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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확장 기여할 '인격권', 표현 자유 위축 유념을

입력
2022.04.07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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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박구원 기자

일러스트레이션=박구원 기자

법무부가 그동안 판례로 인정해오던 인격권을 법 조문으로 명시하는 민법 개정안을 5일 입법예고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는 헌법 제10조에 따라 인정되는 인격권은 생명과 신체, 건강, 명예, 사생활, 성명, 초상, 개인정보 등 광범위한 인격적 이익에 대한 권리를 포괄한다. 개정안에서는 인격권 침해 시 배상 청구는 물론 침해될 염려가 있을 경우 예방적 조치나 손해배상 담보 청구도 가능하도록 했다. 개인만이 아니라 법인에도 인격권을 보장한다.

국내 재판에서 인격권 개념이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직장 내 차별 판결이 처음이다. 그 후 주로 언론 보도 관련 소송에서 언급돼왔다고 한다. 해가 갈수록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사건이 늘어나는 등 인격 침해는 이미 중요한 사회 관심사가 됐다. 이번 개정은 민법의 손해배상을 재산 이익 침해에 한정하지 않고 온라인 문화 확산 등에 따른 인격적 이익 침해로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타인의 인격권 침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이런 방향의 법 개정이 처음은 아니다. 정부는 이미 2004년에 '사람의 인격권은 보호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을 냈지만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채 폐기됐다. 2014년에도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가 비슷한 안을 제시했으나 입법에 이르지 못했다. 인권 지평을 넓히고 인권 존중 사회의 토대를 만들어가는 법 개정 작업이 국회의 태만으로 다시 허사가 돼서는 안 된다.

이번 개정으로 인격권을 앞세운 소송이 남발되고 특히 언론을 대상으로 한 법정 분쟁이 늘어날 경우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기업의 경우 비판 기사 통제 수단으로 법인의 인격권을 전가의 보도로 이용할 수도 있다. 관련 소송 증가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겠지만 다양한 판결에서 이미 인격권 개념이 통용되고 있어 사법부의 판결 흐름을 바꿀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언론 역시 인권을 염두에 두고 그동안의 보도 관행을 되돌아볼 계기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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