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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러시아어 안 쓴다" 우크라, 러시아 문화 지우기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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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러시아어 안 쓴다" 우크라, 러시아 문화 지우기 가속

입력
2022.04.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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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연맹국 '키이우 루스'에 뿌리 둔 우크라·러시아
전쟁 이후 러시아어 사용 거부하고 반러 감정 고조
젤렌스키 "러시아어 이젠 범죄와 추방의 의미돼"
"푸틴의 전쟁이 우크라 민족주의 고조시켜"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의 러시아 문인 막심 고르키 공원 내 동상에 구멍이 나 있다. 하르키우=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의 러시아 문인 막심 고르키 공원 내 동상에 구멍이 나 있다. 하르키우=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에 사는 리디아 칼라시니코바씨는 전쟁 직후 러시아어를 더 이상 쓰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인인 그는 러시아어를 공용어로 사용했고 그의 친척 대부분도 러시아어를 구사했다. 그는 “러시아군의 로켓포가 도시를 강타했던 그 순간부터 러시아어를 완전히 거부하게 됐다”며 “전쟁 범죄 국가의 언어를 내 입에 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탈(脫)러시아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중세 시대 연맹국가였던 ‘키이우 루스’에서 출발해 역사적 뿌리가 같다. 민족, 언어, 종교 등도 유사하다. 이를 근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해방시키겠다며 침공을 강행했지만, 오히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민족주의가 고조되고 반러 감정이 확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의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어 사용을 거부하고 ‘러시아 문화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인의 30%는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푸틴 대통령의 군사 목표 지점인 동남부 지역 주민 90%가 러시아어를 공용어처럼 쓸 정도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하고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등이 알려지면서 러시아어 사용을 거부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인을 상대로 한 최근 영상 연설에서 “일상의 언어로 사용했던 러시아어는 이제 범죄와 추방을 뜻하게 됐다”며 “우크라이나에서 탈러시아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스스로 러시아어를 말하는 것을 중단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있던 러시아 출신 작가들의 동상도 철거됐다. 우크라이나 서부 테르노필의 세르히 나달 시장은 최근 텔레그램에 “시내 중심가에 있던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동상을 철거했다”며 “러시아의 잔혹행위가 자행되는 우크라이나에 더 이상 러시아 기념물이 설 자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 우크라이나 음악가는 전쟁 직전 준비하던 음악앨범에서 러시아어를 삭제했다. 러시아군의 집중 포격을 받은 북동부 수미 출신의 아르템 타마르킨 디자이너는 “존경했던 러시아의 공인들과 예술가들이 전쟁에 대해 침묵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더 이상 그들이 하는 말을 믿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르비우 독립연구기관인 도시역사센터 소피아 디아크 센터장은 “지난 한 달간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러시아와 분리된) 강한 우크라이나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려 하고 있다”며 “푸틴의 전쟁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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