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선택은 이번에도 직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윤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이전' 구상을 공개적으로 반대했으나, 윤 당선인은 굽히지 않았다. 윤 당선인 측은 "5월10일 0시부로 청와대 완전 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했다. 스스로 물러서는 대신 문 대통령의 반대를 꺾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윤 당선인 주변에선 "문 대통령의 대선 불복이자 몽니"라는 강경한 반응이 나왔다.
226자의 짧은 입장문… "청와대 안 간다"
21일 오후 청와대가 안보 공백을 이유로 대통령 집무실의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구상에 제동을 건 지 약 2시간 30분 만에 윤 당선인 측의 첫 반응이 나왔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 명의로 낸 226자 분량의 입장문엔 잔뜩 날이 서 있었다.
김 대변인은 "안타깝다. 문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정권 인수인계 업무의 필수 사항에 대해 협조를 거부하신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입장문을 시작했다. '필수 사항'은 국방부와 집무실 연쇄 이사를 위한 정부 예비비 496억 원의 국무회의 의결을 가리킨다. 윤 당선인 측은 22일 국무회의 의결을 낙관했지만, 복병을 만났다.
윤 당선인 측은 청와대의 제동에도 취임 후 청와대에 들어갈 뜻이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김 대변인은 "윤 당선인은 통의동에서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바로 조치할 시급한 민생문제와 국정 과제를 처리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당선인 집무실이 차려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을 임시 집무실로 사용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것이다.
이어 김 대변인은 5월 10일 청와대 완전 개방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안보 공백 논리를 받아들여 당초 계획을 수정하지도, 5월 9일까지 청와대에 머물러야 하는 문 대통령을 극진히 예우하지도 않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2시간30분 만에 강력한 되치기, 왜?
급한 건 윤 당선인 측이다. '국방부 이전 →대통령 집무실 이전 → 청와대 개방'에 허락된 시간은 단 50일.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이 문 대통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다소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윤 당선인은 항전 의지를 밝혔다.
윤 당선인은 신구 권력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밀릴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예비비 의결은 다음 정부에서 일을 잘 하도록 도와주는 인수인계의 의미"라며 "청와대의 제동은 인수인계를 제대로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냐"고 했다.
국민의힘은 윤 당선인 측면 지원에 나섰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새 정부의 결단과 계획을 응원해주지는 못할망정 예비비 편성부터 못해주겠다는 발상은 옳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군사대비태세 유지의 핵심은 합동참모본부이기 때문에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로 이전해도 안보 공백은 없다"며 "있지도 않은 안보 공백을 언급하며 새 정부 추진 정책을 방해하는 건 대선 불복"이라며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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