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카디로프 '공로' 인정해 소령→중장 특진
아버지 아흐마트부터 푸틴에 충성하고 자리 보전
"체첸군 전투 참여보다 선전전에 이용"
체첸공화국의 친러 독재자인 람잔 카디로프(46)가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한 충심을 증명할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디로프는 전쟁 초기부터 악명 높은 체첸군을 우크라이나에 파병해 러시아군을 지원해왔다.
가디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최근 카디로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여준 ‘공로’를 인정해 그를 육군 소령에서 중장으로 특진시켰다. 러시아의 침공 직후부터 체첸군을 파병한 카디로프는 이달 중순부터는 남동부 마리우폴에 진군시켜 러시아군의 시가전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디로프는 지난 14일에 군대와 함께 있는 영상을 올리며 본인도 직접 참전해 수도 키이우 인근에 있다고 주장했으나, 우크라이나 당국은 거짓일 것으로 의심했다.
체첸군은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하는 인종 청소, 납치, 고문 등으로 악명이 높다. 카디로프 본인도 고문과 살인 등 인권 탄압 혐의를 받고 있다. 체첸 측에서 공개한 전투 영상에는 체첸 군인들이 주택 단지에 기관총을 난사하고, 총탄을 맞고 쓰러진 사람들 사이를 웃으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담겼다. 잔혹한 전투와 민간인 학살로 악명 높은 체첸 민병대의 후신임을 과시한 셈이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카디로프의 충성은 그의 아버지 아흐마트 카디로프 때부터 시작됐다. 카디로프 부자는 푸틴 대통령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체첸의 독재자로 군림해 왔다. 2004년 아버지 아흐마트가 사망하고 선거로 경찰 간부 출신 알루 알카노프가 당선되자, 푸틴 대통령은 3년 후 알카노프를 해임하고 카디로프를 후임자로 지명했다. 이후 카디로프는 스스로를 푸틴 대통령의 '발 병사(foot soldier)’라고 칭하며 충성을 바쳐왔다. 자신의 사병처럼 부리는 체첸 군대를 러시아 용병으로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카디로프는 이날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시작한 일을 쉽게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회담 후 러시아군이 키이우 주변의 군사 활동을 축소하겠다는 방침과는 결을 달리한다. 실제 이날도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등에서 협상과 달리 러시아군의 폭격이 강화됐다는 점을 미뤄보면, 그가 푸틴 대통령의 심복이라는 점을 강조한 발언인 셈이다.
카디로프가 러시아의 전쟁을 지원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체첸은 2008년 조지아 전쟁, 2014년 크림반도 분쟁, 2015년 시리아 내전 개입 때도 군대를 파병해 러시아를 도왔다.
다만 체첸군이 최전방에서 실제 전투에 참여하기보단 이들의 악명을 이용해 우크라이나군을 겁주려는 선전전에 이용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디언은 "카디로프가 올린 영상 다수는 최전선에서 촬영되지 않았다"며 "체첸군의 존재 이유는 전장에 두려움을 퍼뜨리는 데 방점이 찍힌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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