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
"한동훈, 자질·능력 봐선 손색없어...맹종 스타일 아냐"
"정호영, 스스로 용기 내어 현명한 판단할 때"
"민주당, 전략공천으로 송영길보다 이낙연 택할 듯"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CBS 제공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이 19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이른바 '낙마리스트' '데스노트'에서 1순위로 꼽히며 이번 윤석열 당선인의 인선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능력이나 자질로 봐선 손색이 없으며, 이번 인선 중 가장 신선한 인물"이라며 "대통령에게 무조건 맹종하는 스타일 아닌 쓴소리할 유일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다만 자녀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 논란 등으로 자질 문제가 불거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향해선 "스스로 용기를 내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며 '자진사퇴' 쪽에 무게를 실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당선인의 인선에 대해 "전반적인 내각의 인선이 일반 국민에게 큰 감동은 없는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조금 신선한 맛이라도 있는 사람이 한동훈 후보"라고 평했다.
김 전 위원장은 '한 후보자 지명이 제일 잘한 인사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자질도 그렇고 자기 주장도 한 후보자 스스로 얘기했지만 대통령이라고 해서 무조건 맹종을 하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첫 출근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이어 "과거 한 후보자를 데리고 있던 상관들 얘기를 들어보면, 상관의 말도 자기의 뜻에 맞지 않으면 듣지 않는다고 하더라"며 "자기 소신이 투철한 사람이라고 보기 때문에 내각에는 그런 사람이 하나 정도 있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우려하는 것처럼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권을 가지고 있어 '일체된 라인' 형성 아니냐는 지적에 "당선인과 비교적 가까운 관계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당선인이 어떠한 다른 방향으로 가는 걸 시정할 수 있게 말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 전 위원장은 "대통령이라는 게 어려운 자리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말에 잘 거부하기가 힘들다"며 "그러나 대통령하고 친근한 사이일 것 같으면 대통령의 얘기도 반대할 수 있는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다고 본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한 후보자에 대해 '최악의 인사'라며 대치하는 상황에서 협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우려에 "민주당과 최악의 관계라는 건 내가 보기에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하는데, 민주당에서 지금 한 후보자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조국 사태 때 철저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그것에 대한 불만"이라며 "그래서 한 후보자에 대해 거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그 외에는 지금 한 후보자와 민주당은 특별한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尹, 정호영 인선 판단 잘못하면 후회할 일 남을 것"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인사청문회준비단이 마련된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로 출근하며 자녀들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재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위원장은 정호영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자진사퇴'를 띄우며 "윤 당선인이 법률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후보자는 최근 자녀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 논란, 아들의 병역 등급 판정 논란 등 '아빠 찬스' 의혹에 대해 기자회견을 자청해 반박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한 상황이다. 윤 당선인 측은 "정 후보자에 대해 청문회에서 판단해달라"며 인선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정 후보자는 19일 오전 인사청문회준비단 출근길에서 의혹들과 관련해 "현재까지 단 하나의 의혹도 불법이거나 부당한 행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저는 자녀들 문제에서 단 한 건도 불법이거나 도덕적으로 부당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사실상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에 "윤 당선인이 강조하는 게 소위 공정과 상식인데 거기에 비춰본다면 과연 이 사람(정 후보자)은 상식에 맞는 짓을 했느냐 하는 것을 전제로 판단하는 게 옳다"면서 "결국 일반 국민의 상식에 맞느냐 안 맞느냐를 생각해야 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배현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이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일일브리핑을 하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청문회 자리에서 판단해달라"고 밝히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측은 '팩트로써 입증된 게 없다, 불법이라고 팩트로 입증된 게 있느냐'는 주장을 펴는 것에 대해선 "팩트로 입증된 것이 없다는 것은 다시 말해 법률적으로 위배되는 게 없다는 얘기 아니겠느냐"며 "정치적인 판단을 갖다가 꼭 법률적인 잣대만으로 판단해서는 항상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만약 정 후보자가 사퇴를 거부할 경우에는 "본인으로서는 장관이라는 자리가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하겠지만, 대국적인 면에서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는데 나로 인해서 여러 가지 장애가 될 것 같다고 한다면 본인 스스로가 용기를 내서 판단을 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윤 당선인이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과거 정권에서 하던 짓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본다"면서 "일반 국민의 정서에 맞느냐 안 맞느냐 판단을 해야지 그냥 일방적인 생각만 밀어붙일 것 같으면 과거랑 다른 게 뭐가 있나. 나중에 후회할 일만 남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민주당 지도부, 이낙연 내세울 것"
이낙연(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 오대근 기자·뉴시스
김 전 위원장은 6·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서울을 전략선거구로 정한 것에 대해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하겠다며 이미 공식 선언을 했는데, 민주당 비대위가 전략공천으로 방향을 설정한 것은 비대위 자체는 특정한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있지 않나 싶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략공천을 하겠다 그러면 사람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야 하는 거지 막연하게 한다는 얘기는 안 했을 것"이라며 "특정한 사람, 이 사람을 내보내면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거지 그렇지 않으면 전략공천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지도부 머릿속에는 "지금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송 전 대표 말고는 이낙연 전 대표가 가장 가능성이 있지 않나 싶다"면서 "전혀 배제할 수 없고, 그 사람(이 전 대표)도 일단 정치인인데 주변에 여러 가지 여건이 자기를 추대하는 쪽으로 가면 아마 출마할 가능성 있다고 난 본다"고 전망했다.
또한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른바 '이재명 조기 등판'에 대해선 "이재명 상임고문이 그렇게 머리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선 끝나고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출마하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 출마했던 사람이 그렇게 단기로 상황 판단하리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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