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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 러시아 영토 첫 공격...헬기로 유류 저장소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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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 러시아 영토 첫 공격...헬기로 유류 저장소 공습

입력
2022.04.01 19:00
수정
2022.04.01 19:23
11면
0 0

개전 37일 만에 처음으로 러시아 영토 넘어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 체르노빌 원전도 탈환
전쟁 장기화는 불가피...미국 "몇주의 문제 아냐"

1일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주(州)의 한 유류 저장고에서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군 헬리콥터 2대가 이날 새벽 국경을 넘어 이곳을 공습했다고 주장했다. 벨고로드=AP 연합뉴스

1일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주(州)의 한 유류 저장고에서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군 헬리콥터 2대가 이날 새벽 국경을 넘어 이곳을 공습했다고 주장했다. 벨고로드=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침공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국경을 넘어 공격을 단행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실이라면 한 달 넘게 러시아군의 공격을 방어하던 수세에서 러시아 영토 직접 공격으로 전환한 첫 사례다. 또 우크라이나는 2월 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점령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통제권도 되찾았다. 전쟁이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전쟁 장기화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영국 가디언 등이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헬리콥터 2대가 이날 오전 5시 50분께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주 유류 저장고를 공습했다. 벨고로드주 주지사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는 “유류 저장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며 “우크라이나군 헬기 2대가 낮은 고도로 러시아 영공을 침범해 공습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이 공습으로 근로자 4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글라드코프 주지사는 “2,000㎥ 상당의 연료와 휘발유가 저장된 8개의 유류저장고가 불타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재난당국은 인근 지역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으며, 소방관 190여 명과 소방차 50여 대가 화재 진압에 투입됐다고 소개했다. CNN은 “러시아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우크라이나군이 처음으로 러시아 영토를 군용 항공기를 이용해 폭격한 사례”라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식 발표는 없는 상태다.

우크라이나군은 또 러시아군이 점령했던 북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통제권도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운영기업인 에네르고아톰은 이날 러시아 국가방위군 대표와 러시아 국영원자력 기업인 로사톰 대표가 서명한 ‘체르노빌 원전의 보호 및 이전 합의서’를 공개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체르노빌 원전 통제권이 우크라이나로 인계된 사실을 확인했다.

전세가 역전된 배경에는 러시아 측이 지난달 29일 5차 평화협상에서 수도 키이우와 북동부 하르키우 등에서 군사작전을 대폭 축소하고 동부 '돈바스 지역의 완전한 해방'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러시아군이 키이우 등 일부 지역에서 군사력을 줄이고 동부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사이 우크라이나군이 역공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북부 일부 지역에선 러시아군 철수 움직임이 포착됐다. 북동부 수미주(州) 드미트로 지비츠키 주지사는 수미주 코노토프시 외 대부분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물러났다고 확인했다.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를 점령했던 러시아 부대가 철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31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도로에 여러 대의 파괴된 러시아군 장갑차량이 방치돼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29일 5차 평화회담을 마치고 키이우와 북부 체르니히우 주변의 군사작전을 대폭 축소한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해당 지역의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도로에 여러 대의 파괴된 러시아군 장갑차량이 방치돼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29일 5차 평화회담을 마치고 키이우와 북부 체르니히우 주변의 군사작전을 대폭 축소한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해당 지역의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하지만 이 역시 완전한 철수가 아닌 군사 재배치로 우크라이나 전역을 재공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불과 25㎞ 떨어진 벨라루스 고멜시 인근엔 러시아군의 미사일 시스템이 배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나 말리아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러시아는 고멜시 인근에 배치한 미사일 시스템을 통해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사무총장도 “우리 정보에 의하면 러시아 부대는 철수가 아니라 재배치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키이우와 다른 도시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고 있다. 더 많은 고통을 가져올 추가 공격을 예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쟁은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군은 동부지역 공세 수위를 대폭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우크라이나는 영토 분할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할 방침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침략자들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전쟁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 것 같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동안 질질 끌 수 있다”며 “며칠 또는 몇 주의 문제가 아니라 이보다 훨씬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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