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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가스에 중금속까지… '지구의 미래'마저 저당 잡은 우크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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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가스에 중금속까지… '지구의 미래'마저 저당 잡은 우크라 전쟁

입력
2022.04.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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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가스 퍼지고 식수 오염
“환경 피해 수십 년 갈 수도”
인접국, 오염 안전지대 아냐

18일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 러시아군의 미사일이 떨어지면서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르비우=로이터 연합뉴스

18일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 러시아군의 미사일이 떨어지면서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르비우=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현지 환경이 심각한 수준으로 오염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대기와 토양, 하천 생태계가 대거 파괴되면서 우크라이나인은 물론 인근 국가 주민들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욕이 지구의 미래마저 저당 잡고 있다는 얘기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환경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공격 이후 우크라이나의 수질과 공기 등이 오염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화학 물질을 보유한 공장과 건물 수천 곳에 포탄이 떨어지고 불이 붙으면서 엄청난 양의 유독가스와 중금속, 먼지가 배출되는 탓이다.

실제 앞서 4일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 인근 테르노필 지역에서는 비료 저장고가 러시아의 순항미사일에 파괴되면서 강물을 오염시켰다. 현재 강 하류 지역의 암모니아와 질산염 농도는 정상치보다 각각 163배, 50배 높은 상태다. 현지 당국은 지역 주민들에게 당분간 어업을 금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우크라이나 환경단체 ‘에코액션’은 수도 키이우와 제2도시 하르키우, 동부 루한스크주(州) 등 격전이 벌어졌던 곳곳에서 오염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폐수 문제도 심각하다. 네덜란드 구호단체 ‘팍스’에 따르면 2월 24일 개전(開戰) 이후 지금까지 댐 등 우크라이나 수자원 시설 10여 곳이 공격받았다. 이후 오염수는 그대로 강으로 방류되고 있다. 토양 황폐화는 물론, 식수원인 지하수 오염으로 주민들이 마실 물조차 구할 가능성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저수지 수백 곳에는 광공업에 따른 폐수 60억 톤이 저장돼 있는데, 이들 시설이 파괴될 경우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1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도시 부조바에서 마을 주민들이 파괴된 채 거리에 방치된 러시아군 탱크를 살펴보고 있다. 부조바=AFP 연합뉴스

지난달 1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도시 부조바에서 마을 주민들이 파괴된 채 거리에 방치된 러시아군 탱크를 살펴보고 있다. 부조바=AFP 연합뉴스

대기 오염은 ‘숨 쉬는 문제’와 직결된다. 네타 크로포드 미 브라운대 전쟁비용프로젝트 책임자는 “우크라이나 전역의 연료 저장소가 러시아 공습 목표물이 되면서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배출량이 폭증했다”고 지적했다. 탱크 등 군용 차량이 내뿜는 매연과 건물 붕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멘트 먼지 역시 오염을 가속화한다. 영토 내 방치된 수만 개의 군사 장비가 부식되는 과정에서 중금속 오염을 초래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원전이다. 원전 공격은 ‘인류 재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국 비영리단체 국제환경법센터의 캐롤 머핏 최고경영자(CEO)는 미 공영라디오 NPR에 “우크라이나 내 15개 활성 원자로 중 하나에서 재해가 발생하면 유럽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체르노빌 사태에서 봤듯 수십 년의 악몽이 다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쟁 장기화와 동부 돈바스 지역으로의 공격 집중은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당장 돈바스 지역에는 우크라이나 석탄 광산의 70%가 몰려있고 철강, 중화학 공업 단지가 밀집해 있다. 돈바스가 ‘우크라이나 경제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러시아가 동부 전선으로 전쟁의 초점을 옮기는 만큼, 공장 타격에 따른 대기ㆍ토양ㆍ수질 오염이 불 보듯 뻔하다. WSJ는 오염 물질이 바람이나 강물을 타고 국경을 넘어 인접국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오염을 정화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한 탓에 장기간 아동 발육 지연, 암, 호흡기 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총알과 포탄이 멈춘 뒤에도 전쟁이 불러온 환경 오염은 오랜 기간 남아 인간의 삶을 황폐화시킨다는 얘기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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