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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차는 빙산의 일각"… 속속 드러나는 러시아 민간인 추가 학살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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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차는 빙산의 일각"… 속속 드러나는 러시아 민간인 추가 학살 정황

입력
2022.04.05 18:07
수정
2022.04.05 21:4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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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보로댠카에 더 많은 민간 희생"
모티진시에선 시장과 가족 등 5명 시신 발견
북부 전선 떠난 러, 루한스크 집중 포격
러, 돈바스 질산 질산 탱크 공습… 주의보 발령
러, 마리우폴 항구 정박중 민간 선박도 공습

3일 우크라이나 부차 거리에 러시아군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들의 시신이 놓여 있다. 부차=로이터 연합뉴스

3일 우크라이나 부차 거리에 러시아군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들의 시신이 놓여 있다. 부차=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도시 부차에서 벌어진 러시아군의 민간인 집단 학살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현지 당국의 주장이 나왔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더 큰 규모의 전쟁 범죄가 자행됐다는 의미다. 무고한 시민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행위를 목도한 국제사회는 경악ㆍ분노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동남부에서 또다시 대대적 공격을 위한 전력 재편성에 돌입했다.

4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연설에서 최소 300여 명의 부차 시민들이 러시아군에 잔혹하게 살해된 사실을 언급하며, “보로댠카 등 최근 탈환한 인근 다른 도시에서는 더 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나왔다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이리나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 역시 국영방송에서 “우리는 어제 진입이 가능해진 키이우 인근 이르핀, 부차, 보르젤 등을 둘러봤다’며 “이 중 보로댠카의 민간인 희생자 상황은 최악”이라고 분노했다. 전날 부차 등 수도 키이우 외곽 지역에서 수습한 민간인 시신 410구는 러시아군이 저지른 만행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보로댠카 지역의 피해 현황을 별도로 발표할 방침이다.

부차에서 서쪽으로 25㎞ 떨어진 소도시 보로댠카는 개전 초기부터 러시아군의 집중 포격 대상이 되는 등 주요 격전지였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러시아군의 반인륜적 범죄 행위가 자행됐을 공산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러시아군은 최근 이곳을 떠나며 우크라이나 키이우와 폴란드 루블린을 연결하는 ‘유럽고속도로 373호선’ 일부 구간에 수십 개의 대전차 지뢰를 깔아놓기도 했다. 민간인 시신에도 기폭장치를 설치, 수습조차 힘들게 하는 만행이 전해지기도 했다.

키이우 서쪽 45㎞에 위치한 모티진시(市) 숲에서는 오르가 스첸코 시장과 가족 등 민간인 5명의 시신이 모래에 반쯤 묻힌 채 발견됐다. 총상을 입은 시신에는 고문의 흔적이 역력했고 손은 포박당한 상태였다. 이 마을 곳곳에서 매장된 시신이 발견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미 CNN방송은 부차 인근 건물 지하에서 러시아군이 살해한 뒤 유기한 시신 5구를 수습하는 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들은 손이 뒤로 묶인 상태로, 머리와 가슴, 하반신에 여러 발의 총상을 입었다. 모두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러시아군의 학살이 광범위하게 벌어졌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엔은 5일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열어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 상황을 논의한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화상 연설을 통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전날 부차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사람을 짐승만도 못하게 다룬 러시아군의 만행을 전 세계가 전쟁범죄이자 대량 학살로 인식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럽연합(EU)도 이르면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민간인 학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군홧발은 또 다른 대상을 향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5일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동부 루한스크 지역에 러시아군의 집중 포격이 쏟아졌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지역 군사행정 위원장은 “러시아군의 포격이 갈수록 거세지고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며 “루한스크 내 루비즈네 지역에서는 사망한 민간인들을 마당에 묻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루한스크 지역 90%가 우크라이나의 통제를 받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군은 루한스크의 질산 저장 탱크를 공습해 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주 주지사는 "질산을 흡입하거나 피부, 점막에 접촉하면 매우 위험하다"며 "집안에 머물며 창문을 닫고 축축한 얼굴 가리개를 이용하라"고 당부했다. 남부 마리우폴 항구에 정박중이던 도미니카공화국 국기를 게양한 민간인 선박도 이날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아 침몰했으며, 최소 1명의 선원이 부상당했다고 우크라이나 내무부가 밝혔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앞서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얻는 게 러시아군의 목표”라며 “이를 위해 식량과 연료, 탄약을 보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는 “러시아군이 동부 도네츠크주 슬라뱐스크를 다음 목표로 정하고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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