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니치' 된 윤여정 "그분들 고된 삶 기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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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니치' 된 윤여정 "그분들 고된 삶 기리고 싶었다"

입력
2022.03.18 15:26
수정
2022.03.1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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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티비플러스 드라마 '파친코'서 나이 든 선자 역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가 50여 년 동안 산전수전
'미나리' 이어 타국서 이방인으로 사는 한인 역
미국서 자란 자녀들 인종차별 경험
"직접 경험이 작품 선택 배경 되기도"
아카데미상 이후 변화? "나 바보 아니에요"

드라마 '파친코'에서 나이 든 선자로 나오는 윤여정. 감독인 코고나다는 18일 "윤여정의 얼굴은 한국 삶의 지도"라고 표현했다. 머쓱해하던 윤여정은 "그건 내가 나이가 많아서"라고 답했다. 사진은 윤여정이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드라마 '파친코' 시사회 행사에 참석한 모습.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배우 윤여정(75)은 경직되고 꽁꽁 얼어붙은 분위기를 깨는 '아이스 브레이커'였다. "안녕하세요, 늙은 선자입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머무는 윤여정이 18일 화상으로 진행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티비플러스 드라마 '파친코' 인터뷰에서 자신이 맡은 배역을 이렇게 격의 없이 소개하자, 이민호와 한국계 미국 배우 진하 등 젊은 배우들은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노배우의 말대로, 극에서 윤여정은 장애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이주, 50여 년 동안 산전수전을 겪는 나이 든 선자를 연기한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부터 해방 후 1980년대까지 일본으로 건너가 모진 삶을 산 조선인 4대의 삶과 정체성을 그린다.

윤여정이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드라마 '파친코' 시사회 행사에 참석한 모습. 애플티비플러스 제공

영화 '미나리'(2021)에서 자식을 위해 미국에 건너가 사는 순자 역을 맡은 윤여정은 '파친코'에서도 이방인을 연기한다. 윤여정은 현실에서도 1973년 미국으로 떠나 현지에서 아이를 낳고 10여 년 동안 외국인으로 살았다. 윤여정은 "'파친코'를 읽고 촬영하면서 전쟁으로 나라가 챙기지 못한 자이니치(일본에 사는 한국인)들의 삶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이 드라마를 통해 그분들을 기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내 아이들도 미국에서 자라면서 인종차별을 겪었다"며 "그런 내 밑바닥에 깔린 경험들이 '미나리'와 '파친코' 같은 작품을 선택하는 배경이 된 것 같다"는 말도 보탰다.

일본으로 건너간 젊은 선자(김민하)는 김치를 팔기 위해 시장에 나가지만, 주위에서 '마늘 냄새가 난다'고 손가락질을 받는다.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한 후 생계를 꾸리기 위해 배역 가리지 않고 연기했던 윤여정은 선자의 몸부림을 누구보다 공감한다. 윤여정은 "이혼하고 살기 위해 많은 일을 했다"며 "살려고 일을 할 때는 그게 힘든 일인지 아닌지 모른다. 선택지가 없고, 그것밖에 할 수 없으니까. 내가 살아보니 그렇더라"고 선자의 삶에 마음을 포갰다.

윤여정이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드라마 '파친코' 시사회 행사에 참석한 모습. 애플티비플러스 제공

윤여정이 참여한 '파친코'는 제작비만 800억 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25일 공개된다. '미나리'로 한국인 최초로 미국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을 받은 후 노배우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윤여정은 "달라진 것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똑같은 친구들과 놀고, 똑같은 집에 살고 있어요. 아카데미에서 내가 30~40대에 상을 탔다면 붕붕 떠 있었겠죠. 내 나이에 이렇게 감사해보긴 처음이었지만, 그 상이 날 변화시키진 않았어요. 늙은 배우라 주위 반응에 왔다갔다 안 하죠. 그리고 내 중심으로 한류 콘텐츠가 돌아간다고도 생각 안 하고요. 나, 바보 아니에요."(웃음)

드라마 '파친코'에 출연하는 윤여정(왼쪽부터), 이민호, 김민하, 진하. 윤여정이 나인 든 선자를, 김민하가 젊은 선자를 번갈아 연기한다. 애플티비플러스 제공

윤여정은 27일 미국에서 열릴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시상자로 나선다. 미국에 머무는 동안 나영석 PD와 새 예능 '뜻밖의 여정'도 찍는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의 촬영은 방역 등 지켜야 할 일이 많아 고되지만, 윤여정은 그 번거로운 과정보다 결실에 의미를 뒀다.

"'파친코' 찍을 때 마스크에 얼굴보호구까지 쓰는 것뿐 아니라 매일 검사하고 챙겨야 할 게 너무 많았어요. 하도 '애플 정책이라고 해서 '난 애플 정책 몰라. 난 나야'라고 했죠. 그런데 작품 나온 걸 보니 좋더군요. 봉준호 감독이 1인치의 장벽을 넘으면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다고 했는데, '파친코'로 많은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어요."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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