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피아니스트 출신 국민의힘 의원
전장연 시위 참여해 이준석 발언 등 사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안내견 조이와 함께 참석해 사과를 전하다 무릎을 꿇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경복궁역에서부터 전장연과 동행하다 충무로역에서 내려 국회의사당으로 향했다. 최주연 기자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에 동참했다. 김 의원은 소속당 이준석 대표의 전장연 시위 비난 발언에 대해 무릎을 꿇고 사과하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시위대 요구를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원은 28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열린 전장연의 25차 출근길 지하철 시위 현장에 안내견 조이와 함께 참석했다.
김 의원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 점, 공감하지 못한 점 대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특정인을 거명하진 않았지만,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이나 공개 발언을 통해 전장연의 시위 방식을 비난하고 있는 이준석 대표를 겨냥한 '대리 사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발언 도중 승강장 바닥에 무릎을 꿇었고, 옆에서 이를 본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린 채 한참 동안 고개를 숙였다.
지하철 이용객에게도 양해를 구했다. 김 의원은 "출근길 불편함은 상상만 해도 화나고 짜증나는 일"이라며 "정치권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여러분들이 이런 일을 겪는 것에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가 입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조정·조율 노력을 기울이고, 말로만 국민의힘이 아니라 진짜 힘이 되어드리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인수위와 장애인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인수위에 (장애인)여러분 입장을 솔직하게 전달하겠다"며 "장애인권리예산 확보의 중요성을 최선을 다해 알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함께 시위에 참석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시위에 대한 모욕적인 표현을 반복하는 차기 여당 대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 대표를 비판했다. 장 의원은 "정치가 진작 장애인의 이동권, 교육권을 보장하고 예산으로 뒷받침했다면 이런 자리는 만들어질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며 "이 자리에 함께한 김 의원의 모습이 시민들이 정치에 바라는 바"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대선 기간에 잠정 중단했던 지하철 시위를 이달 24일부터 재개했다. 단체는 앞서 이달 14일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위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을 약속하지 않으면 시위를 재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시위는 3호선 경복궁역에서 4호선 혜화역으로 이동하며 진행됐다. 김 의원과 장 의원도 함께 지하철에 탑승했고, 김 의원은 환승역인 충무로역에서 내려 국회로 향했다.
한편 이 대표는 지난 25일부터 전장연 시위에 대한 부정적인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SNS를 통해 "전장연이 시민들을 볼모 삼아 시위하고 있다" "중단하지 않으면 내가 공개적으로 찾아가 제지할 것" 등 비판 발언을 했고,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전장연은 최대 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인 불법 시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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