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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는데 2시간, 타 지역 가려면 허가…장애인 택시 이동도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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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는데 2시간, 타 지역 가려면 허가…장애인 택시 이동도 첩첩산중

입력
2022.04.13 18: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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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싸지만, 대기 시간 일반 택시 4배
타 지역 이동 절차 복잡하고 번거로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12일 콜을 부른 지 40여분 만에 자신의 경기 성남 사무실 마당에서 장애인 택시에 오르고 있다. 독자 제공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12일 콜을 부른 지 40여분 만에 자신의 경기 성남 사무실 마당에서 장애인 택시에 오르고 있다. 독자 제공

“어디 지하철뿐이겠습니까, 택시 이동권 문제도 심각합니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지체장애인 장모(55)씨는 13일 장애인들이 전용 택시 탑승에서 겪는 어려움이 지하철 이동권 문제 못지않다고 꼬집었다. 장애인 보호 작업장을 운영하는 그는 직업 특성상 거래처 사람들과 만날 일이 많은데,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때마다 한두 시간씩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다. 올해 2월 어느 날 밤에는 식당이 일찍 문을 닫아 길거리에서 한 시간 넘게 강추위에 떨며 택시를 기다린 적도 있었다. 언제 올 지도 알 수 없어 다른 곳에서 기다릴 수도 없던 그는 택시를 부른 자리에서 꼼짝달싹도 못 했다고 한다.

하남시의 지체장애인 이모(54)씨도 택시 때문에 아침마다 전쟁을 치른다. 수원에 있는 직장까지 가기 위해 장애인 콜택시를 부르는데, 대기자가 많으면 1시간 30분까지 기다리기도 한다. 그는 “새벽부터 콜을 해도 30~40분은 기다려야 한다”고 토로했다.

출근 시간 호출하면 1시간 30분 후 도착

장애인 콜택시 이용 문제로 이동 때마다 속앓이를 하는 장애인은 비단 장씨와 이씨만이 아니다. 2005년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이 제정돼 장애인 콜택시가 도입된 지 17년이 흘렀지만, 정작 택시 이용 환경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대기 시간도 문제지만 시군마다 제각각인 운행 방식도 지적받는 부분이다. 시흥시의 경우 오후 4시 이후엔 타 지역 운행을 제한하고 있어, 원거리를 아예 갈 수가 없다. “오후엔 운행하는 택시 대수도 적고 기사들의 퇴근 시간과 겹쳐 관외 운행이 어렵다”는 게 운행 제한의 이유다. 이곳에 사는 장애인 김모(50)씨는 “급한 용무가 생겨 타 지역으로 나가려 했다가 택시를 잡지 못해 포기한 적도 많다”고 말했다.

경기도를 운행하는 장애인 콜택시. 독자 제공

경기도를 운행하는 장애인 콜택시. 독자 제공

용케 다른 도시로 갈 수 있다 해도 타 지역 이동은 번거롭기 짝이 없다. 용무가 있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사나흘 전 미리 장애인증명서 등의 신청서를 내고 허가를 받아야만, 당일 그 지역 택시를 탈 수가 있다. 인접 도시로만 운행하는 지자체에 사는 장애인들은 원거리 주행이 가능한 주변 지자체(일종의 허브 정류장)를 경유한 다음에야 최종 목적지로 갈 수 있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 18곳이 택시 운행 지역을 인접 시군, 또는 관내로만 제한하고 있다.

먼 곳 가려면 중간 경유도시 들려야

지난해 말 기준으로 경기도 내에서는 장애인 택시(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 총 1,157대가 운행 중이다. 장애인 택시의 기본요금(1,200~1,500원)은 일반 택시에 비해 3분의 1수준이어서 저렴하지만, 평균 배차 시간은 일반 택시(8분)에 비해 4배 정도 긴 30여 분에 달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각 시군별로 택시 배정까지 통상 10~30분이 걸리지만, 실제로 차량에 탑승하는 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돼 불편이 많은 게 현실”이라며 “시군마다 해야 하는 등록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통합 시스템 구축 등의 개선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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