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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시위를 "시민 볼모 투쟁"이라고 폄하한 이준석 대표

입력
2022.03.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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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회원들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개 차로를 따라 청와대 인근 효자동치안센터로 행진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전장연 회원들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개 차로를 따라 청와대 인근 효자동치안센터로 행진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장애인 이동권 확대를 위해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하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연대에 대해 “수백만 서울시민을 볼모로 잡는 시위를 중단하라”고 밝히는 등 비난 공세를 펴고 있다. 그는 SNS 등을 통해 “전장연의 지하철 운행방해 투쟁은 이미 국민에게 소구력이 없다”며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중지시켜줄 것까지 요구했다.

전장연의 출퇴근 시간대 시위 장기화로 적지 않은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시위의 원인 제공자는 장애인 단체들이 20년 가까이 요구해왔지만 장애인 이동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않고 있는 당국과 정치권이다. 서울 지하철은 역사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90%를 넘는 등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전국 저상버스 보급률은 30%에 미치지 못하는 등 한계가 여전하다. 국민의힘도 대선 공약집에서 장애인ㆍ노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과 인프라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미흡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 대한 설명도 없이 일부 시민들의 불편 여론에 기대어 시민들과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을 갈라치기한다는 점에서 이 대표 발언은 문제적이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헌법상 평등권에 속한다. 한정된 정부예산 안에서 이들의 권리를 어떻게 하면 보장해줄 것인지, 장애인 복지에 대해 ‘시혜적 태도’를 가진 국민들을 설득할 방법을 찾는 것이 곧 집권당이 될 국민의힘의 과제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교통공사는 최근 전장연의 약점을 찾아 시민불편을 여론전에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문건을 만든 사실이 공개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일부 젊은 남성들의 ‘여성혐오’ 정서에 편승해 남녀 갈라치기를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는 등 사회적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성에 이어 장애인들의 권리찾기 운동을 이런 식으로 폄하할 경우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등 많은 다른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 찾기 움직임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퇴행적 언행을 멈추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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