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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전 노태우가 지시한 용산공원 조성, 윤 당선인 끝낼수 있을까[그때 그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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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전 노태우가 지시한 용산공원 조성, 윤 당선인 끝낼수 있을까[그때 그 뉴스]

입력
2022.04.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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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한 용산 미군기지 이전·공원 조성 사업 역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며 공개한 조감도.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며 공개한 조감도.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집무실 용산 이전과 함께 "올 연말에 용산공원도 개방하겠다"고 발표해 용산공원 조성 사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요. 그러나 전문가와 환경단체 등은 "공원 조성을 서두르다가 굴욕 협상이 이뤄질 것을 우려합니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반환받은 미군기지도 반환 협상과 절차가 쉽지 않았던 데다 크고 작은 환경오염이 많이 발견돼 누구 책임인지 가리고, 오염 정화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었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윤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 날짜를 못 박은 다음 이전을 추진해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용산공원도 충분하고 꼼꼼한 사전 조사와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개장 시점을 '연내'로 설정했기 때문에 자칫 시간에 쫓겨 미군 측과 협상이 졸속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미군기지 이전과 공원 조성은 수십 년 전부터 얘기가 나왔지만, 반환받은 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네요. 양측 정부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환경오염 문제 등의 영향이 컸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길래 용산 공원 조성은 제 속도를 내지 못했는지 살펴봤습니다.


①"노태우, 1990년 용산 미군기지 이전 합의·'민족공원' 조성 지시"

용산 미군기지의 지방 이전 기사 추진 기사. 1988년 8월 16일자 한국일보

용산 미군기지의 지방 이전 기사 추진 기사. 1988년 8월 16일자 한국일보

용산 미군기지 이전과 용산공원 조성 문제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88년 8월 "서울 용산 미8군 사령부 이전에 한미 양국이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실무위원회를 구성했다"는 보도가 나온 건데요. 전두환 정부로부터 정권을 이어받았지만, '직선제 개헌'을 통한 6공화국 출범에 맞춰 양국 사이에 이전 문제가 거론됐다고 합니다. 서울 한복판 금싸라기 땅을 돌려받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취지로 보입니다.

두 나라는 2년 뒤인 1990년 6월 "용산 미군기지를 96년 말까지 지방으로 이전하고 이전 비용은 전액 한국 측이 부담키로 합의한다"는 내용이 담긴 '용산기지 이전에 관한 합의각서(MOA)'에 서명, 교환합니다. 다만 기지 이전은 96년 말까지 끝내되 주한미군사령부의 규모 변화에 따라 일정과 규모를 조정할 수 있도록 했고, 1조~2조 원으로 추정되는 이전 비용 부담 문제도 공론화됩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90년 8월 고건 서울시장으로부터 '남산 제 모습 찾기 사업'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남산이 자연공원으로서 제 모습을 되찾고 용산 일대가 시민의 휴식공간이 되도록 남산과 용산을 잇는 이 일대를 민족 화합과 번영을 상징하는 민족의 공원으로 조성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또, "미군기지가 이전될 용산 일대를 팔도공원·세계공원·가족공원 등 주제별로 공원화 계획을 마련하되 각계 전문가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차질없이 조성하도록 하라"고 했네요.

이 기사를 보면 적어도 32년 전에 용산기지를 공원화하겠다는 구상이 나온 겁니다. 그것도 군 통수권자에게서요. 양측은 이듬해(91년 7월) 용산 미8군을 기존 경기 오산과 평택의 미군기지에 96~97년 이전키로 합의합니다. 미국은 새로운 기지 건설을 주장했지만, 비용 부담 등으로 난색을 표한 한국의 입장을 받아들여 이같이 결정했답니다.


②1993년, "YS 정부, 재정부담 등으로 용산기지 이전 연기"

노태우 대통령 "남산∼용산 일대 민족공원 조성" 지시 기사. 1990년 8월 18일자 한국일보

노태우 대통령 "남산∼용산 일대 민족공원 조성" 지시 기사. 1990년 8월 18일자 한국일보

용산기지 이전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처럼 보였지만, 두 달 만에 양측 간 이견이 드러납니다. "용산 미8군기지 97만여 평 중 주한미대사관 측이 주거지역 등으로 사용해 온 8만여 평이 용산기지 이전 합의 때 이전 대상에서 제외됐다"(91년 9월)는 보도가 나온 거죠.

기지 이전 추진도 흐지부지됩니다. 1993년 2월 김영삼(YS) 대통령의 문민 정부 출범 후 집권 여당인 민자당의 김종필 대표가 같은 해 5월 "용산 주한미군 기지의 이전에 2조4,000억 원이라는 워낙 많은 비용이 소요돼 정부가 조심스럽게 당초의 이전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힙니다. "기지 반환으로 민족 자존심을 살리는 '명분'보다 재정 부담을 고려해 '실리'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당시 악화하고 있던 북한 핵 문제로 미뤄졌다는 해석도 있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전이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정부는 "당초대로 추진하지만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해 이전이 백지화된 게 아니라 '연기'된 것임을 강조합니다만, 용산기지 이전은 기약없이 미뤄지며 유야무야 됩니다.

1998년 출범한 김대중(DJ)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대형 악재도 터집니다. 2001년 용산 미군기지 인근인 녹사평역에서 이태원 쪽으로 100m 떨어진 지점의 지하터널에서 매일 기름이 유출된 정황이 포착된 겁니다. 발암물질인 벤젠 등 유해 물질이 기준치를 한참 초과한 사실도 드러났고요.

미군기지가 오염원으로 지목됐지만, 미군 측은 기지 내 22곳에 관정을 뚫어 조사한 결과 두 곳에서 휘발유 유출을 확인했지만 유출된 기름의 주 성분인 등유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을 부인했는데요. 환경부와 서울시, 주한미군이 공동조사해 이듬해 "휘발유는 미군 용산기지의 유류탱크에서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소파)에 따라 배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공동 발표합니다. "미군이 환경오염의 책임을 인정했다"는 의미가 컸다고 해요.


③2001년, 녹사평역 기름유출..."용산기지 이전 비용 부담에 지지부진"

서울시 수질연구원들이 녹사평역 인근 한 관정에서 지하수를 검출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시 수질연구원들이 녹사평역 인근 한 관정에서 지하수를 검출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군은 등유 오염의 책임은 부인했는데, 서울시가 "등유 역시 미군 측의 유류저장시설이 오염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고, 법원도 미군의 책임을 인정합니다.

후유증은 계속됐습니다. 용산구 녹사평역 지하수 기름 유출사고 이후 서울시가 수년 동안 지하수 정화작업을 벌였지만, 10년이 지난 2011년 지하수 허용 기준치(1.5㎎/ℓ)의 5,300배에 이르는 8,060㎎/ℓ의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검출됐을 정도였습니다. 주한미군 스스로도 녹사평역 지하수 오염 사건을 "최악의 기름 유출"이라고 자인했다네요.

또, 한미 양국은 2001년 11월 협상에 나서 춘천 대구 등의 미군기지 반환에 합의하지만, 용산은 비용 문제로 인해 논의 대상에서 빠지고 "주한미군이 용산기지 안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집니다.

협상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던 용산 미군기지 이전 문제는 2001년 연말 양측이 다시 협상에 나섰고, 여러 차례 논의하면서 노무현 대통령 때인 2004년 용산기지를 평택과 오산으로 2008년까지 이전하기로 합의합니다.

특히 1990년 체결된 용산기지 이전 양해각서(MOU)와 합의각서(MOA)의 '불평등한' 조항을 수정했는데요. 당초 환경문제 발생시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 등이 빠져 논란이 일었는데, 새로 개정된 SOFA에 따라 미국 측이 부담하도록 합의한 겁니다.

다만 용산기지 이전 비용이 크게 늘어 30억~40억 달러(약 4조~5조 원)가 소요될 것으로 양측은 추정했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을 한국이 지원하기로 해 30억 달러 이상을 부담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④2006년 "노무현 대통령, 용산 국가공원 조성 선포"

2007년 6월 22일자 한국일보

2007년 6월 22일자 한국일보

노무현 정부는 2006년 8월 용산미군기지 부지에서 민족역사공원 선포식을 갖고 이곳을 국가공원으로 조성하는 종합비전을 밝힙니다. 노태우 대통령이 지시한 지 16년 만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세계 어디에도 대도시 중심부에 완전히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80만 평의 대지가 백지 상태로 남아 있는 곳은 없다"며 "용산공원은 지금 세대만이 아니라 미래세대에게도 소중한 자산이고, 긴 시야를 가지고 푸르고 넓게 활용하면서 차근차근 완성해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당시 정부와 서울시가 공원 조성 주체를 놓고 대립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선포식에 불참하기도 했는데요, 이후 정부 주도 사업으로 확정됩니다.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2007년 6월)도 국회를 통과합니다.

그러나 용산기전 이전은 미국의 재정난과 한반도 안보 등 여러가지 사안에서 한미 두 나라의 입장이 갈리면서 계속 미뤄졌고 공원조성 사업도 표류합니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도 2011년 용산기지 전체 반환을 전제로 2027년까지 243만㎡ 규모의 '용산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2014년 한미연합사 이전이 연기되면서 한 차례 계획을 변경합니다. 국토부는 또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에는 미군기지를 국가공원으로 만들면서 7개 정부 부처 주관으로 박물관, 공연장, 광장 등 8개 시설물이 들어서도록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부처 간 나눠먹기"라는 비판이 비등하면서 이 계획을 백지화하고 '생태공원'을 조성한다고 번복합니다. 이때 "1단계 환경오염 정밀조사 및 정화(2019~2021년), 2단계 본격적인 공원 조성(2022~2024년), 3단계 잔여지역 공원 조성 및 녹지축 완성(2025~2027년)의 과정을 거쳐 2028년까지 용산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구상도 밝힙니다.


⑤2017년, 시민단체 "용산 기름유출 사고 70여건 숨긴 미군" 폭로

2017년 4월 3일자 한국일보

2017년 4월 3일자 한국일보

그러나 다음 해인 2017년 시민단체가 용산 기지 내 기름유출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자료를 드러냅니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용산미군기지온전히되찾기주민모임 등 3개 시민단체가 외국인에게도 정보를 공개하는 미국 정보자유법(FOIA)에 따라 2016년 11월 미 국방부로부터 어렵게 입수한 '용산 미군기지 내부 유류 유출 사고기록(1990~2015)'을 2017년 4월 공개한 건데요. 이 기간 용산 미군기지 내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는 총 84건이나 됐습니다. 같은 기간 미군 측으로부터 한국 정부가 공유받은 사고 건수는 5개에 불과했고, 그동안 국내 환경단체 등을 통해 알려진 것도 13건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미군 측의 의도적으로 숨긴 것 아니냐고 의심됐죠.

특히 주한미군 '환경관리기준(EGS)' 상 '최악의 유출량’으로 분류되는 1,000갤런(3,780ℓ) 이상의 사고도 7건이나 됐습니다. 이 중 5건은 아예 한국 정부와 공유 자체가 안됐죠. '심각한 유출' 단계인 110갤런(400ℓ) 이상에 해당되는 사고도 25건에 달했습니다. 이건 환경오염 전체가 아니라 '기름 유출'사고에 한정해서 받은 결과라 중금속 오염 등 다른 종류의 오염을 합치면 더욱 심각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죠.

그러면서 SOFA 개정을 한목소리로 촉구합니다. SOFA 부속규정인 '환경정보 공유 및 접근절차'에 따라 미군기지 내 오염사고 발생 시 이를 한국 정부에 알리게끔 돼 있지만 미군 측 판단에 따라 알리지 않아도 우리 정부로선 도리가 없는 상황을 바꾸자는 취지였죠.


⑥2021년, "국토부, 용산공원 개장은 미군기지 완전 반환 7년 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2월 배포한 보도자료. 용산기지 반환 연도가 N년, 공원조성은 N+7년으로 표기돼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2월 배포한 보도자료. 용산기지 반환 연도가 N년, 공원조성은 N+7년으로 표기돼 있다.

용산공원 조성도 기약이 없습니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는 "용산미군기지가 경기 평택으로 완전 이전한 뒤 조성될 용산공원 규모가 옛 방위사업청 부지(약 9만5,000㎡)와 군인아파트 부지(4만5,000㎡) 등이 편입되면서 당초 계획보다 20% 이상 늘어난 300만㎡로 정해졌다"고 했지만, 공원의 개장 시점은 2027년에서 '미군기지가 완전히 반환된 뒤 7년 후'로 특정하지 않습니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셈이죠.

또 2월 주한미군은 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8%에 해당하는 16만5,000㎡를 한국에 돌려주고, 올 상반기 중에 상당한 규모로 용산기지 추가 반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죠.

정부는 당시 "현재까지 국방부에서 정화 완료한 미군기지는 17개로, 정화 비용은 2,156억5,000만 원이다"고 밝혔지만, 이는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만을 의미하며 앞으로 얼마의 비용이 더 소요될지는 모르는 상황입니다. 우리 정부가 우선 비용을 부담하고 미국에 비용을 청구할 방침이지만, 정부 계획과 달리 주한미군이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은 낮아 앞으로도 한국 측이 수천억 원의 환경비용을 떠안을 확률이 높습니다.

정부는 "인간 건강에 대해 알려진·임박한·실질적·급박한 위험(KISE)에 해당하는 오염은 미국이 정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SOFA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2001년 체결)를 근거로 미국 측이 정화비용을 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주한미군은 SOFA 4조를 앞세워 "미국은 구역 반환 시 원래 상태로 회복 또는 보상할 의무가 없다"며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윤 당선인 말처럼 용산에 대규모 공원을 조성하는 데 반대할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또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요. 다만, 노태우 대통령이 용산에 공원 조성을 지시한 지 32년,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공원 조성을 선포한 지 15년이 흘렀어도, 한미 양국 간 협상, 환경오염 문제 등으로 인해 여전히 공원이 언제 만들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됐습니다.

전문가들과 환경단체 등은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용산기지를 반환받겠다고 나섰다가는 반환 뒤 드러날 환경오염 문제의 부담을 한국 정부가 다 떠안을 것이라 우려합니다. 부디 윤 당선인이 조급해하지 말고, 참모와 전문가들의 조언을 잘 경청해 슬기롭게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민식 기자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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