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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신화 ‘시마 과장’, 회장→고문 이어 사외이사에

입력
2022.03.27 12:00
수정
2022.03.27 13:5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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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4일 발매된 고단샤의 만화 잡지 '주간 모닝'의 표지. 만화 '시마 과장'의 새 시리즈인 '사외이사 시마'의 연재가 시작됐다. '새로운 도전'이란 문구와 함께 시마의 얼굴이 표지를 장식했다. 주간 모닝 공식 트위터 캡처


1970년 일본 굴지의 전자회사에 입사, 일본의 고도성장기를 마음껏 누리며 승승장구한 샐러리맨 시마 고사쿠의 성장 신화를 그린 만화 ‘시마 과장’의 최신 작품인 ‘시마 상담역’의 연재가 지난달 종료됐다. 이로써 과장 때부터 연재를 시작, 부장→이사→상무→전무→사장→회장까지 쭉쭉 승진 가도를 달린 후 한국의 고문 정도에 해당하는 상담역까지 마친 주인공 시마 고사쿠는 무려 50여 년간 몸담았던 회사 하쓰시바전산(작중 ‘테콧(TECOT)’으로 사명 변경)을 떠났다.

작중 시마의 나이는 74세. 보통의 일본 사람이라면 벌써 10년 전에 은퇴해 연금생활자가 됐을 법한 연로한 나이다. 하지만 시마와 같은 나이인 작가 히로카네 겐시는 회사를 떠난 시마를 은퇴시키지 않았다. 24일 발매된 ‘주간 모닝’ 최신호에서 시마는 우에마쓰도건공업이란 회사의 사외이사로 다시 돌아왔다. 표지에는 ‘새로운 도전’이라는 문구와 손가락을 치켜든 시마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연재 시작을 알리는 인터뷰에서 작가는 “사외이사는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중요한 존재”라며 “시마의 활동을 통해 사외이사의 역할을 많이 알리고 싶다”라고 밝혔다.


시마는 단카이세대 작가의 분신... 일본 기업의 흥망성쇠 드러내

시마는 ‘단카이세대’인 작가의 분신과 같은 존재다. 단카이세대란 일본에서 태평양전쟁 패전 후 1947~1949년 사이 베이비붐으로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이들은 사회 진출 당시 일본의 고도성장기 수혜를 받아 승승장구했다. 작가 역시 1970년에 작중 하쓰시바전산의 모델이 된 회사인 마쓰시다전산(현 파나소닉)에 입사했다가 3년 정도 근무한 후 퇴직하고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시마 과장’의 연재를 시작한 것은 1983년. 약 40년 동안 연재된 만화 속엔 세계 시장을 손에 넣고 전성기를 보내다 한국 등에 밀린 일본 전자업계의 흥망성쇠가 그대로 등장한다. 한국 기업 ‘섬상전자’의 거센 도전에 고군분투하다 전 경쟁사였던 고요전자를 인수합병하고 두 회사의 합병 회사인 하쓰시바홀딩스의 초대 사장에 등극하는 부분은 삼성의 거센 도전으로 세계시장에서 밀린 파나소닉이 산요를 인수합병한 실제 사건을 다룬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 중요한 사건이 모두 등장한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시마의 거의 유일한 잘못을 ‘반도체 부문 매각’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그런데 테콧은 시마가 회장이었을 때 적자 결산을 피하기 위해 반도체 부문을 매각해 버렸다”며 “일본의 반도체 산업 자체도 한때 세계 시장 1위였지만 지금은 대만, 한국에 밀려 3위”라고 지적했다. 시마의 퇴직 후 테콧은 새 사장 요쓰야 아라시가 중심이 되어 다시금 반도체 분야에 힘을 기울일 것이라 한다.


"이제 조직 생활은 그만" 비판도

시마가 사외이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사실은 여러 언론에서 기사화되는 등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그가 완전히 은퇴하지 않고 또다시 일하는 점을 비판하기도 한다. 지나치게 나이 많은 사람이 조직의 중요한 자리에 남아 있으면 새로운 시도를 억눌러 오히려 성장에 저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평론가인 야마다 고로(63)는 TV에 출연, “시마 과장은 단카이세대의 좋지 않은 모습이 정말 잘 드러나는 만화”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사람은 자기 혼자 젊다고 생각하고 젊은이도 잘 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회사 일은 그만두고 지역 활동이나 자원봉사 등 좀 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쟁사 연구자인 야마자키 마사히로도 트위터를 통해 “74세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조직에서 젊은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위치에 앉아 성차별을 포함한 낡은 가치관을 유지시키며 해를 끼치고 있다는 자각이 없다는 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소셜미디어를 보면 많은 팬들이 시마의 다음 행보를 환영하지만, ‘이제 그만 일할 나이’라는 주장에 공감하는 이들도 보인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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