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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앞두고 "지명 바꿔주세요" 요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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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앞두고 "지명 바꿔주세요" 요구 봇물

입력
2022.03.27 16: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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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팔공구, 울산 북구→무룡구 등
엇갈린 여론, 시민 불편 등 부작용 적지않아

경북 상주시 사벌면은 2020년 행정구역 이름을 사벌국면으로 바꿨다. 사진은 사벌국면 전사벌왕릉 인근에 위치한 화달리 삼층석탑의 모습이다. 최흥수 기자

경북 상주시 사벌면은 2020년 행정구역 이름을 사벌국면으로 바꿨다. 사진은 사벌국면 전사벌왕릉 인근에 위치한 화달리 삼층석탑의 모습이다. 최흥수 기자


지역 민심 향배에 정부나 정치권이 가장 민감하게 귀기울이는 이 때.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구역 이름에 대한 불만이 잠재돼 있던 지역에서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동서남북(東西南北) 방위가 아닌 지역의 실질적 특성을 담자는 요구, 일제시대 잔재를 배척하고 역사성을 반영하자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현행 지방자치법상 시·군·구 이상급 지방자치단체 명칭은 행정안전부 심의 의결을 거친 뒤 국회 동의를 받아야 변경할 수 있다. 기초지자체에 속하는 읍·면·동 구역은 주민 3분의2 이상이 찬성하고 행안부 승인을 거쳐 지자체 조례만 제·개정하면 된다.

지역명 변경은 지방선거마다 단골 공약으로도 등장하지만, 실제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동안 읍면동 단위 명칭 변경은 종종 있었지만, 자치구 단위 이상에선 2018년 인천 남구가 미추홀구로 바꾼 것이 처음이었다. 올해는 울산 북구청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지역의 '무룡로' 이름을 따 북구를 '무룡구'로 변경하겠다는 약속을 들고나오기도 했다.

박구원 기자

박구원 기자


이름을 바꾸려는 쪽에서는 "지명이 그 지역의 실질적 특성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일선 충북환경운동연대 대표는 "의미 있는 명칭을 마다하고 단순히 동서남북 방위를 갖다 붙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지명에 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차원에서 이름을 바꾸려는 움직임도 있다. 대구 동구에서는 구의회를 중심으로 팔공산의 이름을 따 '팔공구'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동구'는 다른 광역시에도 있는 지명이어서, 대구 동구만이 가진 고유의 정체성과 역사를 담고 있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지역명 변경을 둘러싼 지역 내 여론이 엇갈리고, 이름 바뀜에 따른 주민 불편도 무시할 수 없어 실제 변경까지는 큰 산들을 넘어야 한다. 부산 북구는 4년째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엔 △가람구 △강동구 △구포구 △금백구 △낙동구 등 5개를 후보에 올렸지만, 주민 여론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올해 5월까지 재차 주민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하철역이나 동 이름 바꾸는데도 주민 의견이 천차만별이라 합의 과정이 쉽지 않다"며 "변경 이후 이어지는 행정 오류와 비용도 감안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행정구역명을 변경할 때 정치적 계산을 염두에 둘 게 아니라 지명의 유래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건식 단국대 교수(한국지명학회장)는 "지역 이름에 본래 의미와 맞지 않은 한자를 붙여 왜곡된 경우가 많다"며 "의미가 잘못 전승된 부분은 없는지를 고민하는 동시 지역 정체성을 담을 수 있도록 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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