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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 줄줄이 ‘러시아 철수’… "대러 제재 따른 현실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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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 줄줄이 ‘러시아 철수’… "대러 제재 따른 현실적 이유"

입력
2022.03.15 16:51
수정
2022.03.1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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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브랜드 철수로 문을 닫은 러시아 모스크바 도심의 샤넬 매장 앞에 서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 여성이 브랜드 철수로 문을 닫은 러시아 모스크바 도심의 샤넬 매장 앞에 서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프랑스의 LVMH, 케어링, 에르메스, 샤넬 등 4대 명품 패션 그룹이 러시아에 있는 매장을 잠정 폐쇄했다. 스위스 리치몬트, 이탈리아의 프라다, 영국 버버리도 가세했고, 스포츠웨어 나이키와 아디다스, 푸마, JD스포츠, ‘자라’의 인디텍스, H&M도 문을 닫았다.

또 룩셈브르크의 파밀리아와 함께 러시아에서 400여 개 의류 및 가정용품 오프 프라이스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TJX는 러시아 철수를 위해 지분 25%를 매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 같은 정치적 이유보다는 강력한 경제 금융제재가 시행되면서 결제와 환전이 어려워지는 현실적 이유가 더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패션 전문 매체 어패럴뉴스가 보도했다.

사실 명품 브랜드들은 침공 초기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 대상 품목에 명품이 포함되는지를 두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 시장에 연간 12억 유로(약 1조 6,400억원) 규모로 수출해온 이탈리아 패션 업계가 러시아 수출 규제 대상 제외 로비를 펼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었다. 그 후 제재 대상에서 명품이 제외되자, 업계는 안도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더욱이 러시아 제재로 루블화 가치가 30%나 폭락하자, 모스크바의 쇼핑 메카로 불리는 최대 명품 백화점 굼(GUM)에는 주얼리와 명품 시계 등을 사려는 쇼핑객들이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 침공에 대한 반전 여론이 높아지고, 러시아 금융 기관들에 대한 스위프트(SWIFT, 국제 은행 간 통신 협회) 퇴출 등의 금융 리스크로 상품 대금 결제가 어려워지자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

세계 패션 업계는 최근까지 러시아를 성장 잠재력이 큰 미개척 시장으로 보고 투자를 빠르게 늘려왔다. LVMH 그룹은 124개 부티크를 개설했고, 아디다스 800개, 자라 502개, H&M 168개, 망고 55개, 나이키 100여 개의 매장을 설치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1까지 외국 브랜드들의 러시아 매출 증가율은 H&M 280%, 자라 85%, 타미 힐피거 26% 등으로 조사됐다. 구찌 638%, 발렌티노는 96%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상황이 급 반전했다. 러시아나 우크라이나가 명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리 크지 않지만, 우크라이나를 거쳐 들어오는 천연가스 공급이 차단될 경우 유럽에 위치한 공장들의 생산 차질 등 명품 시장의 공급망 자체가 뒤흔들리 수 있어 명품업체들은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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