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메디힐 한국일보 챔피언십
첫날 궂은 날씨에도 갤러리 700여 명 입장
"너무 기다린 유관중 대회…속이 뻥 뚫리는 기분"
"선수와 같이 걸으며 호흡할 수 있다는 게 매력"
"TV로만 보려니 2년 동안 너무 답답했어요. 그래서 다시 갤러리를 받는다는 뉴스가 떴을 때 완전 설렜죠."
2022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총상금 10억 원)이 14일 경기 여주 페럼클럽(파72)에서 개막했다. 갤러리가 있는 골프 대회는 2020년 시즌 이후 약 30개월 만이다. 이날 대회장은 골프 선수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찾은 700여 명의 갤러리로 북적였다. 평일 첫날이라는 점과 비바람이 분 쌀쌀한 날씨를 감안하면 예상을 웃돌았다.
누구를 응원할지 상의하는 부부 동반 갤러리부터 특정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온 팬클럽 회원들까지 다양했다. 박현경의 사진이 새겨진 깃발을 가방에 꽂고 다니는 팬들도 눈에 띄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박현경 선수 경기를 챙겨 다녔다"는 열성팬도 있었다. 선수가 티샷이나 퍼팅을 칠 때는 '침묵 에티켓'을 잊지 않았고, 샷이 끝나면 "나이스 샷" "파이팅"을 목청껏 외쳤다.
모두들 오랜만에 찾아온 유관중 대회를 마음껏 즐겼다. 최혜진 팬클럽 회원으로 시작해 이젠 박현경·임희정의 경기를 챙겨 본다는 팬클럽 닉네임 앵두(60)씨는 "오랜만에 갤러리가 되니까 너무 좋다. 집이 조금 멀긴 하지만 마지막 날까지 매일 올 거다. 다시 오니까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은 '기름값, 톨게이트비 써 가며 뭐 하러 멀리까지 돌아다니냐'고 하는데 나한테 갤러리는 그 이상의 값어치가 있다. 직장을 다니면 백만 원을 버는데 갤러리를 다니면 천만 원을 버는 기분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몸이 좋지 않았는데 파란 잔디를 보고 같이 호흡하면서 돌아다니면 생각도 맑아지고 몸도 건강해진다"고 '골프 예찬론'을 펼쳤다.
닉네임 여의주(58)씨도 유관중 대회가 반갑긴 마찬가지다. 그는 "한참 경기를 다닐 때는 집에는 3일 있고 4일은 골프장에서 살았다. 해외 경기를 따라간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갤러리 받기를 기다렸다"며 "예전에는 골프 치는 것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갤러리가 더 재밌다"고 말했다.
임희정 팬클럽에서 활동하는 닉네임 희동이(57·김포)씨는 "휴가를 내고 아침에 130㎞를 달려왔다"며 "갤러리를 받는 첫 대회인데 놓칠 수 없었다"고 껄껄 웃었다. 그는 "갤러리의 매력은 선수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것이다. 테니스나 야구는 팬들이 지정석에 앉아 있지만 골프는 1홀부터 18홀까지 따라다니며 같이 호흡할 수 있다. 힐링이 되고 너무 좋다"고 즐거워했다. 이어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우승 상금 1억 원짜리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갤러리는 하루에 2,500만 원짜리 경기를 본 거다. 정말 그런 기분이 든다"고 비유했다.
아쉬운 소식도 있었다. 지난 시즌 KLPGA 투어에서 1승을 거두면서 대상 포인트 순위 2위를 차지했던 임희정이 개막 이틀 전 차 사고를 당해 결국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이튿날에는 직접 팬카페에 글을 올려 "안 좋은 소식을 들려드리게 되어 죄송하다"며 소식을 전했다. 임희정을 보러 대회장에 왔다는 한 팬은 "엄청 준비를 했을 텐데 너무 안타깝다"며 "너무 걱정하지 말고 몸을 챙겼으면 좋겠다. 액땜했다고 생각하자"고 안타까운 마음과 위로를 전했다. 임희정은 자신 때문에 일부러 페럼클럽까지 찾은 팬들과의 현장 만남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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