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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새 안보보장' 던졌지만… 서방은 "시기상조"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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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새 안보보장' 던졌지만… 서방은 "시기상조" 난색

입력
2022.03.31 19:45
수정
2022.03.31 20:2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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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 "구체적으로 말할 내용 없어"
英佛獨 "논의 시기상조" 완곡한 거절
러, 포함돼야 효력있지만 가능성 낮아

3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한 시민이 '키이우를 지켜라'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 앞을 지나고 있다. 키이우=EPA 연합뉴스

3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한 시민이 '키이우를 지켜라'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 앞을 지나고 있다. 키이우=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중립국화(化) 전제 조건으로 ‘새 안보 보장 방안'을 내세우자마자 대상 국가로 지목된 나라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자국민을 전쟁터로 몰아넣을 수 있는 탓에 우크라이나의 안전망이 되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스타일’ 안보 보장 방안에 대해 서방에서 회의론에 빠졌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전날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5차 평화협상에서 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대신 나토 조약 5조에 준하거나 더 강력한 안보 보장 시스템을 보장해달라고 러시아에 요구했다. 해당 조약은 한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보고 다른 회원국이 공동 방어한다는 개념이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미국ㆍ영국ㆍ프랑스ㆍ중국ㆍ러시아)과 터키, 독일, 캐나다, 폴란드, 이스라엘 등을 해당 국가로 꼽았다.

우크라이나가 이들 국가에 정식으로 안전 보장을 요청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자국 이름이 거론됐다는 것만으로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행정부와 의회가 발 빠르게 선을 그었다. 케이트 베딩필드 미 백악관 공보국장은 “우리는 주권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우크라이나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지금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의회에서도 ‘시기상조(딕 더빈 민주당 상원의원)’, ‘논의까지 갈 길이 멀다(짐 리시 공화당 상원의원)’는 반응이 이어졌다.

유럽 국가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국이 될 ‘광범위한 의향’이 있지만, 아직 이 같은 약속을 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밝혔다. 완곡한 거절 표현이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도 이날 BBC라디오에서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모든 것을 신중하게 고려할 것”이라면서도 “나토 회원국만에 적용되는 약속을 일방적으로 복제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역시 나토 5조와 유사한 형식의 안전보장에는 서명할 의향이 없는 분위기라고 WSJ는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의 구애를 받은 이스라엘에서도 “현재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안보를 보장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고위 관계자의 반응이 소개됐다. 모두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지만, 전시 상황에서 ‘뒤’를 봐주겠다고 약속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거론된 국가들이 선을 긋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안전보장 방안이 유사시 군사 개입을 의무화하는 데다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하는 조약 형식이라는 점에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 ‘화약고’나 다름없는 우크라이나에 자국 청년들을 의무적으로 파병하는 것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긴 쉽지 않다. WSJ는 “나토 형식의 상호 방위 조약은 언제든 자국 군대를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이 이들 국가의 우려”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가 요구한 안전보장국에 러시아가 포함돼 있다는 점은 변수다. 독일의 한 고위 당국자가 “러시아가 포함돼야만 제안에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 점도 잠재적 갈등ㆍ분쟁 지역인 크림반도, 돈바스 등에서 러시아에 불가침 요구 등 안전보장을 강제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침략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국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은 낮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을 향해 끊임없는 구애를 펼치는데 이들 국가는 러시아의 참여를 ‘기준’으로 삼는 만큼, 집단 안보체제 구성 논의는 당분간 ‘도돌이표’가 될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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