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바스-크림반도 연결해 '노보로시야' 재건 발판
아조프해 최대 항구 위치, 경제적 가치 높아
네오나치 조직 '아조프 대대' 선전전에 활용
바닥 친 러시아군 사기 끌어올릴 기회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점령에 애를 먹으며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도시는 폐허가 된 지 오래고, 민간인은 물론 양측 군의 희생자도 속출하면서 마리우폴은 이번 전쟁에서 ‘최악의 희생지’가 되고 있다. 러시아가 자국의 큰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유독 마리우폴 점령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2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그 이유를 네 가지로 분석했다.
먼저 마리우폴은 크림반도와 친러 반군 세력이 점령한 돈바스(도네츠크ㆍ루한스크) 지역을 연결하는 유일한 육로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는 러시아 본토와 겨우 다리 한 개로 연결돼 접근성과 결속력이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러시아로선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되찾으려 나서면 신속하게 방어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장악할 경우 돈바스, 더 나아가 러시아 본토와 육지로 연결돼 안정성이 높아지고, 우크라이나의 흑해 연안 지역 80%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
이런 지정학적 이점 때문에 마리우폴은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이 꿈꿔온 '노보로시야' 재건을 위한 발판으로도 이용될 수 있다. 노보로시야는 '새로운 러시아'로, 지금의 우크라이나 남부에 해당하는 러시아제국의 옛 지역명이다. 군사 전문가인 저스틴 크럼프는 영국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마리우폴이 함락되면 오데사와 미콜라이우 등 남은 흑해 연안 도시들도 불안해진다"며 "그렇게 되면 돈바스에서 몰도바의 친러 반군 근거지 트란스니스트리아까지 연결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꿈꿔온 '노보로시야' 재건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마리우폴의 경제적 가치가 크다는 점도 러시아엔 반드시 빼앗아야 할 지역이다. 아조프해로 향하는 마리우폴 항구는 철강, 석탄, 곡물 등을 중동에 수출하는 주요 거점이다. 마리우폴이 넘어가면 우크라이나는 주요 수출 항로가 막혀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의 12%, 옥수수 16%, 보리 18%를 공급하고 있어 마리우폴 점령은 곧 세계 곡물 시장의 러시아 의존도 심화로 연결된다.
마리우폴 점령은 러시아의 침공을 정당화하기에 기막힌 소재다. 이 지역에 본부를 두고 러시아군과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네오나치 조직 '아조프 연대' 때문이다. “나치 세력을 소탕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것”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을 합리화하기에 최적이라는 얘기다. 물론 현재 우크라이나 병력 중 극우ㆍ극단주의자들로 구성된 아조프 연대는 극히 일부일 뿐이지만, 러시아는 이미 이들의 존재를 국내 선전용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마리우폴 함락은 바닥을 치고 있는 러시아군의 사기룰 진작시키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중 러시아군 손아귀에 들어간 곳은 현재 남부 헤르손에 불과하다. 반대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겐 큰 상실감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BBC는 "마리우폴을 잃으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경제적인 타격뿐 아니라 고국을 지키며 싸우는 국민들에게도 심리적인 충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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