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남편 사망 2년 11개월만에 결론·기소
"남편 생활 철저히 통제해 심리적 복종 유도"
"월급 등 뜯어내다 보험금 노려 직접 살해"
'계곡 살인'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피의자 이은해(31)가 피해자인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를 장기간 심리적으로 지배(가스라이팅)하며 경제적 착취를 지속하다가, 이용 가치가 사라졌다고 보아 급기야 보험금을 노리고 직접 살해한 것으로 결론 냈다.
4일 검찰에 따르면 인천지검 형사2부(부장 김창수)는 살인, 살인 미수,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이씨와 그의 내연남 조현수(30)를 이날 구속 기소했다. 사건 발생 2년 11개월 만이다.
두 사람은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쯤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윤씨에게 기초 장비 없이 4m 높이 바위에서 3m 깊이 계곡으로 다이빙하도록 강요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윤씨에게 복어피 등을 먹이거나, 3개월 뒤 경기 용인시 낚시터에서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 미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2011년쯤 윤씨와 교제를 한 이후 지속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착취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씨는 2017년 3월쯤 윤씨와 결혼한 이후에도 다른 남성과 교제나 동거를 하면서 윤씨에 대한 착취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봉 6,000만 원의 대기업 연구원으로 알려진 윤씨는 월급을 이씨나 조씨 등에게 모두 보내고 라면, 생수를 살 돈이 없을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렸다.
검찰 관계자는 "이은해는 피해자(윤씨)의 일상 생활을 철저히 통제하며 극심한 생활고에 빠뜨려 가족‧친구들로부터 고립시켰다"며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거나 저항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등 심리적 지배를 했다"고 말했다. 흔히 가스라이팅으로 불리는 심리적 지배는 한 쪽이 절대적 우위를 가지는 불평등한 관계를 설정한 뒤 끊임 없는 간섭이나 세뇌를 통해 상대방의 자주성을 교묘히 무너뜨리는 행위를 말한다.
검찰은 이씨 등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 원을 타기 위해 직접 살해한 것으로 봐 직접 살인죄를 적용했다. 물에 빠진 윤씨를 구조하지 않아 숨지게 한 '부작위에 의한 살인'(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일부러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 본 것이 아니라, 윤씨가 수영을 못하는 점을 이용해 보험금을 노려 직접 살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마지막 범행은 2017년 8월 가입한 보험 계약 만료(2019년 7월 1일)를 4시간 앞두고 이뤄졌다. 실패한 1·2차 살해 시도 전에는 실효된 보험을 되살리기도 했다. 이씨는 2019년 11월 남편의 생명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회사가 사기 범행을 의심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죄를 적용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 등은 피해자의 효용 가치가 없어지자 보험금을 노리고 살해 계획을 세워 수 차례 시도 끝에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피해자를 계곡에 데리고 갈 때 살해 고의가 이미 존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이씨와 조씨는 사건을 담당한 주임 검사가 인사 이동할 때까지 도피 생활을 계속하겠다는 치밀한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사 검사가 강압 수사를 했다'고 비난하는 기자회견문을 써놓는 등 검거 이후를 위한 언론플레이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람은 도주 4개월 만인 지난달 16일 은신처인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역 인근 오피스텔에서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검거팀에 붙잡혔다. 검찰은 이들의 도피 생활을 도운 30대 남성 2명을 구속하고, 또 다른 조력자 2명도 입건한 상태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은신처인 오피스텔을 압수수색, 천장에 숨겨둔 휴대폰 5대, 노트북 1대, 이동식 저장장치(USB) 1개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검찰은 윤씨 양자로 입양된 이씨의 딸에 대한 가족관계 등록 사항 정리를 요청하는 유가족 요청을 받아들여 전날 인천가정법원에 입양 무효 확인 소송도 냈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 유가족에게 장례비와 생계비 등을 지급했다"며 "향후 심리치료 등 필요한 지원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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