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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드그렌상·안데르센상 잇단 국제상 수상… K컬처 열기 잇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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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드그렌상·안데르센상 잇단 국제상 수상… K컬처 열기 잇는 그림책

입력
2022.03.22 20: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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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상
백희나, 2020년 아스트린드 린드그렌상 수상
2010년대 이후 볼로냐 라가치·BIB 등 휩쓸어
국내서는 여전히 아동문학 하위 장르 간주
"독자 장르 인정 등 국내적 관심 커져야"

2020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문학상을 받은 백희나(왼쪽) 그림책 작가와 올해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수상자로 결정된 이수지 작가. 책읽는곰 제공·배우한 기자

21일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들려온 이수지 작가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수상 소식은 'K컬처' 주역으로 부상 중인 한국 그림책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결과다. 한국 그림책은 1990년대 중후반에야 본격적으로 창작 그림책을 출간해 세계 그림책 시장의 후발 주자로 꼽힌다. 하지만 짧은 역사에 비해 세계 출판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구름빵'으로 유명한 백희나 작가가 2020년 한국인 최초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문학상(ALMA)을 받은 데 이어 이수지 작가도 특정 작품이 아닌 작가의 평생 작업에 대해 격년으로 시상하는 안데르센상을 받았다. 작가가 아닌 개별 작품에 주는 볼로냐 라가치상,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B)상을 받은 한국 작가는 일일이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림책이 아동문학의 하위 장르로 간주되는 열악한 국내 여건 속에서도 그림책은 영화·드라마·K팝 등 대중문화를 잇는 K컬처의 순수문화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9년 이후 볼로냐 라가치상 휩쓴 한국 작가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 '여름이 온다'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이수지 작가는 안데르센상 수상에 앞서 지난해 펴낸 '여름이 온다'로 올해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의 우수상 격인 스페셜 멘션상을 받았다. 지난달 발표된 심사 결과에서 최덕규 작가의 '커다란 손'도 논픽션 부문 우수상으로 함께 뽑혔다.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이 열리는 매년 3월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한국 작가의 수상 소식에 올해는 두 작가가 이름을 올린 것이다. 매년 6, 7개 부문으로 나눠 시상하는 볼로냐 라가치상에서 2009년 이후 한국 작가는 2016년 한 해만 빼고 매년 수상했다. 김희경, 정유미, 배유정, 이지은 작가 등은 각 부문별로 대상 격인 위너상을 받았고, 2015년에는 한국 작가가 볼로냐 라가치상 전 부문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가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격년으로 여는 BIB에서 주는 BIB상은 조은영, 유주연, 한병호, 이기훈, 노인경, 이명애, 김지민, 명수정 작가 등이 받았다. 해외 유수 그림책상 수상이 이어지면서 한국 그림책의 판권 수출도 꾸준히 늘고 있음은 물론이다.

"백희나·이수지에 영감 받은 신진 작가 많아"


백희나 작가의 '연이와 버들 도령'

이 같은 한국 그림책에 대한 국제적 관심은 작가들의 창작력 향상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는 "작가들의 실력뿐 아니라 기획과 편집, 인쇄 등 실무적인 면까지 탁월한 역량을 보이면서 세계 그림책 분야에서 중요한 이슈를 던지는 역할을 한국 그림책이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이수지 작가와 함께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폴란드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경우 한국 출판사를 통해 선보인 그림책으로 볼로냐 라가치상을 세 차례나 받았다. 또 흐미엘레프스카 작가를 한국 출판계와 이어준 이지원 그림책 기획자는 이번 안데르센상 심사위원 11명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면 1990년대까지만 해도 외국 번역물이 주를 이루던 한국 그림책 시장에서 국내 창작진의 작품이 단기간에 세계적 수준을 인정받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김지은 평론가는 "한국 작가들은 실험적 이미지를 만들고 구술로 전해져 온 이야기를 이미지로 구현해내는 데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며 "특히 백희나, 이수지 작가처럼 관습에 머물지 않고 용기 있게 새로운 시도를 해온 작가들이 조명받으면서 이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많은 신진 작가들이 분투 중"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가 창작 환경을 이끌고 있어 미래는 더욱 희망적"이라는 이야기다.

"그림책, 시의 형식 갖춘 장편소설"

이수지 작가의 '여름이 온다'

하지만 한국 그림책은 이 같은 세계적 주목도에 비해 국내 환경이 썩 좋지만은 않다. 지속적 출산율 감소로 주 독자층인 어린이 인구가 줄어든 데다 여전히 독립된 장르가 아닌 아동문학의 하위 장르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림책 출판사 책읽는곰의 우지영 편집장은 "그림책은 시의 형식을 갖춘 장편소설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짧은 글 안에 모든 내용을 압축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림책을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은 평론가도 "0세부터 100세까지 보는 게 그림책이지만 한국은 세계 그림책의 흐름과 맞지 않게 아동 도서로만 여기거나 국가 기관에서는 교육의 하부 분야로 한정하고 있다"며 "독립된 예술 장르로 법제화돼 있지도 못하다 보니 작가들이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작가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민간 비영리단체 그림책협회는 그림책의 독립 장르 법제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이영경 그림책협회 회장은 "한국 그림책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림책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초보적 교재로 여기는 데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림책 분야의 후발 주자로서 북미·유럽에 비해 뒤처져 있는 사회적 관심과 지원 체계 기반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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