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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확진되면 '격리비 폭탄'… 해외여행 회복 걸림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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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확진되면 '격리비 폭탄'… 해외여행 회복 걸림돌 되나

입력
2022.04.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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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격리 따른 숙박비·식비·위약금 추가 발생
전액 보상국은 일부뿐…여행보험도 보장 안 해
여행사 "수요 회복 걸림돌 될라" 자체 보상책도

이달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 해외여행객들이 붐비고 있다. 뉴스1

이달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 해외여행객들이 붐비고 있다. 뉴스1

그리스를 여행하던 구다연(30)씨는 지난달 28일 귀국을 앞두고 받은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5일 의무 격리에 들어갔다. 그리스 정부는 해외 여행객에게 출국 72시간 전 PCR 검사를 받도록 하고 지정 시설 격리자에겐 비용을 지원한다. 하지만 구씨는 시설에 자리가 없어 자부담 격리를 했다. 숙박비(일일 기준 150불)와 식비(100불)로만 150만 원이 들었고, 귀국 일정이 지연되면서 200만 원대 항공료도 환불이 어렵게 됐다. 울며 겨자 먹기로 네덜란드로 가서 100만 원을 내고 귀국 항공편 표를 새로 끊었다. 격리로 발생한 비용이 총 450만 원이 넘는데 만회할 길은 없다. 여행자보험도 자가격리 비용은 보상하지 않아서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진자 감소와 국내 입국자 자가격리 의무 완화로 해외 여행자가 급증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여행지에서 확진돼 격리 조치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다수 국가가 5일 이상 격리 규정을 두고 있어 확진 시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되지만, 상당수 국가는 격리 비용을 지원하지 않는 데다가 국내 여행자보험 상품 또한 격리 비용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 여행이 본격 재개되면 현지에서 '비용 폭탄'을 맞는 여행객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자가격리비 문제, 내달부터 본격화 가능성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로 해외 여행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4일 서울 중구 참좋은여행 직원들이 해외 여행 상담 전화를 받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로 해외 여행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4일 서울 중구 참좋은여행 직원들이 해외 여행 상담 전화를 받고 있다. 뉴스1

18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해외 여행객의 격리 비용 발생은 다음 달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근 가파르게 늘어난 여행 상품 예약자가 대거 출국하는 시점이 5~7월이기 때문이다. G마켓·옥션의 최근 1개월(3월 11일~4월 10일) 해외 항공권과 현지 투어 상품 판매는 전기 대비 각각 876%, 781%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유럽 여행 예약이 활발한데 통상 2~3개월 뒤 출발하는 상품을 예약한다"며 "국토교통부의 국제선 증편 계획도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고 설명했다.

여행 도중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일정 기간 격리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피하기 힘들다. 한국인에게 여행지로 인기 높은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G마켓·옥션의 항공권 예약 판매량 기준 상위 5개 여행지는 △프놈펜(캄보디아) △로스앤젤레스(미국) △하와이(미국) △마닐라(필리핀) △방콕(태국)인데, 해당국의 확진자 의무 격리 기간은 △캄보디아 최소 7일 △미국 5일 △필리핀 7~10일 △태국 10일이다.

여행국에 따라선 격리 및 입원치료에 따르는 비용을 지원하는 나라도 있다.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호주 등 59개국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60개국은 비용 일부만 지원하고 54개국은 지원이 전혀 없어 여행자 본인 부담이 불가피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캄보디아 미국 태국은 여행자가 격리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하는 '미지원 국가'고, 필리핀은 입원료는 지원하지만 식비·치료비는 지원하지 않는 '일부 지원 국가'다. 구씨의 사례처럼 정부가 전액 지원 방침을 세운 국가라도 현지 상황에 따라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국내 보험사 "격리 비용 보장 계획 없어"

여행자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해외 보험사 사이트.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에 들어가게 되는 경우 추가로 지출된 숙박비를 보장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웹사이트 캡처

여행자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해외 보험사 사이트.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에 들어가게 되는 경우 추가로 지출된 숙박비를 보장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웹사이트 캡처

여행자 입장에선 보험 가입을 통해 격리 위험에 대비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여행자보험은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통원·조제·입원 비용은 실손 보상하지만 숙박비, 식비, 위약금 등 비의료 비용은 보장하지 않는다. 한국일보가 주요 손보사 7곳에 문의한 결과 이들 가운데 자가격리 제반 비용을 보장하는 여행자보험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회사는 없었다.

일부 여행객은 해외 보험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엔 코로나19 확진에 따른 자가 격리로 발생하는 숙소 비용을 정액 보상하는 보험 상품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몸이 단 쪽은 여행사다. 자가격리 우려가 여행 수요 회복세를 꺾을세라 일부 회사들이 자체적으로 비용을 보상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나투어는 지난 5일 기획 여행 상품 고객에게 귀국 항공권·숙소·식사 등 현지 격리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모두투어도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격리 비용을 지원한다. 여행업체 관계자는 "보험사들과 격리 비용을 보장하는 여행자보험 출시를 수개월 전부터 논의했지만 진전이 없다"며 "정부가 기준을 마련해줄 법도 한데 뒷짐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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