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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권력 간 갈등 평행선... 끄떡 않고 강경한 尹 당선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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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권력 간 갈등 평행선... 끄떡 않고 강경한 尹 당선인, 왜?

입력
2022.03.26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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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거리는 25일에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정권 말 공공기관 인사권·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등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평행선이고, 회동을 조율할 물밑 채널의 가동도 중단됐다.

윤 당선인의 모습은 '마이웨이'다. 문 대통령과의 회동 성사에 힘을 쏟는 대신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인 각종 정책을 비판하면서 새 정부 청사진 그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원만한 정권 이양은 갈수록 멀어지는 분위기다. 윤 당선인이 그럼에도 문 대통령과의 정면충돌을 피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①'보여주기식 만남' 필요 없다, 왜?

윤 당선인 측 '협상 창구'인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직 청와대 측으로부터 전화나 문자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먼저 연락을 한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장 실장은 "먼저 하는 게 맞겠느냐"고 반문했다. '집무실 이전 문제 등을 풀려면 먼저 연락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고려해 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사실상 '보여주기식 회동'은 의미가 없다는 게 윤 당선인 측의 판단이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만나서 사진 한 장 찍는다고 해서 관계가 풀리지 않는다"며 "차기 정부가 업무를 잘할 수 있도록 인수인계를 도와주는 게 현 정부가 할 일인데 여전히 새 정부의 발목만 잡으려 들지 않느냐"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2분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현장에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2분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현장에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②문재인 정부와 대립할수록 유리?

신구 권력 간 불협화음이 길어지면서 문재인 정부가 정권 이양에 비협조적이라는 프레임을 굳히는 것도 윤 당선인에게 나쁘지 않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윤 당선인 측은 "당선인이 정치에 입문한 게 문재인 정부의 탄압 때문이 아니었느냐"며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도 여권의 방해가 끊이지 않는 것을 국민들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까지 현 정부와 대립구도가 선명해질수록 새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새 정부에서의 '적폐 수사'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 성격도 짙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등을 법과 원칙에 따라 규명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특히 양측 갈등의 핵심인 '감사원 감사위원 두 자리'를 둘러싼 공방도 새 정부 출범 후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감사의 키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맥락이 같다.

③시간은 미래 권력의 편?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갈등이 악화일로에도 윤 당선인 주변은 오히려 느긋하다. 어차피 '시간은 미래 권력의 편'이라는 입장에서다. 윤 당선인과 가까운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선인이 당장 손해를 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현 정부와의 동거 기간은 정해져 있다"며 "새 정부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도 "인사나 용산 이전 문제는 모두 윤 당선인이 취임한 후 직접 풀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예방해 북한 동향을 보고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예방해 북한 동향을 보고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서훈 안보 브리핑이 계기 될까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오는 27일까지 회동하지 않는다면 역사상 가장 늦게 만나는 '신구 권력'이라는 오명을 얻는다. 1992년 대선 당시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당선인이 대선 후 18일 만에 만났다.

전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안보 위기가 고조된 만큼 이에 대한 협력을 계기로 꼬인 실타래를 풀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문 대통령의 전날 지시에 따라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윤 당선인을 찾아가 북한의 ICBM 발사 관련 동향과 정부 대응, 향후 전망 등에 대해 1시간여 브리핑을 했다. 청와대에서도 서 실장의 브리핑을 계기로 경색된 관계가 풀리길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만 윤 당선인 측은 "안보 협력과 회동은 별개"라고 선을 긋고 있다.

김지현 기자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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