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부처의 핵심가치인 정의와 공정 이슈에 너무 둔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은 “미국 대학 입시는 ‘주변의 가용할만한 자원을 충분히 활용해 사회에 의미있는 기여를 했는지’도 평가 요소로 삼기 때문에 점수 이외의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한국은 '시험 점수'를 가장 공정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시험도 '부모 찬스'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이 시대의 타당한 공정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려대 컴퓨터학부 E 교수는 “어떤 사람은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 자신이 3루타를 친 것으로 안다. 한 후보자 딸은 논문만 봐도 3루에서 출발했다고 봐야 한다”며 “특혜는 없었는지, 과정은 공정했는지 보려고 하는데, 한 후보자가 '문제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갈했다.

조소진 기자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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