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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 연령을 12살로 낮춘다한들

입력
2022.04.04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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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2012년 학생인권과 관련된 실태조사를 위해 독일의 고등학교에 방문했을 때 일이다. 동행했던 공동 연구진인 교사는 독일의 교사에게 꼭 묻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그 질문은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것이었다. 방문했던 3개 학교의 독일 교사들에게서 "우선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주어야 한다"는 취지의 동일한 답이 돌아왔다. 면담이 끝나고 동행했던 교사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에게는 소위 문제아가 '처리'의 대상이었지만, 독일 교사들의 답은 아이의 문제가 '해결' 대상이었다. 이 두 시각의 차이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다시 화두가 된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낮추자는 논의에 그대로 나타난다.

최근 국회에 형사 미성년자의 연령을 14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낮추는 형법개정안과 촉법소년의 연령을 10세 이상 14세 미만에서 10세 이상 12세 미만으로 낮추는 소년법개정안 등이 발의되어 있다. 형법에서 형사 미성년자를 14세로 규정한 것은 이미 70년 전이고 그사이 교육 수준이 높아져서 청소년의 신체적·정신적 성장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고, 소년범죄의 저연령화와 흉폭화가 나타난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이것은 청와대 국민청원의 단골손님이고,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이기도 하다.

과거에 비해 청소년들이 신체적으로 성숙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지식 수준도 70년 전에 비하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식의 성장이 정신적 성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형사처벌의 기준이 되는 의사결정 능력은 지식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청소년 범죄의 저연령화와 흉폭화의 근거로 인용하는 통계들은 형사 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추어 처벌하자고 하는 주장에 맞춰 여러 가지 착시현상을 만들고 언론은 선정적으로 검증 없이 보도한다. 이러한 입장은 처벌 강화를 통해 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제까지 많은 경험적 연구는 처벌 강화가 범죄를 예방한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했다.

반면 소년범에 대한 형사사법기관의 공식적 낙인은 범죄자와 또래 관계 형성을 통한 범죄 학습 가능성과 부정적 자아 관념을 주어 2차 범죄를 저지르는 계기가 되기도 하며, 소년이 온전히 사회로 복귀하는 기회를 박탈할 위험이 더 크다. 소년범의 대다수는 경제적으로 가정이 어려운 형편이며, 설령 경제적 여유가 있더라도 부모로부터 과도한 기대 혹은 가정불화로 인해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기된 범죄행위에 대해 다시 형식뿐인 교육을 통해 범죄 예방을 기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소년범은 성인범과 달리 변화 가능성이 큰 만큼 강력한 처벌보다 환경 개선과 더 좋은 교육을 통해 건강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소년교정의 실패는 소년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교육·학교교육·사회교육과 소년 교정프로그램의 실패에 가깝다.

실질적 교육은 많은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14세 미만의 아동을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정치인이 엄벌주의 여론을 달래고 추가비용 없이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와 사회는 아동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장기적으로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다. 아동은 어른을 보고 자란다.


이석배 단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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