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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도 3배, 시름도 3배... 야수의 심장으로 베팅 '레버리지의 세계'

입력
2022.03.20 10:30
수정
2022.03.20 15:0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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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회복 어려운 구조에도 서학개미 대거 매수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는 "손실 눈덩이 될 수도"

편집자주

친절한 ‘금융+자산’ 설명입니다. 어려운 금융을 알면, 자산 쌓기도 쉬워집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ES). 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ES). 연합뉴스

동·서학을 막론하고 요새 안 힘든 개미들이 없습니다. 삼천피(코스피 3,000), 9만전자(삼성전자 9만 원), 천슬라(테슬라 1,000달러)에 환호했던 게 불과 1년 전인데, 어느새 아득한 과거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야수의 심장을 장착하고 과감한 베팅에 나선 투자자들이 최근 더 눈에 띕니다. 추종하는 지수 수익률의 1배, 2배도 시시하다며 3배를 노리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맞습니다, '레버리지 투자'. 위험마저 투자 영역으로 삼는 레버리지의 세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장투할수록 손해? 레버리지 상품의 속성

레버리지 투자는 적게 투자해 많이 벌고 싶어하는 투자의 속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투자법입니다. 이 중에서도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기초지수의 변동폭보다 몇 배의 수익(손실)을 거두도록 설계된 상품입니다.

3배짜리가 즐비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시장에선 2배까지만 허용되고 있죠. 기초지수 가격이 오르면 수익률이 떨어지고, 가격이 내리면 수익률이 오르도록 설계된 '인버스 ETF' 역시 투자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흔히들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두고 리스크(위험)가 큰 투자 상품이라고 말합니다. 기초지수의 방향을 읽어야 하는 투자인 만큼, 방향을 잘못 짚어 주가가 하락(상승)할 경우엔 2배로 커지는 손실을 떠안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기초지수가 100(오늘)→80(내일)→100(모레) 구간으로 움직인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첫날 20% 하락(100→80)했지만, 다음날 25% 상승(80→100)해 기초지수는 본전이 된 겁니다.

그런데 이 지수를 쫓던 레버리지 ETF 가격은 본전이 아닌 10% 손실을 보게 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기초지수가 20% 빠진 첫날 레버리지 ETF 가격은 40% 하락해 60이 됩니다. 기초지수가 25% 상승한 둘째 날, 레버리지 ETF 가격은 60에서 50% 오른 90이 되는 겁니다. 주가가 등락을 거듭할수록 레버리지 상품의 수익률을 깎아먹을 수밖에 없는 만큼, 레버리지의 세계에선 '버티기 작전(장기투자)'도 통하지 않습니다.

3배 레버리지? "최소 50% 현금 들고 있어야"

이처럼 지수의 등락이 있는 한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리스크는 레버리지 상품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레버리지 투자자일수록 종잣돈을 한 번에 베팅하는 이른바 '몰빵투자'를 더 금기시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주식투자 경력 13년에, 레버리지 투자로 수억 원을 벌고 잃어봤다는 전업투자자 A씨는 "레버리지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현금 보유"라고 강조합니다. 그 누구도 지수 방향성을 예측하고 매번 최저점을 잡을 순 없기에, 투자금의 최소 50%는 현금으로 보유해야 예상치 못한 센 조정이 와도 대응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런 위험성에도 고위험, 고수익 투자 상품을 앞다퉈 사들이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2월 14~3월 16일) 한국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1위 종목은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 ETF'였습니다. TQQQ란 티커(거래코드)로 더 잘 알려진 이 ETF는 미국 나스닥100 지수 상승률을 세 배로 추종하는데, 한 달간 국내 투자자들의 돈 7,000억 원이 몰렸습니다.

미국 반도체 지수 상승률을 세 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는 테슬라에 이어 순매수 3위를 차지했습니다. 최근 몇 달 새 미국 증시가 지난해 고점 대비 20% 급락하면서 바닥을 찍었다고 느낀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베팅에 나선 겁니다.

일각에선 우리나라 파생상품 시장이 주요국들에 비해 규제가 많은 탓에, 위험도가 더 높은 해외 레버리지 ETF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국내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기 위해선 기본 예탁금을 맡겨야 할 뿐 아니라, 온라인 의무 교육도 받아야 합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손실 눈덩이 가능성 "과도한 레버리지 금물"

전문가들은 투기에 가까운 무모한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과 같은 변동성이 극심한 장세에서 섣불리 레버리지 투자에 나섰다간 회복하기 힘든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달(3월 2~14일) 나스닥100지수가 8.4% 하락하는 동안, TQQQ는 24%나 빠졌습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지금은 수익률보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할 시기인 만큼 레버리지 투자는 웬만하면 피하는 게 맞다"며 "소수 상품에 위험한 베팅을 하는 대신 상품 구성을 다양하게 해 위기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최창규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 본부장은 "기초자산의 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가정하에, 레버리지 상품 역시 펀더멘털에 투자한다는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다"면서도 "레버리지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지수 방향성을 도무지 예측하기 힘든 장세에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에 나서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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