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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고조 돈바스… “2차 대전 수준 화력 공세 벌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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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고조 돈바스… “2차 대전 수준 화력 공세 벌어질 것”

입력
2022.04.10 19:07
수정
2022.04.10 19:2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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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도살자'로 악명 높은 장성, 야전사령관 임명
러, '민간인 최소 50명 희생' 기차역 폭격 등 공세 강화
포격에 5명 추가 사망, 하르키우행 13km 군 행렬도
루한스크에 9개 인도주의 통로 개설 합의

8일 러시아군이 포격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 바닥이 대피하던 피란민들의 핏자국으로 뒤덮여 있다. 크라마토르스크=AP 연합뉴스

8일 러시아군이 포격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 바닥이 대피하던 피란민들의 핏자국으로 뒤덮여 있다. 크라마토르스크=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전면 공세를 앞둔 러시아군은 개전 이후 처음으로 야전사령관을 임명하고 돈바스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시작했다. 서방도 이에 맞설 장갑차와 대포 등 공격용 무기 지원에 나서면서 돈바스에서 2차 대전에 맞먹는 수준의 화력 공세가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러, ‘민간인 공격’ 주도 야전사령관 임명

9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총지휘할 야전사령관에 알렉산드르 드보르니코프(60) 장군을 개전 이후 처음으로 임명했다. 그간 러시아군은 각 부대별로 모스크바의 원격 지휘를 받아왔는데, 현장에서 명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2만 명에 육박하는 병력을 잃는 등 병참 문제와 전술 부족 등 전반적인 문제점을 노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016년 3월 알렉산드르 드보르니코프(오른쪽) 남부군 사령관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AP 자료사진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016년 3월 알렉산드르 드보르니코프(오른쪽) 남부군 사령관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AP 자료사진

새로 임명된 드보르니코프 사령관은 2015년 시리아 내전 당시 초대 사령관을 맡으며 시리아 반군이 장악한 알레포를 포위해 인구 밀집 지역에 폭격을 가했다. 잔혹한 전술로 ‘시리아 도살자’라는 악명이 붙었고, 조국에서는 ‘러시아 연방 영웅’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비영리 기구 시리아인권관측소의 라미 압둘라흐만 소장은 “러시아군이 당시 알레포를 포위하고 민간인에 대한 폭격을 저질렀다”며 “이는 전쟁범죄에 해당하며 당시 러시아군 작전사령관이었던 그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 당시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으로 약 5,703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로데릭 린 전 러시아 주재 영국대사는 “러시아군이 푸틴이 승리라고 여길 수 있는 동부를 점령하기 위해 시리아에서의 야만적 행적을 가진 새로운 사령관을 임명했다”고 지적했다.

군사 전문가들과 정보 관계자들은 드보르니코프 사령관을 중심으로 한 러시아군이 다음 달 9일 2차 세계대전 전승 기념일 전까지 확실한 진전을 보여주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민간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8일 공개한 위성 사진에 북동부 하르키우 외곽에서 이동 중인 러시아군 호송대 차량이 포착됐다. AP 연합뉴스

미 민간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가 8일 공개한 위성 사진에 북동부 하르키우 외곽에서 이동 중인 러시아군 호송대 차량이 포착됐다. AP 연합뉴스


전쟁 2막...전열 가다듬은 러 VS 공격용 무기 갖춘 우크라

실제 전열을 가다듬은 러시아군은 본격적으로 동부 지역을 맹폭하고 있다. 전날 최소 50명의 민간인 희생을 낸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 폭격을 지시한 이도 드보르니코프 사령관일 것으로 추측됐다. 이날도 동부 전역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은 계속돼 민간인 피해를 키우고 있다. 파블로 키릴렌코 도네츠크 주지사는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도네츠크주 부흘레다르에서 4명, 노보미하일로우카에서 1명 등 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북동부 주요 도시인 하르키우에도 50여 발의 러시아군 포격이 쏟아져 최소 민간인 2명이 숨졌다.

돈바스 지역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지역으로, 러시아군의 총력전이 예상된다. 이날 미 민간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의 사진에선 하르키우를 향하고 있는 13㎞의 러시아군 호송대 행렬이 포착됐다. 러시아 본토와 아조프해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활용한 공중전을 주력으로 하면서 이 지역 친러 반군 등과 합세한 지상전을 예고한 셈이다. 필립 브리드러브 나토 전 사령관은 “러시아군이 보유한 장거리 포병 시스템을 활용해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며 “동부 지역에 무차별적 포격을 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리스 존슨(맨 왼쪽) 영국 총리가 9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에서 두 번째) 대통령과 시내를 둘러보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맨 왼쪽) 영국 총리가 9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에서 두 번째) 대통령과 시내를 둘러보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의 전면 공세 예고에 서방의 무기 지원도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앞서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무기 대여법’을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미국산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대거 공급하기로 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도 개량된 중화기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영국 가디언은 “동부에서의 전쟁은 2차 대전 수준의 화력 공세가 벌어질 것”이라며 “초기 실패를 만회하려는 러시아와 서방의 무기 지원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치열한 격전이 예상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심야연설에서 동부 격전을 앞두고 “어려운 전투가 되겠지만 우리는 싸울 준비가 되어 있으며 승리를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부 지역에서 전면전이 예고되면서 이 지역 민간인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인도주의 통로도 개설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10일 루한스크 지역에서 9개 대피로를 설치하는 것을 러시아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세르히 가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9개의 기차가 주민들을 탈출 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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