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 시대, 통상은 핵심 외교 수단"
'외교채널 중복' 등 우려 인수위에 전할 듯
통상 이관 案은 '대외교섭 부서 한정' 거론
외교부가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통상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기로 했다.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로 넘어간 통상 기능을 다시 외교부로 돌려 놔야 한다는 것이다. 인수위 단계에서 특정 부처가 조직 개편을 요구한 자체가 이례적이다. 그만큼 경제와 안보의 경계가 모호해진 지금이야말로 근 10년 만에 통상 업무를 가져올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17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외교부는 통상 기능 이관을 중심으로 한 인수위 업무보고를 준비하고 있다. 인수위가 관련 의견 수렴을 시작하면 답변 형식으로 제출할 예정이다. 한 소식통은 “외교부가 조직 기능을 놓고 이처럼 적극적 의견을 피력한 경우는 없었다”며 “의지가 상당히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외교까지… 채널 중복 우려"
외교부는 현재 외교와 통상 기능이 분리돼 각종 국제이슈에 신속하고 전략적 대응이 어렵다는 이유를 든다. 1948년 외무부로 시작할 때부터 대외 통상교섭 업무를 맡았고,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1998년엔 ‘외교통상부’로 개편되면서 통상교섭본부가 설치되는 등 그 기능이 더욱 중시됐다. 그러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산업계 상황을 잘 아는 부처가 통상을 맡아야 한다’고 해 산업부에 빼앗겼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한때 통상 업무를 외교부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공급망, 첨단기술 등에 안보 및 정치 논리가 개입되는 추세가 강해지면서 통상교섭은 핵심 외교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이른바 ‘경제안보’의 등장이다. 때문에 현 체제에선 통상교섭을 전담하는 산업부가 외교까지 하는 구조가 돼버렸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이런 ‘외교채널 중복’을 가장 염려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미국이 준비하는 ‘인도ㆍ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해 산업부가 자체 입장을 밝힌 뒤 미국과 협의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이에 외교부 안에서 중국 견제 성격이 강한 IPEF는 신중한 외교적 판단이 필요한데도, 협의를 건너뛰었다는 불만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선진국을 봐도 ‘외교통상형’이 적합하다고 외교부는 주장한다. 지난 10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0대 교역국 중 외교통상형에서 산업통상형으로 바뀐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외교부 측은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는 산업통상형에서 외교통상형으로, 영국은 산업통상형에서 독립형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독립형, 일본은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이 함께 통상 업무를 다루는 혼합형이다.
이관은 대외교섭만… '밥그릇 싸움' 경계
외교부는 자칫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것을 우려해 대안도 마련했다. 특히 통상교섭 기능을 가져오면, 원래 외교통상부에 있던 부서만 옮겨도 충분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통상교섭본부에 있는 무역투자실 등 산업부 고유 부서는 빼고, 통상교섭실과 신통상질서전략실 산하 대외교섭 부서들만 이관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정부조직을 개편하더라도 두 부처를 크게 흔들지 않아 부담이 적다는 얘기다.
산업부에 비해 공급망 관리 역량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반박할 논거를 준비해 놨다. 전직 외교부 관계자는 “공급망 문제는 통상교섭본부가 아닌 소관 산업 담당 부서들이 외교부와 협업하는 형식이라 교섭 주체를 바꿔도 대응 역량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특정 산업을 담당하는 부처가 통상교섭을 맡으면 국익을 종합적으로 대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전통적 외교통상 논리 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 통상 기능 이관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대외경제를 외교적 관점으로만 접근해서 안 된다” “산업부 주도로 각종 통상교섭에서 성과를 내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산업부 역시 외교부에 맞서 ‘통상 사수’ 의지를 굳건히 하고 있는 만큼, 인수위가 본격 출범하면 두 부처의 치열한 논리 대결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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