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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대사 “유럽에도 ‘한강의 기적’에 필적할 ‘미라클’ 있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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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 대사 “유럽에도 ‘한강의 기적’에 필적할 ‘미라클’ 있다”[인터뷰]

입력
2022.04.03 11:00
수정
2022.04.03 11:4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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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 슈베데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 인터뷰
'빈털터리'로 독립 30년 만에 북유럽 강소국
"디지털 혁신으로 이제는 유럽의 관문 국가"
91년 수교 후 30년 만에 파견된 첫 주한대사
"몇 년 내 투자 기업, 관광객 눈에 띄게 늘 것"

스텐 슈베데(Sten Schwede)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가 서울 중구 주한 유럽연합(EU) 대표부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에스토니아의 디지털 혁신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슈베데 대사 뒤로 걸린 사진은 수도 탈린의 모습. 최주연 기자

스텐 슈베데(Sten Schwede)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가 서울 중구 주한 유럽연합(EU) 대표부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에스토니아의 디지털 혁신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슈베데 대사 뒤로 걸린 사진은 수도 탈린의 모습. 최주연 기자

발트해와 러시아를 접하고 있는 에스토니아는 남한 절반 크기 국토에 인구 133만 명의 작은 나라다. 그런데도 러시아 침공으로 발생한 우크라이나 난민 2만5,000명을 받았다. 자국 인구를 감안하면, 한국이 경기 용인시 인구(107만) 규모의 난민을 받은 것과 같다. 스텐 슈베데(48)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는 “옛 소련서 독립할 당시 빈털터리였던 우리가 남을 도울 수 있게 된 것은 강력한 디지털 혁신 덕분”이라며 “아시아에 한강의 기적이 있다면 유럽엔 ‘에스토니아의 기적’이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에스토니아는 30년 전 2,000달러 남짓하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20년 2만3,000달러를 기록한 북유럽 강소국. 91년 국교 수립 후 30년 동안 한국 주재 대사가 없던 에스토니아는 지난해 한국에 대사를 처음 파견했다. 슈베데 대사를 1일 서울 중구 주한 유럽연합(EU) 대표부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주한 첫 대사 파견에 걸린 30년은 길다.

“옛 소련에서 독립할 당시 모든 생산 시설과 자원은 러시아 영토에 있었고, 에스토니아엔 아무것도 없었다. 국가 건설 뒤 안보를 위해서도 대사관 설치는 주변국에 집중, 유럽 동맹국과의 관계 구축이 우선이었다. 그러나 삼성, 현대, LG, K팝, TV 드라마, 영화 등으로 세상에서 한국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가 되자 대사 파견을 미루기 힘들다는 판단이 있었다.”

-양국 교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한국 정부의 전자정부 구축 사업에서의 협업,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활성화한 고위직 교류 외 특별한 것을 꼽기 쉽지 않다. 양국에 거주하는 교민이 각 20명일 정도다. 그렇지만 내가 왔으니 몇 년 내 양국 관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한국도 곧 탈린(수도)에 대사를 보낼 것으로 기대한다."

-어떤 분야 교류가 활성화할 것으로 보나.

“관광, IT 기반 스타트업, 전자정부 분야에서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체코 주재 대사로 지내면서 한국인들의 프라하 사랑을 확인했다.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도 그 못지않은 역사와 아름다움을 가졌다. 또 IT 분야에서도 협력 여지가 있다. 최근 대선에서 토론회, 사전투표, 본투표 등을 관심 있게 봤는데, IT기술이 발달한 한국에서 길게 줄을 서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에스토니아는 17년 전부터 전자 투표를 하고 있다.”

에스토니아 정부가 수교 30여 년 만인 지난해 '한국 주재 대사'로 처음 발령한 슈베데 대사. 많은 한국인들이 에스토니아를 찾게 될 것이라는 그는 "북극의 추위와 열대 기후를 경험할 수 있는 한국 관광 자원도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작년 8월 네 식구와 함께 한국 땅을 밟은 그는 한국의 여름과 가을 겨울을 경험한 데 이어 봄을 맞고 있다. 최주연 기자

에스토니아 정부가 수교 30여 년 만인 지난해 '한국 주재 대사'로 처음 발령한 슈베데 대사. 많은 한국인들이 에스토니아를 찾게 될 것이라는 그는 "북극의 추위와 열대 기후를 경험할 수 있는 한국 관광 자원도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작년 8월 네 식구와 함께 한국 땅을 밟은 그는 한국의 여름과 가을 겨울을 경험한 데 이어 봄을 맞고 있다. 최주연 기자

-조작 우려로 다른 나라는 도입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그걸 밀어붙였나.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다. 조작은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일어난다. 오프라인에서는 조작 흔적이 남지 않는다. 그러나 온라인은 누가 접속했는지, 복사했는지, 수정했는지 다 기록이 남는다. 에스토니아 지도자들은 여기에 주목하고 국민을 설득, 20년 전부터 전자신분증을 도입했고, 그것으로 투표를 포함한 일상 대부분 업무를 처리한다.”

-디지털화한 사회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는.

“국가 경쟁력 제고, 경제 성장으로 이어졌고 현재 소득도 유럽연합 평균을 웃도는 만큼 만족도가 높다. 에스토니아에선 이혼, 결혼을 제외한 모든 업무가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약국은 물론 은행 공증 등기 업무까지 집에서 한다. 각종 서류 제출을 위한 외출이 없고, 줄을 설 필요가 없는 나라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비결은 무엇인가.

“지난해 8.3%(GDP) 성장했다. 무엇보다 디지털로 무장한 행정 시스템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외국인에게 발급하는 전자거주증 기반의 투자자 친화 환경을 꼽을 수 있다. 전자거주증을 받은 외국 기업인은 그 증으로 에스토니아 밖에서도 에스토니아에 기업을 설립하고 은행 계좌 개설, 직원을 채용할 수 있다. 한국인 2,000명을 포함, 전 세계 10만 명에게 전자거주증이 발급됐다. 이들이 설립한 수천 개의 기업이 유럽연합을 무대로 활동한다.”

-유럽의 새로운 관문이 된 것 같다.

“이미 그렇게 작동하고 있다. 특히 각종 스타트업들이 들어와서 세를 키우고 있다. 인구 대비 유럽에서 가장 많은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 창업 10년 이하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가진 나라다. 일찌감치 전자정부 로드맵을 만들고, 거기에 맞춰 이뤄진 교육이 큰 역할을 했다. 이제 결실을 보고 있다.”

-근처에서 전쟁이 벌어졌다. 영향은 없나.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진행 중이지만, 발트해 연안은 평화롭다. 에스토니아를 포함해 모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돼 있다.”

슈베데 대사는 한국에게 에스토니아를 알리기 위해 서울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발트 국가 홍보 전시회를 4월 10일까지 연다.

이달 10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리는 발트 3국 홍보 전시회 유인물.

이달 10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리는 발트 3국 홍보 전시회 유인물.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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