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박진·통일 권영세 모두 중진 4선
'북핵 위협' '미중 갈등' 엄중 상황 감안
"미국통 일색, 약점 될 수도" 일각 우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새 정부 내각 2차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13일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안보 진용의 윤곽이 드러났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이 아직 남아 있지만 10일 국방부에 이어 외교부ㆍ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발표되면서 대강의 라인업이 완성된 것이다. 두드러진 특징은 권영세, 박진 등 ‘실세 정치인’의 전면 배치다.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뿐 아니라 미중 전략경쟁, 경제안보 등 국내외 정세가 난마처럼 얽힌 ‘복합 안보 위기’ 상황을 감안해 외교안보 분야에 힘을 싣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다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 단계부터 약한 고리로 지목된 ‘균형자 부족’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점은 걸린다.
"실세 정치인, 초반 정책 드라이브에 적격"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지명된 박진 외교부ㆍ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4선 중진’의 현역 의원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박 후보자는 1년 남짓 외무부 사무관으로 일했고, 권 후보자는 10년간 검사로 근무했지만 2000년대 초 정계에 투신한 직업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또 둘 다 윤 당선인의 측근, 즉 ‘실세’로 평가받는다. 박 후보자는 선거 초반부터 윤 당선인과 주요 외교 인사들 면담 자리에 빠짐 없이 동석해 일찌감치 외교장관 1순위 후보로 꼽혔다. 권 후보자도 1월 윤 당선인이 선거대책위원회 해체라는 강수를 둔 뒤 만든 선대본부를 이끌면서 ‘신(新)윤핵관’으로 자리매김했고, 인수위 부위원장까지 지냈다. 두 사람 모두 윤 당선인의 서울대 선배로 학술 동아리 ‘형사법학회’에서 공부한, 사적 인연도 있다.
윤 당선인과 두 후보자가 아무리 두터운 신뢰로 맺어졌다 해도, 안보의 양대 축 외교ㆍ통일 장관에 현역 정치인을 동시 기용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외교부의 경우 정치인 출신 수장은 21년 전 김대중 정부 당시 한승수 전 장관(2001년)이 마지막이었다. 통일 장관 역시 당초 인수위는 오랜 남북관계 냉각기와 급증한 북핵 위협을 고려해 특정 진영에서 활동하지 않은 전문가 발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정치 실세를 중용한 것은 ‘한반도 새판 짜기’가 시급하다는 윤 당선인의 정세 분석이 작용했다는 풀이가 많다. 이미 문재인 정부의 남북ㆍ한미관계를 확 뜯어고치겠다고 선언한 만큼, 대통령의 뜻을 잘 받들고 힘 있는 장관들을 배치해 정부 초기부터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려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이 ‘인도ㆍ태평양 전략’을 본격 가동할 채비를 마치면서 동북아를 넘어 격변하는 글로벌 외교안보 파고에 대처하려면 적극적이고 빠른 정책 결정이 최우선 덕목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 초기 외교안보 정책을 놓고 청와대의 과도한 개입이 반면교사가 됐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물론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까지 세 명 모두 총괄 실무 경험이 없어 이번에도 국가안보실이 정책 수립과 실행을 주도할 가능성은 있다.
美 편중 인선은 '협상 공간' 좁혀

박진(가운데)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한미정책협의대표단의 방미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점과 마찬가지로 약점도 뚜렷하다. 국가안보실장으로 유력한 김성한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간사까지 더해지면 외교안보 라인이 ‘미국통’ 일색이다. 주중대사를 지낸 권 후보자도 통일부가 중국을 직접 맞닥뜨리지는 않아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방향성이 확실한 건 나쁘지 않으나, 여러 상대와 수싸움을 해야 하는 외교안보 특성상 협상 선택지를 줄일 위험이 큰 셈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놓고 중국 견제 포위망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한 미국에 굳이 우리가 먼저 ‘무조건 미국 편’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은 좋은 협상 전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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