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치솟는 고철·철근값... 건설업계 "공사하면 적자, 차라리 수주 포기"

알림

치솟는 고철·철근값... 건설업계 "공사하면 적자, 차라리 수주 포기"

입력
2022.03.31 11:00
수정
2022.03.31 13:33
10면
0 0

고철 가격따라 철근 등도 연쇄 급등
건설 재료비 원가에서 철근 비중 최고
과거 계약한 대로 공사하면 적자 불가피
업계는 "정부가 수급 대책 손놨다" 불만

고철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철강재 가격도 잇따라 오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공업사에서 근로자가 작업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고철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철강재 가격도 잇따라 오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공업사에서 근로자가 작업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최근 철스크랩(고철) 가격이 사상 최고로 치솟자 건설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고철을 원료로 만드는 철근 등 건축용 철강재 가격이 연쇄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일부 중소형 건설사들이 손해를 무릅쓰고 이미 따낸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잇따르고 있다. 업계는 2008년 철근값 폭등으로 공사 현장이 줄줄이 멈춘 '철근대란'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닌지 우려한다.

"이젠 전략물자" 고철 사상 최고가 찍었다

3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시장에서 거래된 고철 평균 가격은 톤당 72만4,000원으로 1년 전(42만 원)보다 72% 급등했다. 종전 최고가인 2008년 기록(68만 원)까지 뛰어넘었다. 철스크랩은 폐건축물에서 나오는 고철, 철강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철 부스러기 등으로 일종의 '철 폐품'이다. 철스크랩은 전기로 쇳물을 만드는 전기로 공정을 거치면 철근, 형강과 같은 건설 필수 철강재로 재탄생한다.

고철, 철근 톤당 가격. 그래픽=김문중 기자

고철, 철근 톤당 가격. 그래픽=김문중 기자

고철 가격이 뛰는 건 수요에 비해 공급이 한참 부족해서다. 최근 글로벌 철강사들은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로 비중을 대폭 늘리고 있다. 철광석과 유연탄을 넣어 쇳물을 뽑는 고로 방식에 비해 탄소배출이 적기 때문이다.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인 중국은 현재 10% 수준인 전기로 비중을 2025년까지 25%로 확대하기로 했고, 다른 선진국들도 비슷하다. 이처럼 고철이 '전략물자'로 떠오르면서 수입 물량을 확보하기도 어려워졌다. 서울의 한 고철 유통업체 관계자는 "경기 불황에 재건축은 물론 건물 철거도 하지 않고 방치해 고철을 구할 수가 없다"며 "수급난이 이 정도로 심각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비수기에도 철근값 고공행진

고철 가격이 뛰면 철근, 형강 등 건설용 철강재 가격도 덩달아 뛴다. 2008년 철근 파동 때도 고철 가격이 사상 최고로 치솟자 철근 가격도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지금 상황도 비슷하다. 이달 철근 평균 가격은 112만 원으로 1년 전보다 50% 뛰었고, 같은 기간 형강은 46% 급등했다. 1~3월은 건설 비수기라 가격이 내려가야 정상인데, 오히려 초강세다. 한 건설사 임원은 "고철 가격이 계속 오르는 추세라 성수기인 4월부터는 철근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모습. 연합뉴스


건설업계 "공사하면 적자…차라리 수주 포기"

건설업계는 철근 가격에 특히 예민할 수밖에 없다. 건설 원가에서 재료비 비중이 30% 안팎으로 가장 높은데, 재료비 중에선 철근 비중이 5~7%로 가장 높다. 공사당 평균 영업이익률이 3~4%라, 지금처럼 철근 가격이 50% 급등하면 1년 전 철근 가격 기준으로 수주한 공사는 적자를 피할 수 없다. 건설 철강재뿐 아니라 시멘트, 단열재 등 기타 자재들도 최근 20% 넘게 뛰었다.

한 아파트 건설 현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 아파트 건설 현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소형 건설사를 회원사로 둔 대한건설협회에는 원가 부담 탓에 최근 수주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공공 공사와 달리 민간 공사는 한 번 계약서를 작성하면 철근값이 아무리 올라도 계약 금액이 조정되지 않는다"며 "중소형 건설사들은 차라리 보증금을 날리고 수주를 무르는 게 손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건축사무소 설계사는 "작은 상가를 짓는 건축주들도 공사비가 대거 올랐지만 공사를 늦추면 손해가 더 커질 걸로 보고 울며 겨자 먹기로 공사를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업계는 정부가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성토한다. 한 건설자재업체 대표는 "성수기인 4월부터 자재 대란으로 공사 현장이 멈추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거란 우려가 큰데 정부가 수급 대책에 손을 놓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이 없다 보니 공급 우려가 커지며 가격이 더 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