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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집무실 앞 '시민공원 속도전'... 용산기지 '졸속 반환' 우려는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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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집무실 앞 '시민공원 속도전'... 용산기지 '졸속 반환' 우려는 어쩌나

입력
2022.03.22 10: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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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늦어도 1년 안에 공원 가시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조감도를 내보이며 이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조감도를 내보이며 이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안보 공백과 막대한 비용 논란에도 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낙점한 명분은 ‘국민과의 소통’이다. 집무실 주변 용산 미군기지를 공원으로 만들어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일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윤 당선인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오는 6월 미군기지 4분의 1에 해당하는 부지를 반환받으면 즉시 시민공원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조감도를 내보이며 “최소 50만 평(165만2,900㎡) 규모 공원을 시민들께 돌려드려 잔디밭에서 결혼식도 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미군기지 반환 절차와 기지 오염 상태를 고려하면, 윤 당선인의 '의지'만으론 실현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용산 공원 조성에 원래 10년이 걸리는데,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서면 (공원 조성이) 더 빨리 된다고 보면 된다”는 윤한홍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의 말처럼, 일단 밀어붙여 보겠다는 것이 윤 당선인 측의 현재 복안이다.

그러나 마냥 서두르기엔 미군기지 반환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기지 환경 오염 정화 책임을 미군에 묻는 문제를 비롯해 복잡한 사안이 얽혀 있다.

국토부도 ‘반환 후 7년’ 괜히 잡은 게 아니다

20일 국방부 청사 모습.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국방부 일부 조직은 바로 옆 합참청사로 옮기고 나머지는 뿔뿔이 흩어진다. 연합뉴스

20일 국방부 청사 모습.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국방부 일부 조직은 바로 옆 합참청사로 옮기고 나머지는 뿔뿔이 흩어진다. 연합뉴스

윤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내놓은 대안은 이렇다. 국토교통부가 ‘용산기지 전체 반환을 전제’로 계획한 300만㎡ 규모의 공원 조성을 보류하고 6월에 반환받는 부지에 우선 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2022년 상반기까지 용산기지 4분의 1을 돌려주겠다”는 지난해 6월 한미 협의가 근거다.

그러나 협의를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미군 측에서 받지 못했다. 미군은 지난달 25일 기지를 일부 반환하면서 “상반기 반환을 추진하도록 노력한다”고만 했다. 이에 용산 미군기지(200만㎡) 가운데 지금까지 돌려받은 부지는 약 10%(21만8,400㎡)에 불과하다. 국토부도 최근 공원 개장 시점을 2027년에서 ‘기지 반환 후 7년’으로 연기했다.

인수위의 해법은 미군을 상대로 조속한 반환을 압박하는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이 가시화된 지난 16일 서욱 국방부 장관과 김만기 국방부 정책실장, 안영호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이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기지를 찾아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용산기지 반환 속도를 내달라”고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군이 응할지는 물론 미지수다. 미군은 용산에 남아있는 한미연합사령부가 옮겨갈 험프리스의 건물 설비 공사가 마무리돼야 움직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군에게 ‘환경 정화’ 책임 영영 묻지 못할 우려

지난해 7월 2일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 바커필드에서 열린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이·취임식에서 (오른쪽부터) 폴 라캐머라 신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과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존 아퀼리노 인도태평양사령관. 평택=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7월 2일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 바커필드에서 열린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이·취임식에서 (오른쪽부터) 폴 라캐머라 신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과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존 아퀼리노 인도태평양사령관. 평택=사진공동취재단

미군이 반환을 서두른다고 즉각 공원 조성 공사에 착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토지 환경오염 정화 작업이 남는다. 한미 양국 협의와 오염 측정·정화 작업을 거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나와야 미군기지 이전 절차가 공식 종료된다. 오염도에 따라 ‘위험성 평가’만 진행하고 정화 작업을 생략하는 방안도 있지만, 그래도 '1년 안에 공원 개장'은 무리다. 국토부가 '반환 후 7년'이라는 긴 기간을 잡은 건 실제 환경오염 측정·정화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었다.

'1년 내 공원 조성'이라는 목표에 매달려 오염 측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미군에 환경오염 정화 비용을 청구할 명분을 잃게 된다.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녹색연합은 20일 “용산은 미군기지 중 가장 많은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했고 토양지하수 오염이 심각한 곳”이라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해 공원 조성을 졸속 추진하면 용산 기지뿐 아니라 향후 국내 미군기지 환경문제를 개선할 기회를 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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