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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 러시아…민간인 폭격으로 우크라 압박하면서 협상 재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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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 러시아…민간인 폭격으로 우크라 압박하면서 협상 재촉

입력
2022.03.18 18:46
수정
2022.03.18 19:5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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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국방부 "러시아군 더 이상 진격 없이 막대한 손실"
우크라 결사항전·서방 지원에 가로막힌 러시아
민간인 폭격 강행하면서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
분노 섞인 푸틴 연설도 러시아의 조급함 드러내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 인근에서 18일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검은 연기가 나고 있다. 르비우=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 인근에서 18일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검은 연기가 나고 있다. 르비우=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세계 2위 군사 대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전장에서 휘청거리고 있다. 우크라이나군과 시민들의 결사항전에 러시아군의 전력 손실이 확대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동안 서방의 무기 지원에 우크라이나의 저항력도 커지면서, 러시아는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공습과 핵무기 사용 위협 등으로 폭주하고 있다. 폭주의 이면에는 협상을 통해 최대한 얻어낸 뒤 철군하려는 러시아의 출구전략일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도심의 한 아파트가 18일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폐허로 변해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도심의 한 아파트가 18일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폐허로 변해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17일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무너져 내린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

17일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무너져 내린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


수렁에 빠진 러시아군

개전 23일째인 18일(현지시간)에도 러시아군의 폭주는 이어졌다.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부 르비우 국제공항 일대에 미사일 6발을 발사했다. 이 중 2발은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요격됐다. 안드리 사도비 르비우 시장은 “르비우 공항과 가까운 지역에 미사일 몇 발이 명중됐다"며 "현 단계에서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르비우는 폴란드 국경에서 약 70㎞ 떨어진 도시로, 우크라이나에서 유럽으로 탈출하려는 난민들이 들르는 경유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와 가까운 데다 수도 키이우에 있던 외국 대사관들이 임시로 옮겨온 곳이어서 러시아군의 공격에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꼽혔는데, 이날 전격적으로 러시아의 폭격이 단행된 것이다. 키이우 북부 주택가에도 러시아의 미사일 폭격으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은 지속되고 있지만 수일째 미사일 폭격을 제외하곤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키이우 점령은 언감생심이고, 그 외 지역도 점령지가 거의 없다. 애초 예상했던 완승 전망은 멀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전세도 역전되고 있다. 미 국방부 등은 러시아군이 현재까지 군 장성 4명을 포함해 7,000여 명이 사망했고, 2만여 명이 부상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미 전선에서 전차를 버려두고 이탈하는 병사도 늘어나는 등 사기 저하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모든 전선에서 더 이상 진전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며 “최근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군사장비와 연료 등이 거의 다 소진됐으며 병력 충원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 지역에 7일 러시아군의 탱크들이 방치돼 있다. 수미=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 지역에 7일 러시아군의 탱크들이 방치돼 있다. 수미=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모스크바 외곽 노보 오가르요보 관저에서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모스크바 외곽 노보 오가르요보 관저에서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협상 재촉하는 러시아

압도적 전력으로 짧고 강하게 밀어붙여 승리하리라는 계획은 이미 수포로 돌아갔다. 러시아군은 하르키우와 마리우폴 등 전략적 요충지로 분류되는 도시들에 무차별 포격과 폭격을 가하면서 막대한 인명피해를 일으키는 전술로 전환했으나, 우크라이나군과 시민들의 저항에 부딪쳐 점령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나토의 무기 지원으로 우크라이나의 전투력까지 상승하면서 전쟁 장기화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심스럽지만 러시아도 출구전략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휴전협상 진전 소식이 그 방증이다. 막대한 민간인 사상자가 나오고 주요 도시가 폐허가 되는 피해를 입은 우크라이나보다 되레 러시아가 더 협상에 절실한 모습도 엿보인다. 실제 최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 선언이 나오자마자 러시아는 협상에서 “타협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진행 중인 협상과 관련 “문서 서명과 모든 조건에 대한 명확한 협상, 그리고 그 이행이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일을 매우 빨리 멈출 수 있다”며 협상을 재촉하기도 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도 수일 내, 길어도 일주일 반 정도면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물론 우크라이나의 동부 돈바스 지역 포기 등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조건들이 제시된 상태여서 당장 협상이 타결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전쟁이 장기 교착 상태가 될 가능성도 나온다.

러시아가 조급해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16일 푸틴 대통령의 TV 연설이 단적인 예다. 그는 자국민을 향해 “러시아인은 진정한 애국자와 서방에 동조하는 쓰레기와 배신자들을 구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입에 들어온 벌레처럼 길바닥에 뱉어낼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를 두고 러시아 싱크탱크 R폴리티크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대표는 “푸틴의 연설은 그의 절망, 격한 감정, 무력감을 그대로 보여줬다”며 “모든 사람의 팔을 비틀고 감옥에 가둘 것이지만, 이미 미래는 없다. 모든 게 부서지고 미끄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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