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내각 인선 두고 '통합 없는 인사' 쓴소리
소상공인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이 선결 과제
22대 국회 들어서야 권력구조 개편 논의 가능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연달아 맡아 매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자타공인 '킹메이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윤석열 당선인 취임 후 첫 번째 과제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구조의 해소'를 꼽았다.
26일 열린 '2022 한국포럼'에서 '어떤 대통령이 되어야 하나' 주제로 특별대담에 나선 김 전 위원장은 '협치의 정신'을 그 해법으로 꼽으면서 "50% 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국정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과 대선 레이스 초반을 함께했다 갈라선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인선이나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대담은 김영화 한국일보 뉴스부문장이 진행했다.
-인수위 활동 기간이 2주 남았다. 평가를 하자면.
"인수위 출범 한 달여가 지났지만, 어떤 국정과제를 가지고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얘기가 나오지 않아서 활동에 대한 평가가 어렵다."
-'서오남(서울대·50대 이상·남성) 내각'이라는 말이 나온다. 1기 내각 인선은 어떻게 평가하나.
"윤 당선인은 역대 대선에서 가장 근소한 차로 당선됐다. 윤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는 50%를 어떻게 포용하느냐가 중요한데 이번 인선에선 통합의 의미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장관 후보자 검증 국면에서 '조국 사태 때와 다를 게 뭐냐'는 말도 나온다. 사사로운 인연에 이끌린 인선이라는 느낌도 준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윤 당선인의 지지율이 지난 선거에서 얻은 표를 넘지 못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장관 인선이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빨리 시정하지 않으면 꽤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윤 당선인이 '맏형 스타일이다', '소탈하다' 등 장점도 거론되지만, 정치 경험이 짧고 경제를 다뤄본 적이 없어 걱정이라는 말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어떤 리더십으로 국정을 펼쳐 나가야 할까.
"윤 당선인은 정치를 모르고 전문지식이 없어도 사람만 잘 고르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런 사고로는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 당면 문제의 경중을 판단하고, 어떤 사람이 문제 해결의 적임자인지를 생각해야지, 막연히 사람에 의존해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현재 경제팀이 위기의 한국 경제를 잘 이끌 적임자인가. 그리고 새 정부가 가장 집중해야 할 과제를 꼽는다면.
"2년간의 코로나로 황폐화된 소상공인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다. 경제구조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막연히 '모두 시장에 맡긴다'는 식으로 얘기하면 우리 사회 갈등을 해소할 수 없고, 그러면 경제 발전도 어렵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율로는 경제동력을 찾기 어렵다. 금전적 혜택을 준다고 출산율이 오르지 않는다. 사회 전반이 제대로 혁신돼야 한다. 단기·중장기 과제를 명확히 설정하지 않고서는 5년 임기가 힘들 것이다."
-여러 정책 과제가 많은데 의외로 용산 집무실 이전이 새 정부의 1호 공약이 됐다.
"별로 중요한 과제가 아니다. 집무 위치에 따라 소통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대통령의 제왕적 모습은 헌법이 대통령에 막강한 권력을 위임하고 있어서 생기지, 대통령이 특정 공간에서 집무해서 생기는 건 아니다."
-민주당이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동안 미뤄놨다가 정권교체를 앞두고 갑자기 추진하려는 건 납득이 안 된다. 새 정부 출범에는 협조한 뒤 야당의 입지를 생각해야지, 처음부터 '딴 생각'을 가지고 새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합리적인 태도가 아니다. 다만 지금 야당도 국회에서 다수결로 의결이 되면 헌법재판소에 가서 위헌 여부를 판단하면 되지 굳이 정치권의 극단적 대치상황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
-얼마 전 펴낸 책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진영이 아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려면 어떤 덕목을 갖춰야 할까.
"엊그저께 프랑스에서 당선된 마크롱 대통령도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의 뜻을 어떻게 수용해 정치를 할 것인가를 1순위 과제로 내놨다. 윤 당선인도 50% 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국정을 펼쳐야 한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여소야대 국회가 된다. 정계개편 구상이 있을까. 없다면 윤 당선인은 어떤 자세로 국정을 펼쳐 나가야 하나.
"인위적 정계개편은 혼란만 야기한다. 당면 과제를 바로 인식하고 긍정적 해결 방안을 고민해야지, 당장 여소야대니 야당을 교란·분열시켜 권력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은 안 하는 게 현명하다. 대통령이라면 여소야대라도 나의 지도력으로 어떻게든 끌고 간다고 판단해야지, 너무 쉬운 방법을 택하면 부작용만 난다."
-권력구조를 바꿔야 불행했던 대통령제의 과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얘기하셨다. 새 정부가 개헌을 추진한다면 언제가 적기인가.
"2년 후 22대 국회가 새로 선다. 선거 결과에 따라 그런 문제가 거론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지, 당장 윤 정부 체제하에서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개헌 논의는 없을 것 같다."
-오늘 주제가 '어떤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이다. 윤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해 줄 마지막 당부는.
"윤 당선인이 취임과 동시에 1차 과제로 생각해야 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 구조의 해소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다른 정책도 성과를 거둘 수 없다고 확신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