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60% 인상은 기본? 홀로 내달리는 대기업 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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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60% 인상은 기본? 홀로 내달리는 대기업 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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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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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평균연봉 1억원 이상 기업 34개
3년 동안 4배 넘게 증가
IT업계, 스톡옵션까지 보상으로 제공

경기 성남시 카카오뱅크 사옥(왼쪽)과 네이버 그린팩토리. 뉴시스

#. 카카오는 올해 전체 임직원 연봉을 15% 인상하기로 했다. 계열사인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하반기 연봉 1,000만 원 일괄 인상과 함께 임직원 모두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까지 지급했다. 카카오페이도 이달 임직원 연봉 1,000만 원 인상을 확정했다. 정보통신(IT) 업계 관계자는 "IT업체마다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경쟁적으로 연봉을 올리고 있다"며 "일부 대기업은 스톡옵션까지 내걸고 나서, 중소 업체로선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전체 직장인의 평균 월급 인상 속도는 여전히 거북이 걸음이지만, 최근 최상위 대기업의 임금이 유독 빠르게 치솟고 있다. 성과 보상에 민감한 이른바 'MZ세대'가 기업의 미래사업을 위한 핵심 인재층에 본격 편입되면서, 이들을 뺏기지 않으려는 기업들의 경쟁이 임금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과에 걸맞은 대우는 비난 받을 일이 아니지만, 지나친 쏠림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 3배 빠른 인상속도… 1억 이상 연봉기업, 3년 새 4배 급증

28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임직원 평균연봉 1억 원을 넘는 국내 대기업은 34개로, 3년 전보다 4배 넘게 급증했다. 2019년 8개에 그쳤던 '평균연봉 1억 원 이상 기업'은 지난해 24개에 이어, 올해 30개를 훌쩍 넘어섰다.

이는 전체 직장인 월급과는 사뭇 다른 속도다. 실제 국내 매출액 상위 100개 대기업의 임직원 평균연봉은 지난해 8,474만 원으로 전년(7,756만) 대비 9.2%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상용직 근로자의 평균연봉은 3,527만 원에서 3,689만 원으로 4.6% 오르는 데 그쳤다.

범위를 주식 시가총액 20위 기업으로 좁히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지난해 시총 20위 기업 직원 평균연봉은 1억1,348만 원으로 전년(9,870만 원) 대비 15%나 증가해 상용직 근로자 평균의 3배가 넘었다.

IT업계 '개발자 모시기' 경쟁... 스타트업도 울며 겨자 먹기 인상

이런 고속 임금인상의 중심에는 IT기업이 있다. 최근 공시된 지난해 직원 평균연봉 1억 원 이상 회사 24곳 중 상위 6개사는 모두 포털·전자·통신 등 IT기업이었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가 눈에 띈다. 카카오는 지난해 직원 평균연봉(1억7,200만 원)이 국내 기업 중 가장 높았다. 2020년 평균연봉은 1억800만 원이었지만, 지난해 무려 59.2%의 임금 상승률을 찍으며, SK텔레콤(1억6,200만 원), 삼성전자(1억4,400만 원) 등을 모두 제쳤다. 네이버도 지난해 1억2,900만 원을 기록, 전체 4위에 올랐다.

여기에는 '귀한 몸'이 된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디지털전환이 부각되면서 숙련된 개발자 수요는 급증했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자 기업마다 다투어 이들의 몸값을 올린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쿠팡을 시작으로 넥슨이 전 직원 연봉을 800만 원씩 올렸고, 넷마블(800만 원)과 엔씨소프트(개발직군 1,300만 원·비개발직군 1,000만 원), 크래프톤(개발 2,000만 원·비개발 1,500만 원) 등 게임사까지 줄줄이 연봉 인상에 나섰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업계는 워낙 이직이 잦아 한 곳에서 연봉을 올리면 다른 곳도 따라서 올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는 연쇄 효과를 일으켰다. 대기업에 인재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스타트업도 무리해서 임금을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대형 스타트업은 더 공격적인 당근을 제시하고 나섰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정규직에 독일 증시 상장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 주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몰로코는 정규직으로 입사할 경우 주식(RSUㆍ양도제한조건부주식) 지급을 내걸었다.

개발자가 촉발한 임금인상 불길에 MZ세대는 기름을 끼얹는 존재다. 이들은 과거처럼 회사를 위해 희생하고 승진하길 원하기보다 즉각적인 보상을 바란다. 이에 만족하지 않을 경우 이직이나 퇴사를 선택해 회사 입장에서는 이들의 임금인상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지난해 경쟁사보다 낮은 성과급을 책정해 논란을 빚었던 SK하이닉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자신의 연봉을 반납해 임직원에게 나눠 주겠다고 했지만, 직원들이 이를 거부하고 투명한 산정 방식 공개를 요구했다”며 “경기가 나쁘다 하지만, 회사가 잘되면 직원에게 그만큼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게 업계 전반에 자리 잡은 새 질서”라고 분석했다.

상용직근로자 평균임금


"경쟁적인 연봉인상, 지속가능성 낮다"

하지만 기업의 이 같은 경쟁적인 연봉 인상은 지속되기 어렵다. 장기간의 출혈 경쟁은 결국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IT산업은 통상 인건비 외에는 고정비가 크지 않아 영업이익률이 높은 업종으로 꼽힌다. 하지만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752억 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55%) 뚝 떨어졌다. 넷마블과 넥슨, 크래프톤의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각각 43%, 18%, 17% 내려갔다. 모두 '과도한 임금인상의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당장은 개발자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민에 부정적이었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과학기술 인력은 활발히 받아들였다"며 "우리도 이민정책을 수정해 고급 인력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임금인상의 부작용을 인식하고 노사가 '고통 분담'을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특히 당분간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물가 상승분 이상의 임금을 올려 달라고 요구하는 노조와 인건비 부담을 내세운 사측 간 분쟁이 더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업에서는 가격 올리는 것을 자제하고, 노조에선 임금 인상 요구를 중단하고, 정부에선 필요한 원자재를 해외에서 조달하거나 세금을 감면해주는 등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안하늘 기자
김형준 기자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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