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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검찰 수사권 대폭 축소... 모호한 조항 많아 혼란·피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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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검찰 수사권 대폭 축소... 모호한 조항 많아 혼란·피해 우려

입력
2022.05.04 05:00
수정
2022.05.04 09:04
2면
0 0

70년 형사사법체계 중대 변화
검찰, 6대 범죄서 부패·경제만 수사
선거범죄는 논란에 연말까지 유보
수사와 기소 분리 기준 불명확해 혼란
"사회적 약자 고발 가로막혀" 비판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박 차장검사는 "앞으로 헌법소송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검토하는 등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주연 기자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박 차장검사는 "앞으로 헌법소송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검토하는 등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주연 기자

검찰 수사권을 대폭 축소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돼 국가 형사사법체계는 중대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70여 년간 수사와 기소를 독점해온 검찰의 권한 남용을 줄이려는 시도지만, 수사기관에는 혼란을, 국민에게는 피해를 안길 것이란 우려가 만만치 않다.

검찰 직접수사 범위는 올해 9월부터 대폭 줄어들고, 기소권도 일부 제약을 받는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은 6대 중요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만 직접 수사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부패와 경제범죄 수사만 남게 됐다. 1년 만에 합리적 설명 없이 수사권이 대폭 축소되면서 "검찰 힘빼기"라는 성토가 빗발쳤다. 다만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검찰 수사 피하기 논란이 일자 선거범죄는 연말까지 검찰 손에 맡기기로 했다.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 한국일보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개정안. 한국일보

하지만 대장동과 산업부 블랙리스트,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굵직한 수사를 검찰이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부칙에 법안 시행 뒤 사건 이송에 관한 경과조치가 담기지 않아 수사 계속 여부를 두고 법조계 의견이 분분하다.

검사는 앞으로 직접 수사개시한 부패와 경제범죄는 공소제기를 할 수 없다. 수사검사가 확증 편향과 성과 압박에 시달려 무리하게 기소하는 폐단을 걸러내겠다는 게 입법 의도로 9월 법 시행 뒤 기소하는 사건부터 적용된다.

문제는 수사와 기소 분리 기준이 모호해 혼란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수도권 검찰청의 형사부 부장검사는 "수사기록만 살펴본 검사가 기소하게 되면, 기록만 보고 판단하는 대법원과 다를 게 없고, 수사검사가 작성한 '공판카드'(사건 경위와 피의자 특성 정리 기록)를 읽고 기소 여부를 판단한다면 현행 공판부 검사와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수사와 기소 분리 취지에 공감하는 법조인들도 "형식적 분리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졸속 입법에 대한 법조인들의 문제의식도 상당하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의 시정조치 요구 불이행과 위법한 체포·구속 사건, 이의신청 사건에 대해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검사가 수사하도록 했지만, '동일성'에 대한 정확한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아 혼란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경찰의 수사권 남용이 의심돼 검찰의 보완수사가 더욱 필요한데도, 모호한 동일성 개념으로 수사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장은 "입법 취지가 별건수사 폐해를 예방하자는 것 같은데, 개정안은 결이 완전히 달라 일반 국민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고발인을 이의신청 대상에서 뺀 것을 두고도 법조계에선 이구동성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사회적 약자를 대표해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이 경찰의 부실수사나 판단 착오 시 그대로 묻힐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정치권의 무분별한 고발을 의식해 고발인을 제외한 것으로 보이지만, 고발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해 해결하지 않고 고발인의 권한 자체를 박탈하는 것은 문제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참여연대는 "수사와 기소 분리를 실현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며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논의를 비롯한 후속 입법과 보완작업 착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는 지방선거를 치르고 민심에 따라 후속 대책을 논의하지 않겠느냐"며 "위헌성을 판단할 헌법재판소 역할도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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