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모라토리엄 선언 후에도
SLBM·SRBM 고도화, '극초음속' 실험
업그레이드된 ICBM '화성-17형 공개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4년여 만에 '레드라인'을 다시 넘은 북한은 그간 한순간도 미사일 개발의 끈을 놓지 않았다. 2017년 11월 ICBM 이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단거리탄도미사일(SRBM) 고도화부터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 개발까지 전방위 타격능력을 향상시켰다. 그 과정에서 4년 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의 무기체계는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7년 11월 ICBM급 화성-15형 시험발사 직후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에서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 이후 네 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핵무력 증강에 집중했다. 2016년 SLBM 북극성-1형 최초 발사, 2017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ICBM 화성-14·15형 발사를 잇달아 성공하면서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확보했다.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한반도의 봄' 국면이 조성되면서 북한은 그해 4월 모라토리엄(유예) 선언을 통해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미사일 개발은 꾸준히 진행했다. 2019년 10월 북극성-1형을 개량한 북극성-3형을 발사했고, 2020년 북극성-4형을 공개하며 신형 SLBM을 연달아 내놓은 것은 물론 '대남용'으로 분류되는 신형 SRBM도 선보였다.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 SRBM 3종 세트를 활용한 동시다발적 공격에 나설 경우, 한국에서의 탐지·요격이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1월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을 발표한 후로는 사실상 모라토리엄 파기를 향해 달려온 셈이었다. 올해 1월 두 차례 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이 대표적이다. 한미 군 당국은 "실질적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북한의 주장을 따른다면 낮은 고도에서 마하 5(시속 6,120㎞) 이상의 속도로 변칙기동을 하는 막강한 무기체계다.
모라토리엄 선언 후 북한의 무기개발의 정점은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 화성-17형으로 꼽힌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5, 16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모두 화성-17형으로 보고 있다. 화성-17형은 화성-15형에 비해 외형이 눈에 띄게 커져 '괴물 ICBM'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기술적 진전이 이뤄졌다면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경우 1만3,000㎞를 날아 미국 본토를 타격하고도 남는다. 미사일 단수도 화성-15형(1단)보다 늘어난 2단이고, 탄두부 형상 역시 핵탄두 2, 3개가 들어가는 '다탄두(MIRV) 탑재' 형태로 진화했다.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의 정체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고도와 비행거리가 각각 6,200㎞, 1,080㎞ 이상으로 탐지됐는데, 이는 정점 고도 약 4,500㎞, 비행거리 약 960㎞를 기록했던 화성-15형보다 향상됐다.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정황이 포착되는 등 핵실험 재개 관측까지 나오는 가운데 북한의 ICBM 발사 기술도 한층 고도화된 셈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