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의사에게 걸려온 전화…안부 묻는 줄 알았더니 비대면 진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단독 의사에게 걸려온 전화…안부 묻는 줄 알았더니 비대면 진료?

입력
2022.03.18 04:00
10면
0 0

병원 다녀간 확진 환자에 의사가 전화
'진료완료' 메시지 받고서 진료인 줄 알아
동의 없이 진료 후 건보 청구하면 법 위반

삽화=박구원 기자

삽화=박구원 기자

#가족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확진된 김모(39)씨 부부는 최근 비대면 진료를 통해 3세, 5세 자녀의 약을 처방받았다. 비대면 진료 다음 날 담당의사는 김씨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아이들 상태를 물었다. 바쁜 와중에 전화까지 걸어 준 의사가 그저 고마웠던 김씨, 그러나 통화가 끝나자마자 김씨의 스마트폰 진료 예약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진료 완료’라는 안내 메시지가 도착했다. 의사의 전화는 ‘안부’가 아니라 ‘진료’였던 것. 김씨는 “내가 요청한 적도 없는데 의사가 먼저 전화를 걸어 진료라는 말도 없이 30초간 상태를 체크한 게 전부”라며 “(건강보험 전액 부담이라) 자부담은 없지만 의사가 이런 식으로 잇속을 챙겨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4일 확진 판정을 받은 박모(46)씨도 ‘원치 않은 비대면 진료’를 받는 게 아닌지를 의심한다. 확진 판정을 낸 의사가 매일 자신에게 문자로 상태를 보고하라며 전화를 걸어 온 것. 박씨는 “고위험군도 아닌데 굳이 매일 의사의 전화를 받고 있다”며 “진료비 청구 여부를 물었더니 그 내용은 얼버무리고 있다”고 의구심을 버리지 못했다.

감염병 대응을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를 악용해 의사들이 부당하게 진료비를 챙기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여기저기서 속속 제기된다. 병원을 다녀간 코로나 확진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화를 걸어 간단한 통화를 한 뒤 이것을 비대면 진료로 처리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온라인 카페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글이 실시간으로 이어졌다.

의사가 단순 안부전화를 한 게 아니라 이를 진료로 처리한 것이라면, 의사는 환자 동의나 사전고지 없이 자의로 진료행위를 개시한 셈이 된다. 통상 환자가 의사 또는 의료기관에 진료를 의뢰하고, 의료인이 이에 응해 진료 및 치료행위를 개시한 경우에 한해 의료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의료법 위반 소지까지 있다.

현재까지는 해당 의사들이 전화 확인에 따른 진료비를 건보공단에 청구하지 않은 상황이라, 이들이 공식적으로 이것을 진료로 간주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통상 병원은 수주에서 수개월치 진료를 한꺼번에 모아 건보공단에 진료비를 달라고 요청한다.

다만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측은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상 이런 안부전화가 실제 건보 청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의료당국 관계자는 “이런 사례의 90% 이상은 실제 진료비를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동의 없는 전화 후 진료비를 청구하면) 요양급여 부정수급 사례로 볼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해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일반관리군이 동네 병의원에서 비대면으로 전화 상담·처방을 받을 경우 하루 1회는 무료지만, 두 번째부터는 비급여 진료비를 부담해야 하므로 전화 수신 시 명확한 진료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비대면 진료의 효용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비대면진료는 재택상담 수준에 불과한 비용 대비 효용성 낮은 정책”이라며 “치료원칙을 바꿔 하루 빨리 대면진료를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