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동맹' 文 정부와 차별화 노릴 듯
고조되는 북핵 위협에 맞서 공조도 필수
촉박한 시간에 "美에 끌려갈 수도" 우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자마자 호재를 만났다. 28일 내달 20~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정상회담(21일) 일정이 확정되면서 정부 출범 직후 ‘윤석열표 한미동맹’을 선보일 확실한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한미협력 재정립은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기 위해 윤 당선인이 가장 공들이는 외교분야다.
일단 역대 최단기 정상회담 개최 기록을 세우는 등 분위기는 좋다. 단 미국이 내밀 패가 만만치 않다. 바이든 행정부가 내건 ‘포괄적 전략동맹’은 중국ㆍ러시아 견제 성격이 다분해 합의문에 어떤 알맹이가 담기느냐에 따라 차기 정부의 색깔을 선명히 드러낼 수도, 미국에 끌려 다닐 수도 있다.
'포괄적 협력', 文정부와 차별 포인트 찾아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한미정상회담 의제로 △한미동맹 발전 및 대북정책 공조 △경제안보 △주요 지역ㆍ국제적 현안을 꼽았다. 백악관은 △안보 관계 심화 △경제적 유대 강화 △실질적 결과로 도출하기 위한 긴밀한 협력 확대 등을 제시했다.
양측의 의제를 아우르는 교집합은 포괄적 전략동맹이다. 핵심은 대북공조가 중심이던 기존 한미동맹 범위를 지역과 의제 양면에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5월 워싱턴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회담에서 토대는 마련됐다. 당시 공동성명엔 기후위기, 5세대(5G), 6G 협력, 공급망 협력 등과 함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ㆍ태평양 지역’ 문구가 들어갔다.
이런 큰 틀의 방향성을 보다 구체화하겠다는 게 인수위의 구상이다. 특히 동맹 강화를 넘어 ‘재건’까지 주장하는 윤 당선인 입장에선 새로운 슬로건을 내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여건은 나쁘지 않다. 한미정상회담 직후 미국 일본 인도 호주의 안보협의체 ‘쿼드(Quad)’ 정상회의가 24일 일본에서 열리는 만큼, 한국이 선제적으로 쿼드 워킹그룹 참여를 제안해 동맹 재정립의 발판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워킹그룹을 포함해 인ㆍ태지역 차원에서 한미일의 실질적 협력 도모가 회담의 노른자위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단기 회담'의 그늘... 청구서만 받아들 수도
북핵 대응 논의도 필수다. 다음 달 7차 핵실험 등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예상돼 양국의 공동 대처 방안은 비중 있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 최근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내비친 북한의 위협에도 대화와 제재, 동시 대응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 변화를 끌어내는 게 윤 당선인의 과제다. 그의 공약인 외교ㆍ국방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 확대 등이 세부 대책으로 거론된다.
다만 한 차례 만남을 통해 획기적인 북핵 출구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가 무너진 상황이라 양측 모두 쓸 카드가 마땅치 않다. 중국과 러시아에 집중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처럼 북한 문제에 사실상 ‘전략적 인내’로 일관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외교소식통은 “정상회담 의제로 북핵을 강조한 인수위와 달리 백악관이 북한을 공개 언급하지 않은 점이 못내 걸린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미국의 값비싼 ‘청구서’만 받아들 수도 있다. 준비 기간도 극도로 짧거니와 정상회담이 쿼드 회의 직전 열리는 만큼 회담 의제가 자칫 쿼드에 종속될 여지를 배제하기 어려운 탓이다. 게다가 포괄적 동맹에는 미국이 요구하는 협력 의제가 늘어난다는 의미 역시 담겨 있다. 중러 압박을 위한 한국의 역할 확대가 그것인데, 막대한 경제적ㆍ외교적 타격이 수반돼 한국에 상당히 부담스러운 주제다. 지난해 대만해협 및 남중국해 문제가 한미정상회담 성명에 포함되자 중국이 즉각 반발한 전례도 있다.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선명성’을 취하겠다는 새 정부의 호언장담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얘기다.
회담 장소 '용산 집무실' 급부상
불과 20여 일 뒤 바이든 대통령을 맞이하게 되면서 인수위는 실무 준비에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최대 관심은 회담이 어디서 열리느냐다. 용산 국방컨벤션 및 호텔, 청와대 영빈관 등이 그간 거론됐지만 인수위는 요즘 국방부 청사에 마련될 대통령 집무실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현재로선 모든 후보지에 똑같은 가중치를 두고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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