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확정되면서 ‘광화문 대통령’ 공약은 사실상 파기됐다. 이에 윤 당선인은 “세밀하게 검토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설익은 공약임을 자인한 것이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는 “광화문 이전 공약을 다 검토해 봤다”고 여러 차례 자신했던 만큼 ‘말 바꾸기’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광화문 시대=재앙"이라는 尹
윤 당선인은 이날 “용산도 공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대안으로 생각했던 곳”이라며 “선거 단계에서는 오픈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선인 신분으로 보고를 받아보니 광화문 시대는 시민들에게 거의 재앙 수준인 데다, 중요 부서들을 한곳에 옮기기 어렵고 비용도 몇 배가 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광화문으로 이전하면 수시로 휴대폰이 터지지 않고, 전자기기 사용에 지장이 생긴다. 기업이나 금융기관에서 몇 분 몇 초라도 그런 일이 발생하면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광화문으로 가면 청와대 100% 개방은 불가능하다”는 말도 했다. 원래 염두에 뒀던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나 외교부 청사를 대통령실 이전 대상에서 배제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렇게나 많다는 해명이었다.
한 달 전엔 "전문가들 다 알아봤다" 확언
그러나 윤 당선인이 ‘광화문 불가’ 사유로 제시한 보안ㆍ경호의 어려움은 공약 발표 당시부터 꾸준히 지적된 문제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5년 전 ‘광화문 시대’ 약속을 접은 결정적 장애물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9개월간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을 자문위원으로 임명해 광화문 청사 이전 작업을 검토했으나, 경호와 부지 문제 등으로 결국 포기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달 7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광화문 집무실 이전에 따른 경호 문제를 다 검토했다. 전문가들하고 얘기를 해봤다”고 밝혔다. ‘광화문 이전 시 보안이 강화돼 인근 직장인들과 시민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는 물음에도 “대통령 경호를 지금처럼 (과하게) 할 것 없다”며 “정부 청사 주변에서 점심식사도 하고 언론에 자주 모습을 보일 생각”이라고 간단히 일축했다.
그는 지난달 8일 채널A 인터뷰에서 역시 ‘문 대통령도 못 지킨 공약인데 검토를 했느냐’라는 질문에 “청와대에 들어가면 내가 추구하는 국정 운영을 할 수 없다”면서 공약 이행을 확언했다.
결과적으로 지나친 자신감은 ‘허언’이 되고 말았다. 윤 당선인이 전문가들의 견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공약의 장단점을 면밀히 살피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다. 이를 의식한 듯, 윤 당선인은 이날 “광화문 이전이 아닌,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린다는 데 초점을 맞춰달라”고 ‘대의’를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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